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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출신 이미례 동화작가 “세상의 소리는 모두 저마다의 노래”
‘시계 수리점…’ ‘앵앵이와…’ 발간
2013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등단
“교사생활하며 동화쓰니 더 행복”
2021년 03월 04일(목) 05:00
“제 동화의 주제는 타인과 소통하고 생명과 교감하는 삶입니다. 삶의 경험이 적은 어린이들은 책을 통해 타인과 세계에 대한 이해를 넓혀가지요.”

현직 교사인 광주출신 이미례 동화작가가 최근 2권의 동화책을 펴냈다.

“정년이 2년 남았다”는 이 작가에게선 초등학교 교사로서 반평생을 살아온 이의 자긍심과 얼마 남지 않은 아이들과의 생활에 대한 아쉬움이 묻어났다. 한편으론 오랫동안 초등 교사로 어린이들과 함께 생활해온 이에게서 배어나오는 따스한 정감도 느껴진다.

일반적으로 교사나 공무원 하면 ‘규칙’에 익숙한 이미지가 떠오른다. 생활이 삶의 무늬를 만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법. 그러나 창작은 정해진 규칙 너머의 다양한 삶을 그리려는 의미와 관련돼 있다. 동화 쓰기가 “교실 밖으로 나와 자유로운 날개로 시원한 바람을 맞는” 행위에 비견되는 것은 그 때문이다.

이번에 이 작가가 발간한 단편동화집은 리틀 씨앤톡 출판사에서 발간한 ‘시계 수리점의 아기 고양이’와 장편동화 ‘앵앵이와 매암이’. 전자는 길고양와 어린이를 모티브로 한 동화이며, 후자는 굼벵이와 매미를 소재로 다룬 작품이다.

특히 단편집 ‘시계 수리점의 아기 고양이’에는 지난 2013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동명의 작품이 수록돼 있다. 동화마다 길고양이와 어린이들이 등장해 서사의 재미와 잔잔한 감동을 준다.

“2012년과 2013년에 광주교육대학교에 파견을 나가 있었어요. 대학원에서 초등국어교육 공부를 하면서 글을 썼습니다. 당시 동화로 신춘문예에 도전을 했는데 운 좋게도 당선이 됐지요. 길 고양이를 소재로 한 작품이었는데, 그렇게 내 오랜 꿈을 길고양이들이 이뤄줬습니다.”

이 작가는 어린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생명의 소중함과 타인과 함께하는 가치를 알게 하는 것이라고 본다. “어린이들이 가장 많이 보는 책이 동화책이기 때문에” 그런 의도를 담은 작품을 쓰려고 한다.

사실 동화는 늘 그의 곁에 있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이야기책을 읽어주다가” 또는 “국어수업을 하면서 만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창작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건 아기 고양이 ‘나비’를 만나면서다.

“언젠가 어느 여름에 어린이 대공원(지금의 중외공원)에서 자전거를 타다가 ‘나비’를 만나게 됐어요. 그때 알게 됐습니다. 길고양이 한 마리가 자신의 삶을 얼마나 힘겹게 이어나가는 가를….”

그 이후로 이 교사의 삶이 바뀌었다. 생명의 소중함을 담은, 한 생명체의 삶의 과정을 동화로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작품들의 밑바닥에 깔린 주제의식은 모두 그런 연장선에서 파악된다.

자연스럽게 생명의 소중함은 “꿈의 소중함”으로도 연계된다. 장편 ‘앵앵이와 매암이’는 매미가 될 굼벵이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매미는 굼벵이로 땅속에서 7년을 보냅니다. 기나긴 시간은 어려움을 극복해 내고 꿈을 키우는 시간이지요. 그러다가 밖으로 나오면 고작 반 달을 삽니다. 그런데 매미는 뜨거운 한여름 온 세상을 노래로 채우지요. 우리 아이들도 두 마리의 굼벵이처럼 서로 다름을 인정하면서 자신만의 아름다운 꿈을 키워 갔으면 좋겠습니다.”

이 작가는 “세상의 소리는 그냥 소리가 아니고 저마다의 노래”라고 말한다. 아이들은, 아니 모든 사람들은 ‘자신만의 노래를 갖고 태어나 자신만의 노래를 부르며’ 산다는 의미로 다가온다.

오십대 초반에 신춘문예에 등단했지만 작가는 오랫동안 문학에 대한 짝사랑을 품고 살았다. 80년대 청춘의 시절 “내 삶을 지배한 건 시”였다는 말에서 문학에 대한 열망, 창작에 대한 숨은 열정이 읽혔다. 한동안 동인 활동을 하면서 ‘남도규수문학’이라는 동인지를 3회까지 발간했다. 훗날 이어지진 못했지만 “운명처럼 동화를 만났기에” 그것만으로도 족했다.

교사로 재직하기 때문에 동화 쓰기가 어렵겠다는 물음에 “오히려 더 행복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시간의 부족보다 상상력의 부족이 오히려 힘들다는 얘기로 들린다. 아이들의 생각을 들여다보며 이야기 씨앗을 찾으려 하면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그것은 아마 “아이들을 교육의 대상으로만 보기 때문”일 터다.

지금까지 이 작가는 11개 초등학교를 거쳐 왔다. 돌아보면 아득하지만 아이들과 함께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뿌듯하다. 앞으로도 마음 따뜻하고 재미난 이야기를 쓸 생각이다.

“저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좋아요. 그 웃음이 있어 내 삶도, 동화도 가능했습니다. 아이들이 고맙거든요.”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