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카르텔’이 학동 참사의 원인이다-기우식 참여자치21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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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카르텔’이 학동 참사의 원인이다-기우식 참여자치21 사무처장
2021년 06월 29일(화) 03:10
경찰이 학동 참사에 대한 1차 수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참여자치21은 이 발표가 수사의 마무리를 위한 수순 밟기가 아니라 참사의 근본 원인을 파고드는 출발이 되기를 기대한다.

학동 참사 초기 언론의 보도와 경찰의 수사는 안전 조치 미비, 불법 하도급에 맞춰져 있었다. 현대산업개발이 일반 건축물 철거 공사를 수주할 때 평당 28만 원이었던 공사비는 재하도급을 거치며 평당 4만 700원까지 내려갔다. 재하도급을 맡았던 백솔의 사장이 작은 이윤이라도 챙기기 위해서는 공기를 단축하는 무리한 공사를 진행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노출되어 있었다.

심지어 사고의 이면에는 원청인 현대산업개발과 하도급업체인 다원 측의 부당한 지시가 있었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은 비산 먼지에 대한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공중 살수를 지시해 사고를 유발시켰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이는 학동 참사의 원인이 원청의 부당한 불법 하도급에 있음을 명백히 보여준다. 그러나 부당한 지시를 한 원청에 대한 수사의 칼날은 무디기만 하다. 이 사건으로 갇힌 사람은 백솔의 사장과 감리 정도에 불과하다. 다른 사건과 마찬가지로 이 사건도 깃털 몇 개 뽑아내고 말 것이라는 냉소가 나오는 이유이다.

문제는 더 있다. 이번 사건을 통해 불법 재하도급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보완되더라도 재개발사업에서의 참사는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재개발사업에 암처럼 자리한 불법적 카르텔이 끊임없이 불법적인 상황을 부추길 것이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재개발 추진위원회에서 재개발사업 시행 인가가 나기까지는 통상 10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이 불법의 카르텔은 10년 동안 서로를 보듬으며, 끈끈히 연대한다.

우선 시공사는 이 10년의 기간 동안 매달 2000만 원에서 3000만 원 정도의 사업 진행비를 댄다. 여기에는 약 800만 원에 달하는 조합장의 월급과 활동비, 그리고 건설 관련 자격을 갖춘 인력들과 재개발조합 직원들에 대한 수천만 원대의 인건비가 포함된다. 부동산개발 대행업체와의 계약에 드는 비용은 별도이다. 이 대가로 시공사는 재개발조합의 도움을 받아 고가의 분양가로 시공권을 따내 수천억 원의 수익을 챙긴다.

재개발 조합장은 재개발조합 활동 과정에서의 편의를 제공받는 것은 물론 철거 공사와 관련된 이권, 때로 임대주택 운영권과 처분권을 차지하여 막대한 부를 쌓아 올린다. 이번 학동4지구 조합장인 조모 씨가 두 차례 재개발 사업 조합장을 하면서 막대한 부를 축적했고, 이 돈으로 인근의 알짜배기 건물들을 사들였다는 말이 흘러나오는 것은 이런 저간의 사정과 밀접히 연결되어 있다. 이들이 소위 가족과 지인 중심의 지분 쪼개기를 시도한 것은 단지 분양 딱지 한 장을 얻기 위한 것이 아니고 조합을 장악하기 위한 것이라는 말이 상당한 설득력을 갖는 이유이기도 하다.

여기에 기획부동산과 조폭들이 연결된다. 모든 업체가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상당히 많은 부동산 개발업체는 조폭을 끼고 있는 경우가 많다. 원주민의 반대를 찍어 누르고, 재개발 조합을 장악해 불법적인 행위를 하기 위해 폭력적인 수단이 활용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미국으로 도피한 문흥식은 지역의 한 조직폭력배 출신으로 학동3지구 부동산 정비업체인 미래파워의 호남지사장이었고, 학동4지구의 개발 과정 초기에는 지사장, 이후에는 고문 자격으로 개발 사업에 개입해, 조합장 선거에 불법적으로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다. 기획부동산은 지분 쪼개기에 조직적으로 개입해 이들의 재개발조합 장악을 돕고, 분양권을 취득해 이익을 얻는다. 이들은 지역의 유력자(정치인 등)와 결탁하고 공무원들에게 이권을 제공하여, 인허가를 쉽게 하고 공적인 감시의 눈을 마비시킨다.

시공사, 부동산개발 사업자, 부동산 정비업체, 기획부동산, 공무원으로 연결되는 이 불법적인 이권 구조는 시민들의 안전을 도외시한 채 광주를 아파트 숲으로 도배해 가며 자신들의 배를 불려 왔다.

이 불법의 카르텔은 참사가 발생한 학동4구역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불행한 참사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이 불법적 카르텔을 반드시 손봐야 한다. 이를 위해 수사는 광주의 재개발 사업지 전체로 확대되어야 한다. 이것이 광주시민들이 경찰에게 요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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