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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실패’ 부른 수도권 집중 이제 끝내야
공공기관 이전 이후 균형 대책 없어
최근 4년 호남인구 수도권 유출 급증
정부 또 수도권 규제 완화 나서
지방 죽이기…국가균형발전 역행
혁신도시 시즌2 등 구체적 실행 절실
2020년 07월 08일(수) 00:00
고 노무현 대통령의 공공기관 지방 이전 후 국가균형발전 관련 대규모 시책이나 프로젝트가 사라지면서 수도권의 초집중이 가속화하고 있는 시점에서 정부가 수도권 규제 완화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조치는 사실상 ‘지방 죽이기’로, 수도권 아파트 수요를 다시 폭증시켜 가격 상승을 이끌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정책 자체의 모순이라는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지난 6일 광주상공회의소 등이 ‘수도권 규제 완화 반대 공동 성명’을 발표한 것도 이러한 위기감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수도권 규제 완화…“지방 인구·기업 흡입할 것”=정부는 최근 ‘코로나 19 사태’를 계기로 리쇼어링(해외에서 국내로 복귀) 기업 유치를 위해 수도권 공장총량제를 완화하고, 지방에만 적용되던 중소기업 특별지원지역에 수도권을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광주상공회의소 등 5개 상의 회장들은 지난 6일 정부가 지방경제의 어려움을 뒤로하고 수도권 규제 완화를 선택한 것에 우려를 표했다.

5개 상의는 “국토의 11.8%에 불과한 좁은 면적에 인구의 절반 이상과 국가자원 대부분이 집중돼 있는 수도권의 사정이 주력산업 부진과 인구 유출로 심각한 위기에 처해있는 비수도권 경제 상황보다 더 절박하다고 판단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면서 “국가균형발전의 대의가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수도권으로의 지방 인구 유출이 심각한 상황에서 그나마 있는 수도권 규제를 완화한다면 지방의 인구·기업 이탈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호남권, 영남권에 이어 2019년에는 세종시가 있는 충청권에서도 인구가 수도권으로 유출되는 등 수도권은 갈수록 비대해지고 있다.

전남도 관계자는 “각종 기업 보조금에 세제 혜택까지 주며 기업을 유치하고, 일자리를 만들었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다”며 위기감을 토로했다.

◇“부동산 실패가 아니라 균형 실패가 문제”=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6년부터 2019년까지 4년간 호남권에서 수도권으로 유출된 인구수는 6만명이다. 2012년부터 2015년까지 4년간 수도권 이주 인구는 고작 1만명에 불과했다는 점에서 6배가 증가한 셈이다. 그만큼 지역 내 좋은 일자리와 대학이 없기 때문이다. 호남권만이 아니라 영남권도 마찬가지다. 최근 4년간 16만8000명이 수도권으로 이사했으며, 이는 그 전 4년간 7만1000명보다 2.5배에 달한다. 지난 2009년 2000명을 시작으로 2015년에는 최대 3만6000명의 인구를 수도권으로부터 넘겨받은 중부권(충청, 강원)마저 점차 수도권 순유입 인구가 감소하다가 2019년 8000명이 수도권으로 유출됐다.

이같은 수도권으로의 지방 인구 유출은 아파트 시장을 자극하면서 가격 상승을 주도하고, 여기에 투기세력이 더해지면서 부동산 시장을 교란시키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국가균형발전의 실패가 부동산 실패로 이어진 것이라는 의미다.

◇연방제 수준의 분권국가 공약…구체적인 실행 계획 시급=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연방제 수준의 강력한 분권 국가 구현’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구체적인 대형 프로젝트나 사업이 없는데다, 대기업, 대학 등의 수도권 존속 및 이전이 계속되면서 극도의 수도권 집중만 가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고 노무현 대통령이 추진한 제1차 수도권 공공기관 지방 이전의 효과가 사실상 사라졌지만, 2차 이전은 논의만 될 뿐 실현되지 못하고 있으며, 대기업이나 대학 등은 아예 거론조차 안 되고 있다.

지난 6월 광주전남연구원 오병기 연구위원이 발표한 ‘수도권 공공기관 2차 이전 필요성’ 자료에 따르면 정부 공공기관 362개 중 70.2%에 해당하는 254개 기관이 수도권과 충청권 등 중부권에 쏠려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부권인 호남에는 29개(8%), 영남에는 74개(20.4%)의 공공기관이 있을 뿐이다. 광주시와 전남도는 각각 2차 유치 대상 공공기관을 선정하는 등 적극 대응하고 있지만, 정작 정부에서는 움직임은 시급성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관측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국가균형발전’이라는 용어만 반복할 뿐 구체적인 실행이 없어 수도권 집중 현상이 고착화됐다는 지적이다.

/윤현석 기자 chadol@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