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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리즘
2020년 09월 21일(월) 00:00
진보와 보수 두 진영으로 갈라져 진흙탕 싸움을 이어 가고 있는 우리 정치 현실에서 인터넷 포털에 대한 국민의 선호도 역시 ‘어느 진영에 속해 있느냐’에 따라 극명히 달라진다. 이는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이야기다. 한 가정 내에서도 부자간이나 부부간에 선호하는 포털이 달라 갈등을 빚는 일이 드물지 않다.

포털별로 하루 방문자가 최고 수천만 명에 이르는 우리 현실에서 ‘첫 화면에 어느 진영의 입장을 대변하는 기사가 우선 배치되는지, 그리고 어느 진영에 유리한 기사가 더 많이 띄워져 있는지’ 등은 그야말로 민감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포털에 띄워진 뉴스나 기사의 배치 및 편집 방향에 따라 매일매일 여론이 요동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 정치권에서 ‘포털의 뉴스 배치와 편집 방식’에 대해 또다시 문제를 제기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국내 대표 포털인 ‘네이버’와 ‘다음’은 길게는 5년 전부터 “100%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활용해 뉴스를 편집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기계나 다름없는 인공지능’이 기사를 배치하고 편집하기에 사람의 손이 개입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인공지능이 기사를 배치하고 편집하는 방식을 결정하는 ‘알고리즘’은 사람이 만든다는 점이다. 사람이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인공지능의 의사결정 방식을 처음부터 특정 방향으로 편향시키거나 고정시켜 놓을 수 있다는 의미다. 포털 다음(daum)을 창업한 이재웅 씨도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인공지능 시스템이니까 중립적이라고 하는 것은 잘못된 얘기’라며 “어떤 가치 판단을 가지고, 어떻게 뉴스를 편집하도록 설계된 인공지능인지부터 밝혀져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거치면서 우리 사회는 일부 포털의 뉴스 배치와 편집 방향 논란에서 촉발된 ‘민심 왜곡’과 ‘국론 분열’이라는 홍역을 치러왔다. 더 이상의 ‘여론 조작’을 허용하지 않기 위해서는 권력에서 독립된 특별위원회를 구성, 포털의 뉴스 편집 및 배치와 관련된 인공지능 알고리즘의 설계도와 내용을 공개하고 중립성을 검증하는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

/홍행기 정치부장redplane@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