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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출발하는 29명의 목민관들에게-채희종 정치담당 편집국장
2022년 07월 12일(화) 22:30
민선 8기가 시작됐다. 광주·전남 지역에서는 광역자치단체장 두 명과 기초자치단체장 27명 등 모두 29명의 단체장이 지난 1일부터 일제히 업무에 들어갔다. 대다수 단체장들은 첫날 서민 경제와 생활에 밀접한 사안을 ‘취임 1호’로 결재했으며, 민생 현장을 직접 찾아 지역민들의 애로 사항을 청취했다. 김한종 장성군수는 이날 아침 군민을 향해 감사의 절을 올린 뒤 공식 업무를 시작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비록 첫날의 모습이지만 29명 모두 지역민들과 소통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고, 자신들의 주인이 누구인지 누구의 마음을 얻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소통해야 문제도 해결책도 보인다

광주시청과 전남도청, 광주 지역 구청을 담당하던 취재기자 시절, 20여 명의 광역 및 기초 단체장을 직간접으로 지켜볼 수 있었다. 별다른 능력이 없었지만 지역구민을 상대로 한 조문(弔問) 정치, 좋게 말하면 친화력으로 단체장이 된 사람이 있었는가 하면 애초 기대하지 않았지만 뛰어난 소통능력으로 지역의 대립을 해소하고 발전을 이끈 이도 있었다. 다른 정치인들에 비해 객관적인 경력과 능력이 뛰어남에도 자기 잘난 맛에 임기 내내 시끄럽고, 이렇다 할 실적을 내지 못한 단체장들도 여럿 있었다. 임기 시작부터 공무원은 물론 지역민들과 소통하지 못하고 ‘마이 웨이’만을 고집하다가, 정작 지역 현안을 두고는 우물쭈물 결정장애 탓에 사업 시기를 놓치거나 다음 단체장에까지 부담을 떠넘긴 이들도 잊히지 않는다. 가장 안타까운 경우는 측근이든 공무원이든 바른 말을 하는 사람들을 내치고 내가 편한 사람, ‘예스맨’만을 썼다가 사람 잃고 민심 잃고, 심지어 정치 생명까지 잃은 이들도 한둘이 아니었다.

정치적 리더는 권력에 대한 의지가 있는 사람만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정치인이 모든 권력과 자리를 탐할지라도 반드시 욕심내서는 안 되는 자리가 있으니, 그것이 목민관(자치단체장)이라고 다산 정약용은 설파했다. 정치인은 권력 쟁취가 목적이지만, 같은 정치인일지라도 자치단체장은 시민이 목적이라는 극명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정치인이면서도 정치인이 아닌 자치단체장이 갖춰야 할 최고 덕목은 소통일 수 밖에 없다. 아울러 지역민과 소통하려면 자신의 노력만으론 한계가 있음을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자신의 과오를 지적해 줄 인사를 기용해야 한다. 반드시 생각이 같은 사람이나 선거운동을 함께 한 동지가 아닌 다른 시각을 가진 인사로 나의 빈 공간을 채우는 결단이 중요하다.

200년 전 다산 정약용은 지방정치에서 민과 관의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 단체장은 소통을 위해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는 지를 목민심서를 통해 제시했다. 목민심서 12편 중 제1편 ‘부임’ 편에는 “자신이 당하는 고통을 관에 호소하러 들어오는 백성이 부모의 집에 들어가는 것처럼 친숙하고, 아랫사람의 뜻이 제대로 통하여 막힘이 없어야 백성의 부모와 같은 목민관이라고 칭하게 된다. 마침 식사 중이거나 목욕하는 때라도 문지기가 금하지 못하게 하고, 문지기가 이를 어기면 매를 맞게 해야 한다. 혹 뒷간에 가 있는 때라면 잠깐 기다리게 한 뒤 만나야 한다”고 적혀 있다. 다산은 소통을 단체장의 책무라고 생각했다.

‘쓴소리를 가까이’ 스스로 견제해야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있다. 능력 있는 인재를 기용하면 잘 된 인사일까. 단체장이라면 한 번쯤 생각해 볼 대목이다. 중요한 결정은 최종적으로 리더의 몫이다. 결국 리더는 자신의 잘못이나 실수를 견제할 장치를 만들지 않으면 언제든지 추락할 수 있다.

1400년 전 중국의 중흥기를 이끌었던 당 태종 이세민은 정적(政敵)의 신하를 고용한 것으로 유명하다. 당시 이세민의 형 이건성에게는 ‘위징’이라는 책사가 있었는데, 그는 시간만 나면 이건성에게 동생을 죽이라는 건의를 했다. 하지만 이세민이 정변을 일으켜 형제들을 모두 죽이고 황제가 오른다. 황제에 오른 이세민은 위징을 잡아 놓고 “형에게 매일 나를 죽이라고 한 사람이 그대인가”라고 물은 뒤 “그대는 앞으로 내 곁에서 항시 나에 대한 험담을 해 주게”라며 신하로 삼았다. 훗날 위징이 죽자, 이세민은 “내 행동이 옳은지, 아닌지를 말해 줄 사람을 잃었으니 이제 두 번 다시 나의 진짜 모습을 볼 수 없을 것”이라며 탄식하며 울었다고 한다.

어떤 정권이나 조직이든, 심지어 기업일지라도 정무적·정책적 판단을 하는 사람들은 단체장을 중심으로 비슷한 정치적 신념을 갖고 있는 탓에 한쪽으로 치우친 판단을 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끼리끼리’의 인사들로 구성된 집단은 지자체는 물론 그것이 거대한 정부일지라도 의외로 전문성과 다양성이 부족해 추락한 경우를 우리는 너무나 많이 봐 왔다.

취임 첫날 나를 선택해 준 지역민을 향한 큰절, 그때의 마음가짐을 절대 잊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