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의 ‘문화전당 하늘마당’-김미은 문화부장·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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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취재차 광주를 방문한 아사히신문 기자를 만났다. 지난해 5·18 관련 아사히신문 기사가 광주일보에 실린 게 인연이 된 자리였다. 충장로 1가 식당에서 저녁 식사 후 커피는 동명동에서 마시기로 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5·18민주광장, 옛 전남도청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였다.
옛 상무관을 알려 주자 그는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에 등장한 곳이라며 사진을 찍었다. 전남도청 건물 벽으로 쏟아지던 미디어아트에도 관심을 보였다. 다리 위에서 나무가 어우러진 지하 문화전당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던 그는 “참 멋진 공간”이라고 했다.
나의 비장의 무기는 따로 있었다. 시야가 탁 트인 드넓은 녹색 잔디밭과 그곳에서 음식을 나누며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하늘마당’이었다. “와, 꼭 외국에 온 것 같네.” 아사히신문 기자를 소개했던 광주 출신 친구가 먼저 반응했다. 마침 얼마 전부터 하늘마당 미디어 큐브에서는 다양한 영상들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아사히신문 기자는 도심 한복판에 이런 대규모 녹지 공간이 있는 사실이 놀랍다고 했다.
지난 5월 하늘마당에서 열린 광주시립발레단 공연은 색다른 경험을 선사했다. 사실 음악이 아닌, 발레 공연 소식을 들었을 때 넓은 야외 공간이 산만하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하지만 웬걸. 미디어아트와 음악, 발레가 어우러진 작품은 몰입도가 좋았다. ‘돈키호테’ 중 발레리나가 서른 두 바퀴를 연속 회전할 때, 발레리노가 하늘로 솟아오르며 점프할 때 관객들의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이날 공연은 안전·방역 문제로 무대 인근에 펜스를 치고 예약자 150명이 관람했지만, 언제나처럼 하늘마당을 찾은 수백 명의 사람들도 ‘자연스레’ 발레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아마도 발레 공연을 난생 처음 본 이들도 많았을 것이다. 공연을 보며 영화 속 클래식 음악을 영상과 함께 보여 주는 광주시립교향악단의 무대나 아이들의 청아한 목소리를 만나는 광주소년소녀합창단의 공연을 상상하곤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전당의 공간 중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곳이 바로 하늘마당이지 않을까. 푸른 잔디밭에 앉아 있는 이들의 모습은 여유롭고, 특히 해 질 녘 풍경은 참 아름답다. 하늘마당이 막 생겼을 때 친구들과 근처 카페에서 대여해 주는 돗자리를 펴고 앉아 음식을 먹으며 가을밤을 보냈던 기억이 떠오른다. 이후 전당이 주최하는 월드뮤직페스티벌 등을 관람하며 행복한 추억을 만들 수 있었다.
‘술 마시기 좋은 곳’ 인식 안타까워
도심 한복판의 녹색 해방구 하늘마당은 어디에도 없는 광주만의 자산이다. 이를 어떻게 지키고 가꿔 나가는가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이 될 터인데, 최근에는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광주천변 포장마차촌도 그렇고, 요즘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핫스팟’은 술 마시고 노는 자리로만 인식되는 듯해 아쉽다. 하늘마당은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기도 하다. 전당 측에서 수시로 쓰레기를 치우고, 잔디 생육 상태에 따라 구간별 휴식기를 갖는 등 애를 쓰고 있지만, 이용객들이 하늘마당을 아끼는 마음을 갖지 않는다면 언제 ‘애물단지’로 변해 버릴지 모른다.
전당의 문턱이 높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시민들이나 문화예술인·단체 모두에게서 나오는 말이다. 전당은 지난해부터 하늘마당 쪽에 전당으로 들어가는 에스컬레이터를 만들고 미디어 큐브도 설치했다. 다리 난간은 콘크리트에서 유리로 교체했는데, 전당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어 호기심을 자아낸다. 시민들의 접근성이 좋아진 셈이다.
사실, 우리는 곁에 있는 것의 소중함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지금까지 전당이 걸어온 길을 보면 비판을 받아야 할 지점도 많다. 하지만 새 출발 원년인 문화전당에 힘을 실어 주고 함께 키워 가는 것도 바로 우리가 해야 할 역할이다.
함께 아끼고 활용하며 가꿔 가야
‘하늘마당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같은 게 생겨도 좋을 것 같다. 청년 기획자들의 번쩍이는 아이디어가 모인다면 멋진 ‘우리 모두의 하늘마당’을 만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늘마당 페스티벌’을 여는 건 어떨까. 오는 9~10월 매 주말 한국관광공사와 연계한 케이팝(K-POP) 공연이 예정돼 있다는데, 전당 자체 프로그램과 함께 지역 예술단체·시민들에게 문호를 개방해 멋진 축제가 이어지면 좋겠다.
며칠 전 낮의 하늘마당을 지나다 땀을 뻘뻘 흘리며 잔디밭을 뛰어다니고, 미디어 작품을 보며 탄성을 지르는 어린이들을 만났다. 아이들 모습 뒤로는 하늘마당의 트레이드 마크인 스마일 표시와 함께 ‘Have a nice day’라는 글씨가 보였다. 저 아이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문화전당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변해 있을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조만간 “몇 월 며칠 저녁 음악회 보러 하늘마당에서 만나요” 이런 약속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옛 상무관을 알려 주자 그는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에 등장한 곳이라며 사진을 찍었다. 전남도청 건물 벽으로 쏟아지던 미디어아트에도 관심을 보였다. 다리 위에서 나무가 어우러진 지하 문화전당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던 그는 “참 멋진 공간”이라고 했다.
이날 공연은 안전·방역 문제로 무대 인근에 펜스를 치고 예약자 150명이 관람했지만, 언제나처럼 하늘마당을 찾은 수백 명의 사람들도 ‘자연스레’ 발레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아마도 발레 공연을 난생 처음 본 이들도 많았을 것이다. 공연을 보며 영화 속 클래식 음악을 영상과 함께 보여 주는 광주시립교향악단의 무대나 아이들의 청아한 목소리를 만나는 광주소년소녀합창단의 공연을 상상하곤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전당의 공간 중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곳이 바로 하늘마당이지 않을까. 푸른 잔디밭에 앉아 있는 이들의 모습은 여유롭고, 특히 해 질 녘 풍경은 참 아름답다. 하늘마당이 막 생겼을 때 친구들과 근처 카페에서 대여해 주는 돗자리를 펴고 앉아 음식을 먹으며 가을밤을 보냈던 기억이 떠오른다. 이후 전당이 주최하는 월드뮤직페스티벌 등을 관람하며 행복한 추억을 만들 수 있었다.
‘술 마시기 좋은 곳’ 인식 안타까워
도심 한복판의 녹색 해방구 하늘마당은 어디에도 없는 광주만의 자산이다. 이를 어떻게 지키고 가꿔 나가는가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이 될 터인데, 최근에는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광주천변 포장마차촌도 그렇고, 요즘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핫스팟’은 술 마시고 노는 자리로만 인식되는 듯해 아쉽다. 하늘마당은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기도 하다. 전당 측에서 수시로 쓰레기를 치우고, 잔디 생육 상태에 따라 구간별 휴식기를 갖는 등 애를 쓰고 있지만, 이용객들이 하늘마당을 아끼는 마음을 갖지 않는다면 언제 ‘애물단지’로 변해 버릴지 모른다.
전당의 문턱이 높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시민들이나 문화예술인·단체 모두에게서 나오는 말이다. 전당은 지난해부터 하늘마당 쪽에 전당으로 들어가는 에스컬레이터를 만들고 미디어 큐브도 설치했다. 다리 난간은 콘크리트에서 유리로 교체했는데, 전당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어 호기심을 자아낸다. 시민들의 접근성이 좋아진 셈이다.
사실, 우리는 곁에 있는 것의 소중함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지금까지 전당이 걸어온 길을 보면 비판을 받아야 할 지점도 많다. 하지만 새 출발 원년인 문화전당에 힘을 실어 주고 함께 키워 가는 것도 바로 우리가 해야 할 역할이다.
함께 아끼고 활용하며 가꿔 가야
‘하늘마당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같은 게 생겨도 좋을 것 같다. 청년 기획자들의 번쩍이는 아이디어가 모인다면 멋진 ‘우리 모두의 하늘마당’을 만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늘마당 페스티벌’을 여는 건 어떨까. 오는 9~10월 매 주말 한국관광공사와 연계한 케이팝(K-POP) 공연이 예정돼 있다는데, 전당 자체 프로그램과 함께 지역 예술단체·시민들에게 문호를 개방해 멋진 축제가 이어지면 좋겠다.
며칠 전 낮의 하늘마당을 지나다 땀을 뻘뻘 흘리며 잔디밭을 뛰어다니고, 미디어 작품을 보며 탄성을 지르는 어린이들을 만났다. 아이들 모습 뒤로는 하늘마당의 트레이드 마크인 스마일 표시와 함께 ‘Have a nice day’라는 글씨가 보였다. 저 아이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문화전당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변해 있을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조만간 “몇 월 며칠 저녁 음악회 보러 하늘마당에서 만나요” 이런 약속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