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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8기, ‘백 투 더 베이직’
2022년 06월 07일(화) 20:00
아시아문화중심도시, 동아시아 문화도시, 유네스코미디어아트 창의도시, 그리고 예향.

이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다름 아닌 인구 150만 명의 광주시를 상징하는 슬로건이다. 국내에서 근사한 타이틀을, 그것도 한개가 아닌 여러개 가지고 있는 도시는 아마 광주가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이들 가운데 지난 2002년 탄생한 ‘아시아문화중심도시’는 근 20년 동안 지역에서 꾸준히 회자된 덕분에 친숙한 용어가 됐다.

하지만 ‘동아시아 문화도시’나 ‘유네스코 미디어아트 창의도시’는 사정이 다르다. 동아시아 문화도시는 지난 2014년 한·중·일 문화장관 회의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도시로 광주가 선정됐지만 이렇다할 후속사업이 없어 ‘이름’만 남은 상태다. 또한 같은해 유네스코 총회에서 미디어아트 분야의 창의도시로 국내에서 유일하게 지정됐지만 8년이 흐른 지금, ‘유네스코’라는 글로벌 브랜드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변변한 도시 브랜드가 없던 경기도 부천이 2017년 유네스코 문학 창의도시를 계기로 외국작가들이 가보고 싶어하는 도시로 거듭나고, 세계적인 작곡가 고 윤이상을 배출한 통영이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를 통해 ‘아시아의 비엔나’로 변신한 것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문제는 광주가 이들 화려한 타이틀에 걸맞은 면모를 갖추고 있냐는 것이다. 서울, 부산, 인천, 대구, 울산, 경주, 세종 등 국내 내로라 하는 도시들을 둘러보면 시민들의 일상과 밀접한 문화인프라들이 존재감을 뽐낸다. 도시의 미관과 어울리는 멋진 건축물에서 부터 애호가들을 미술관으로 끌어 들이는 차별화된 컬렉션, 클래식·오페라·국악 장르에 맞춘 전용 공연장, 지역민들의 지식 놀이터로 자리잡은 도서관 등…. 무엇보다 도심 속 오아시스인 공원은 아파트 숲으로 둘러싸인 광주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이다.

물론 이들 인프라가 도시의 품격과 수준을 결정하는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다. 하지만 퀄리티 높은 시설이 양질의 콘텐츠를 담보한다는 점에서 문화도시의 꽃을 피우게 하는 자양분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광주의 경우 ACC, 광주문예회관 등 1500석이 넘는 공연장이 2개 있지만 클래식 전용홀은 전무해 명품 무대를 즐기기 어렵다. 특히 문화광주라는 말이 무색하게 지역 예술인들은 전국 최하위 수준의 생활고와 싸우며 힘겨운 창작활동을 펼치고 있다.

오는 7월1일이면 강기정 광주시장 당선인의 시장 취임을 시작으로 민선8기가 닻을 올린다. 강 당선인은 7일 민선8기의 밑그림을 그려낼 인수위원회를 공식 출범하고 현안대응과 국비대응 T/F로 나눠 새로운 광주시대를 실현해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래서인지, 지역 문화예술계는 그 어느 때보다 강 당선인에 대한 기대가 크다. 시민들의 문화 향유 확대에서부터 역동적인 예술 환경 조성, 예술인 일자리 창출 등 굵직한 현안을 해결하는 ‘문화시장’으로의 마인드와 행정력을 바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문화광주의 근간을 튼실하게 하는 ‘기본’에는 소홀한 채 외적 성과에만 치중한다면, 장밋빛 비전은 자칫 공허한 울림에 그칠 수 있다. 그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의 몫이 될 것이다. 아무리 구슬이 많아도 꿰어야 보배인 법. 민선 8기의 문화행정이 ‘백 투 더 베이직’(Back to the basic, 기본으로 돌아가라)이어야 하는 이유다.

<문화·예향담당국장,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