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 발목잡고 잇속 챙기는 ‘생떼 위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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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 발목잡고 잇속 챙기는 ‘생떼 위원들’
‘위원회 천국’ 광주시, 237개 위원회 위원들의 기막힌 행태
위원회 절반 1년 6개월간 회의 안 열거나 단 한 차례만 열어
이권이 걸린 회의에서는 일정 바꾸고 인신공격에 막말까지
2022년 04월 04일(월) 23:00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습니다. /클립아트코리아
2021년 광주시의 한 위원회에서 활동하던 A위원은 위원회 관련 민간 업체 간부로 근무 중인 사실이 드러나 자진사퇴했다. A위원은 위원 선발 시점에만 관련 업무 종사자를 배제하는 규정이 있을 뿐 선정 이후엔 제재 규정이 없다는 점을 내세웠지만, 도덕성 논란 등을 견디지 못하고 물러났다. A위원은 활동 당시에도 자주 논란의 중심에 섰다. 각종 이권이 걸려있는 주요 회의에서 자신의 의견에 대립하는 위원들에게 인신공격성 발언을 퍼붓고, 발언중지 권한이 있는 위원장의 통제도 따르지 않는 등 막무가내식 행태를 부려 입살에 올랐다.

또 다른 위원인 B위원은 ‘생떼 전문위원’으로 통한다. 최근에는 30여명이 참석하는 회의를 불과 이틀 앞두고 일정을 바꾸자고 우기는 바람에 담당공무원 여럿이 진땀을 뺐다. B위원은 자신의 말이 통하지 않자 위원들이 모여있는 SNS 단체 대화방을 통해 “회의자료가 미흡하다”는 등 말도 안되는 트집을 잡고, 시청 담당직원에겐 “회의 당일 갑자기 개인일정이 잡혔다. 회의일정을 연기하라”고 압박까지 했다.

A, B 두 위원의 공통점은 특정단체 추천위원으로, 관련 분야의 전문가는 아니라는 게 다른 위원들의 말이다.

또 다른 위원회는 회의 때마다 화풀이성 공격을 하는 위원 때문에 위원회 자체가 엉망이 됐다.

해당 위원회를 맡았던 광주시 산하 기관의 모 대표는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 관련 사업이 종료된 데 앙심을 품고 회의 때마다 ‘사업수준이 낮다’는 등 공격을 이어갔고, 결국 위원회 자체가 엉망이 됐다”며 “관련 업무 종사자의 위원 활동을 원천 봉쇄하는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광주시가 전문가 의견수렴 등을 위해 운영중인 각종 위원회들이 겉돌면서 오히려 지역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부 비전문 위원들의 자질 논란부터 단 한차례도 열리지 않는 위원회, 여성위원이 단 한명도 없는 남성 중심의 위원회 등도 수두룩해 혁신적인 개선작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4일 광주시에 따르면 2021년 6월 말 기준 광주시에 설치된 위원회는 모두 237개에 이른다. 광주시는 민선 7기 들어 위원회를 정비하겠다고 했지만, 오히려 전년 (220개) 대비 17개나 늘었다. 이 가운데 지난해 6월 기준 한차례도 회의를 열지 않은 위원회는 100개(42%)에 이르고, 회의를 1회 개최한 위원회는 74개다. 73%에 이르는 174개 위원회가 6개월간 1회 이하의 활동을 한 셈이다.

기간을 확대해 2020년 1년간의 활동을 분석해봐도, 위원회 4개 중 1개 꼴인 63개 위원회가 연간 한차례의 회의도 열지 않았다. 겨우 한차례 회의를 연 위원회도 73개나 됐다.

범위를 더 확대해도 2020년부터 2021년 6월 말까지 1년 6개월간 회의를 한차례도 열지 않거나(41개), 한차례만 연(67개) 위원회도 전체의 절반인 108개나 됐다. 광주시는 처리할 안건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입장이다.

위원모집 기준도 합리성과 전문성, 다양성 등이 반영돼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광주시는 위촉직 위원 구성시 특정성이 10분의 6을 초과하지 않도록 하고 있으나, 여성위원이 50% 미만인 위원회는 135개(57%)에 이른다. 시는 일부 분야에서 여성 전문가수가 부족하다고 설명했지만, 여성 위원이 단 한명도 없는 위원회 수만 15개였다.

타 시도에는 없는 애매한 모집기준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엄격한 자격조건에 따른 전문가 선발이 대원칙이지만, 광주시는 다양한 의견 수렴 등을 명분으로 ‘(광주)시장이 인정하는 자’라는 기타 조항을 마련해 비전문가 또는 특정이익이나 의견을 대변하는 단체 관계자가 위원이 될 수 있는 길을 열어놨다.

이와 관련해 광주시의 한 위원은 “다양한 의견수렴은 위원회 상정 전인 사업 계획 단계에서 이뤄지는 것”이라며 “위원회 회의는 전문가들이 모여 위원회 회의에선 민관에서 제(안)출한 계획 등에 대해 추가 의견을 내고 잘못한 점을 바로 잡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특정목적을 가진 일부 비전문가들이 들어와 회의 취지를 벗어나는 막말성 발언을 쏟아내는 사례 등도 있다”고 했다.

광주시의 한 관계자는 “일부 전문가들이 비전문 위원 유입에 따른 피해를 호소하며, 위원회 활동을 거절하는 사례도 있다”면서 “일부 부서에선 ‘시장이 인정하는 자’ 라는 항목을 삭제하는 방안 등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진표 기자 luck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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