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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철한 역사의식으로 미래를 열자-김용하 전 광주시인협회 회장, 전 광주 국공립중등교장협의회 회장
2021년 09월 10일(금) 00:00
몇 년 전 모 대학에서 교직 강의 중에 8월 29일이 무슨 날인 줄 아는 학생은 손을 들어 보라고 했다. 100여 명의 수강생 중에서 선뜻 손을 든 학생이 과반에 미치지 못하였다. 당시는 위안부 문제가 언론에 자주 보도되고, 소녀상 건립 등을 둘러싸고 수구 친일이니 반일이니 정치적 공방도 심할 때였다. 사회적으로 민감한 문제들에 대한 공방의 열기는 높으면서도 정작 그러한 문제들의 단초가 되는 논거나 역사적 사실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었다. 지금도 주변의 상당수 사람들이 어떤 사회적 문제가 야기되면 그 일의 근원적 원인과 본질에 대해 깊이 상고해 보거나 인과관계를 살펴보니 않고, 노출된 현상만 놓고 갑론을박하면서 목소리를 높이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지난 8월 29일은 경술국치 111주년이 되는 날이다. 익히 아는 바와 같이 경술국치란 ‘경술년의 치욕스러운 사건’이라는 뜻으로 일제에게 우리나라가 주권을 완전히 빼앗긴 사건을 말한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온갖 고통과 슬픔을 겪어야 됐다.

지금 친일 수구니 반일이니 하는 일본과 관련된 각종 정치적 다툼이 우리 사회의 이슈로 등장하고 있지만, 실상 모든 문제의 계기가 되는 것이 경술국치인데도, 오늘날 어느 언론이나 정가에서 국치일을 기억하거나 언급하는 일 없이 지나치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지금도 우리 사회에서는 거대 담론이나 이슈를 둘러싸고 다양한 쟁론이 벌어지고 있지만, 그 원초적 배경과 의미를 몰각한 채 단순히 자신들의 편향된 논리에 따라 이용하거나 맹목적인 감정으로 상대에 대한 공격의 도구로 활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역사에서 배우지 못하는 민족은 반드시 그 역사를 되풀이 할 수밖에 없다’는 말을 실감하게 된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궁핍과 풍요의 빈부 격차, 정치적 불신과 도덕적 해이, 진보와 보수의 갈등 속에서 가치의 전도 현상이 심각한 상황에 이르고 있다. 자국의 실리 위주의 정책을 수행하는 4대 강국에 둘러싸인 우리의 현실에서 안보와 경제 문제 해결에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 아프가니스탄 붕괴로 인한 비참한 상황이 우리에게 경종을 울리고 있다. 자기 스스로 보위할 의지나 능력이 없이 강대국에 의존하는 나라의 사상누각적인 현상을 목도하는 것이다. 자기 국익에 반하는 강대국의 약속이나 협정, 의리라는 것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 여실하게 보여 준 것이다.

우리는 급변하는 시대를 맞이하여 달라진 국가적 요구와 환경의 변화를 직시하고, 다른 나라의 흥망성쇠를 재음미하면서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지난 역사를 반추하여 교훈을 얻고, 주체성 없이 남을 추종하고 감성적으로 부화뇌동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제는 우리가 처한 현실을 냉철한 역사의식과 논리적 근거 및 합리의 바탕에서 살펴보면서 미래지향적인 안목을 가져야 할 것이다.

특히 내년에는 나라의 운명이 달린 대선과 지방선거가 예정되어 있다. 이 새 출발의 길목에서 진정한 국가의 안보와 경제 발전을 도모하고 국민통합을 위한 치열한 성찰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우리는 기존의 낡은 사고와 안일주의에서 과감하게 탈피하여야 한다. 오직 물질의 풍요, 자기만의 안락 추구, 가치관의 전도를 극복하여야 한다. 올바른 인간적 삶의 가치, 도덕적 정체성의 확보, 물질에 우선하는 정신적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 민주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투철한 역사의식을 바탕으로 개혁적인 사고와 실천 의지를 가지고, 삶의 현장을 개선하고 발전시키려는 특단의 노력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