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무요원 김찬익씨 “아이들 예술 감수성 키워주고 제 꿈도 키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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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무요원 김찬익씨 “아이들 예술 감수성 키워주고 제 꿈도 키웁니다”
섬마을 문화예술프로그램 운영
완도 노화도 아동센터 코로나로 외부 강사 끊기자 직접 지도
미술지도사 자격증 취득 “복무 마치고 대입 다시 도전할 것”
2021년 07월 30일(금) 05:00
김찬익씨와 충도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이 미술 수업에서 함께 그린 그림을 들어보이고 있다. <광주전남지방병무청 제공>
완도로부터 뱃길따라 45분, 노화도에 있는 충도지역아동센터에서는 특별한 강사가 미술 수업을 하고 있다. 지난해 6월부터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 중인 김찬익(28)씨다.

김씨는 매주 2시간씩 유치원생, 초등학생 등 19명을 대상으로 미술 수업을 하고 있다. 키스 해링, 고흐 등의 명화 밑그림을 그려 주면 아이들이 정성껏 색칠을 해 완성시키고, 여기에 재미있는 미술 이론과 화가에 대한 이야기도 곁들이는 수업이다. 김씨는 최근 광주전남지방병무청 모범 사회복무요원 사례로 표창장도 받았다.

김씨는 미술 대학을 졸업한 것도 아니고, 예술 업계에서 활동하지도 않았다. 고등학생 때 서양화를 전공하며 입시 미술을 준비했던 경험 뿐이다.

당시 미술에 대한 열정은 누구보다 뜨거웠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집안 사정이 어려워져 미술 공부에 필요한 돈을 감당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는 대학 입시를 포기하고 고향인 노화도 자택에서 전복 양식 일을 하며 생업을 이어갔다.

지난해 6월, 센터에서 사회복무요원 근무를 시작하면서 그는 ‘터닝 포인트’를 맞았다.

처음 맡은 역할은 센터 내 아이들을 관리하고, 지도강사들을 보조하는 역할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외부 강사들이 뚝 끊기자 상황이 달라졌다.

“노화도는 완도에서 뱃길을 이용해야 하는 외딴 곳인데다 악천후라도 몰아치면 그 뱃길마저 자주 끊깁니다. 그런데 코로나19까지 겹치니 외부 강사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된 거에요. 그러자 김태성 센터장님이 ‘네가 미술 공부를 해 봤으니, 한번 아이들을 가르쳐 보는 건 어떠냐’고 제안하셨죠.”

처음엔 미술 수업 중 간단한 지식을 알려주고, 아이들과 함께 간단한 그림을 그리는 정도였다. 하지만 김씨는 마음 속 묻어두었던 꿈이 다시 살아나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아이들 앞에서 어엿한 미술 강사가 되기 위해 자격증도 도전했다. 복무 중 인터넷 등을 활용해 미술분야 과목을 틈틈이 공부한 끝에 지난해 8월 아동미술지도사 1급 자격증을 취득했다. 이후로는 정기 미술체험 프로그램 강사로 이름을 올려 지금까지 100회 넘게 수업을 진행했다.

“좀 더 좋은 수업 프로그램을 짜서 아이들과 나누고 싶은 마음 뿐이에요. 어려운 게 있다면, 하고 싶은 미술 수업은 많은데 섬마을이라 재료 구하기가 힘들다는 것 정도죠.(웃음) 휴일이나 육지로 출장 가는 날이면 섬 밖에서 미술 재료를 잔뜩 사 오곤 합니다. 섬 안에서 구할 수 있는 미술 재료도 최대한 활용할 생각이에요.”

아이들 반응도 폭발적이다. 김씨는 “아이들이 ‘학교 수업 시간에 고흐의 미술을 정확히 설명해 칭찬받았다’며 제게 자랑할 때, 얼마나 뿌듯했는지 모른다”며 “수업을 듣고 화가를 꿈꾸게 됐다는 아이들도 있다. 아이들에게 더 넓은 세상을 보여준다는 게 정말 보람차다”고 말했다.

“꿈이라는 게 마음 속에 묻는다고 묻어지는 게 아닌가 봐요. 제가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주기도 하지만, 아이들 또한 제게 꿈을 되찾아줬어요. 복무를 마치면 다시 공부를 시작하고 싶어요. 대학에도 다시 도전하고, 주말학교 강사도 지원하면서 미술이란 꿈을 다시 한번 이뤄보고 싶습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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