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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인의 높이뛰기-최현열 광주 온교회 담임목사
2022년 07월 29일(금) 00:15
나는 어릴 적 학교 운동회 때마다 이어달리기 선수로 출전하였다. 앞서 달리던 상대팀 선수를 제치고 앞으로 달려 나갈 때 운동장의 함성 소리는 마치 토트넘에서 뛰고 있는 손흥민 선수가 골을 넣었을 때와 비슷했다. 사실 칠만 관중의 함성과 같다고 하면 너무 큰 과장이겠지만 분위기 만큼은 뒤지지 않았다. 내가 뛰는 순서일때 상대 선수가 앞서 달리면 반드시 제치고 앞으로 나갔고, 내가 앞서고 있으면 그 차이를 더 많이 벌렸다. 그렇게 다른 아이들보다 키가 크고 달리기를 조금 더 잘한다는 이유로 육상 선수로 발탁이 되기도 하였다. 소년체전까지 나가서 메달을 따기도 했으니 그래도 잘하는 편이긴 했던 것 같다.

육상 경기는 트랙 경기와 필드 경기로 나뉘어지는데 우리나라는 마라톤을 제외하고는 국제 대회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높이뛰기 국가대표 선수인 우상혁 선수가 도쿄 올림픽에서 한국 기록을 세우며 4위를 차지했고 이후 실내 경기에서 236㎝의 기록으로 1위를 차지했다. 얼마 전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235㎝를 뛰어 2위를 차지하였다. 그는 올해 세계 대회에서 랭킹 2위를 달리고 있다고 하니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그가 경기 중에 보이는 밝은 모습과 경기를 즐기는 표정은 과연 보는 이들로 하여금 가슴을 뭉클하게 하고 박수를 보내게 한다.

육상 경기 중에 높이뛰기와 장대높이뛰기는 다른 종목들과 다르게 기록을 세우는 방식이 특이하다. 여타 모든 종목은 선수가 어떤 기록을 낼지 모르는 상태에서 최선을 다한 그 결과물로 기록과 순위가 결정된다. 달리기를 하는 선수들은 출발 신호를 듣고 있는 힘을 다하여 그 거리를 달려 결승선을 통과하여야 기록이 정해진다. 또한 멀리뛰기, 창·원반·포환던지기 경기는 자기가 뛰거나 던진 만큼 거리를 측정한다. 반면 높이뛰기는 자기가 넘을 기록을 정해 놓고 그것을 뛰어 넘어야 인정이 된다. 높이뛰기 종목의 매력이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자기가 정한 목표를 향해 힘껏 달린다. 비록 불가능해 보이지만 말이다.

신약 성경 서신서 중에 사도 바울이 운동 경기 예를 든 구절이 몇 군데 있다. 그 구절을 보면 고린도전서 9장 24절에 “경기에 나서는 사람은 모든 일에 절제를 합니다”(새 번역 성경)라고 말하며 운동선수의 절제하는 삶을 들어 신앙인의 절제된 삶을 강조하고 있다. 과거 키 188㎝에 74㎏인 우상혁은 더 높이 날기 위해 살을 빼야겠다고 결심했다. 큰 보폭으로 뛰어가 몸을 새우등처럼 뒤로 눕혀 높이뛰기 바(bar)를 넘기 위해선 더 날렵해야 했다. 혹독한 식단 관리에 들어갔다. 평소 쌀밥과 맵고 짠 음식을 좋아했지만 호밀빵, 샐러드 위주로 바꿨다. 마침내 65㎏ 정도의 몸무게를 꾸준히 유지하게 됐다. 이처럼 건강하고 건전한 신앙에는 절제가 반드시 필요하다.

바울은 디모데후서 2장 5절에서 “운동 경기를 하는 사람은 규칙대로 하지 않으면 월계관을 얻을 수 없습니다”라고 했다. 규칙을 지키는 것은 운동선수에게 있어 필수적인 것이라 하겠다. 높이뛰기 종목은 다른 종목에 비하여 규칙이 까다롭지 않고 파울로 인하여 실격하는 경우도 많지 않다. 하지만 많은 운동선수들이 그렇듯 금지 약물을 복용하는 경우가 있다. 긴 세월 높이뛰기 세계 기록은 1993년 세워진 245㎝로, 쿠바의 소토마요르가의 기록이다. 그런데 그는 현역 시절 도핑 검사에서 두 차례나 금지 약물 복용이 드러나 논란이 된 선수이다. 그래서 그의 명성과 기록은 퇴색되어 버렸다.

우상혁 선수도 자기 키보다 훨씬 높이 떠 있는 바를 보며 두렵지 않았을까. 그럼에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가득차 있는 그의 표정은 너무나 대견하다. 그 이유가 혹독한 훈련을 견디며 절제를 통한 생활을 한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이요, 규칙을 어기지 않아 거리낄 것이 없는 당당함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리스도인들 또한 삶의 절제와 규칙을 준수하여 살아가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의 신앙은 허공을 치는 것 같지 않다. 보는 바 신앙의 목표가 있다. 그 목표가 비록 높아 보일 지라도 기쁨과 자신감 속에 달려 나아가 높이높이 점프해 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