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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여름나기
2020년 08월 20일(목) 00:00
[신 준 혁 수완청연한방병원 대표원장]
기나긴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됐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7~8월에는 습도가 높아 체온 조절이 잘되지 않는다. 어린이나 노약자들은 각별한 건강 관리가 필요한 시기다. 한의학에서는 하지(夏至) 이후 더위 때문에 발생되는 질병들을 통틀어 서병(暑病)이라고 한다. 서병(暑病)에는 양서(陽暑)와 음서(陰暑)가 있는데, 이는 각각 열사병·냉방병 개념과 유사하다.

여름철 장시간 보행하거나 실외 작업으로 더위에 상하는 경우를 양서(陽暑)라고 한다. 이는 현대의 열사병과 가장 유사한데, 열사병이란 과도한 고온 환경에 노출되거나 더운 환경에서 작업·운동 등을 하면서 신체의 열 발산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아 고체온 상태가 되면서 발생하는 신체 이상을 말한다.

노년층의 경우 노화 때문에 땀샘이 감소해 땀 배출량이 줄어들어 신체의 열 발산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므로, 더위에 장시간 노출될 경우 심하면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으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열사병이 의심될 때 할 수 있는 응급조치 방법으로는 먼저 서늘하고 그늘진 장소로 환자를 옮겨 안정을 취하게 해야 한다. 또 이온 음료 등으로 체내에 부족한 수분을 보충하게 하고 셔츠나 벨트 등 몸을 꽉 조이는 옷들을 풀어 준다. 젖은 수건 등으로 환자의 몸을 감싸 열을 떨어뜨리는 것도 도움이 된다.

여름철 더위를 피하기 위해 오랫동안 바람을 쐬거나 찬 것을 많이 먹은 뒤 속이 차가워져서 나타나는 여러 질병을 음서(陰暑)라고 한다.

음서(陰暑)는 현대의 냉방병과 가장 유사한데, 실제로 여름 질병은 더위로 인한 것보다는 냉방기기 가동으로 인한 냉방병이 가장 많은 편이다.

고온다습한 날씨와 폭염으로 실외 활동이 제한되다 보니 실내의 냉방기기에 오래 노출돼 실내와 실외의 온도차에 적응하지 못하게 되고, 결국 전신적인 생리 기능 장애를 초래해 몸 곳곳에 문제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냉방병을 자가 진단하는 방법은 한 시간 이상 냉방기기를 사용한 후 복통, 설사와 같은 위장 장애가 생겼거나 감기에 걸린 것처럼 콧물이 흐르거나 두통이 생겼다면 의심해 볼 수 있다. 또 원인 모를 신경통이나 요통이 생길 수도 있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여름철 중요한 양생법(병에 걸리지 아니하도록 건강 관리를 잘하여 오래 살기를 꾀하는 방법)으로 적당한 땀을 내는 것이 좋다’고 했다. 여름이라고 무작정 시원하게만 지낼 것이 아니라, 신체 내부의 열기를 땀구멍을 통해 외부로 배출함으로써 바깥 온도와 체내 온도를 비슷하게 유지하는 것이 여름철 건강 유지에 좋다는 뜻이다.

건강하게 여름을 나기 위해서는 냉방기기에 대한 노출 시간을 줄이고 그늘이나 자연 바람을 이용하도록 한다. 폭염으로 인해 부득이 냉방기기를 사용해야 하는 경우에는 실내외의 온도 차이를 섭씨 5~8도 내외로 유지하도록 하고, 한 시간마다 창문을 열어 환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황제내경’과 ‘동의보감’에서는 ‘열은 기를 상하게 하므로 기(氣)가 약한 사람은 더위에 상하기 쉽고, 여름은 신장이 쇠약해지는 시기이므로 진액을 아껴야 한다’고 했다. 따라서 더위에 많이 노출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나, 더위에 약한 노인과 아이들은 여름철에 피로해지기 쉬우므로 적절한 보약을 복용하는 것이 현명하게 여름을 나는 방법이다.

여름철 명약으로 손꼽히는 ‘총명공진단’은 녹용, 당귀, 산수유, 사향 등으로 정성스럽게 빚어낸 약이다. 녹용은 양기를 돕고 혈액과 정수를 보하며 근골을 강화시켜 오장육부의 허로를 보하여 피로 회복에 탁월하다. 당귀는 혈액의 생성을 도와주고 혈액을 맑게 해 혈액 순환을 증진, 성질이 따뜻해 여성에게 특히 좋다. 산수유는 부족한 정액을 보하여 간, 신장의 기능을 항진시킨다. 사향은 몸의 막힌 기혈 순환을 촉진시키며 정신을 맑게 하고 병에 대한 저항력을 강화시켜 주며 심장을 강화한다.

하지만 몸에 좋다고 무턱대고 섭취하는 것보다 전문가 상담을 통해 자신에 맞는 약을 선택해 여름을 건강하게 보낼 수 있도록 관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