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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트의 밤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2022년 04월 15일(금) 10:00
여기 한 섬이 있다. 분홍색을 띠는 하얀 돌 때문에 멀리서도 빛이 난다. 여행서에서는 시적으로 묘사된 마법적인 풍경을 지닌 평화로운 섬이다. 이곳은 이슬람교와 그리스 정교회가 비슷한 비율로 나뉘어 있다.

2006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오르한 파묵은 터키가 자랑하는 세계적인 작가다. 노벨상 수상 이후에도 꾸준히 소설을 발표하고 있으며 문학성과 흥행성을 담보한 작가로 평가된다. 이번에 100년 전의 상황을 소설로 그린 ‘페스트의 밤’은 오늘의 팬데믹 상황과 비교해볼 수 있는 작품이다.

작가는 오랫동안 전염병을 소재로 한 소설을 구상했으며 최근 5년여에 걸쳐 작품에 매진했다. 공교롭게도 작품이 완성이 될 무렵 코로나가 전 세계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어느 인터뷰에서 파묵이 “이스탄불에서 처음 코로나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는 마치 내 소설 속 이야기 같다고 생각했다”고 밝힌 바 있다.

외견상 평화로워 보이는 섬에 어느 날 배가 도착한다. 절대적 통치자의 유람선 아지지예에서 두 사람이 내리는데, 저명한 화학자 본코프스키 파샤와 그의 조수다. 파샤는 오스만 제국의 큰 항구 이즈미르에서 페스트의 유행을 6주 만에 종식시킨 유능한 방역 전문가다. 그는 정통기독교인으로 오스만 제국의 술탄 압뒬하미트 2세에 의해 파견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방역을 시행해보기도 전에 거리에서 피투성이가 된 채 발견된다.

소설에는 방역을 강행하려는 정부, 이를 반대하는 사람들, 이슬람 대 정통 기독교, 부자와 가난한 사람 등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등장한다. 질병의 확산 정도에 따라 각기 다른 양상들이 펼쳐진다.

<민음사·1만9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