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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뽑기
2020년 09월 18일(금) 00:00
제비뽑기는 고대부터 선택이나 분쟁의 여지가 있을 때 이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쓰였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애초 제비뽑기는 그 결과를 신의 뜻으로 받아들여 제물이나 희생자를 결정할 때 주로 사용했다. 하지만 점차 선호하는 일이나 꺼려하는 일의 대상을 가릴 때 활용하는 분쟁 해결 방식으로 발전했다.

매년 4월 태국에서 열리는 군 장병 입대 여부 결정을 위한 제비뽑기는 현대 들어서도 눈길을 끄는 행사다. 태국은 해마다 군 장병을 모집하는데 애초 정해 놓은 장병 수에 미달할 경우, 만 21세가 넘은 남성들을 대상으로 제비뽑기를 실시한다. 빨간색 공을 뽑으면 입대, 검은색 공을 뽑으면 면제다. 추첨 과정에서 빨간 공이 떨어지면 모집 정원을 모두 채운 만큼 곧바로 제비뽑기가 끝난다.

이 때문에 지난 2018년 4월 9일, 인기 그룹 ‘갓세븐’의 태국인 멤버 ‘뱀뱀’의 입영 추첨 현장 생중계에는 전 세계 K팝 팬들의 시선이 쏠렸다. 이날 유튜브 ‘타이 티비 뉴스’ 계정으로 생중계된 뱀뱀의 추첨 현장을 보기 위해 무려 1만 명이 넘는 팬들이 접속한 것이다. ‘뱀뱀’은 추첨 순서가 되기 전에 모집 정원이 충족돼 제비뽑기를 하지 않고 바로 면제를 받았다.

제비뽑기로 통치자나 정치인을 선발한 예도 있다. 일본 무로마치 막부의 제6대 쇼군인 ‘아시카가 요시노리’는 제비뽑기 쇼군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그는 제3대 쇼군인 아시카가 요시미쓰의 3남으로, 적자가 후사 없이 요절하는 바람에 남은 계승권자들의 제비뽑기를 통해 쇼군이 됐기 때문이다.

고대 도시국가 아테네에서는 제비뽑기로 공직자를 뽑았기 때문에 가문이나 능력에 상관 없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었다. 다만 관리의 임기를 1년으로 하고 중임을 금지했다. 장군이나 돈을 관리하는 주요 공직자는 투표로 뽑았다.

제비뽑기는 조건이 평등하다는 점에서 좋은 분쟁 해결 방법이다. 하지만 추미애 법무부장관 아들의 통역병 탈락의 경우처럼, 대상자 측이 스스로 평등한 능력이나 조건이 아니라고 생각할 때에는 뽑기 자체를 불평등하게 여기거나 반발할 수도 있다.

/채희종 사회부장 chae@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