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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 그윽한 시로 소통하고 싶어”
조선의 시인 낭송시집 ‘꽃으로 오는 소리’ 발간
2020년 07월 02일(목) 00:00
꽃을 소재로 엮은 낭송시집이 발간돼 눈길을 끈다.

문병란문학연구소 초빙교수로, 담양 인문학가옥 시 창작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조선의 시인이 낭송시집 ‘꽃으로 오는 소리’(시꽃피다)를 발간했다. 지난 2월 ‘꽃, 향기의 밀서’를 펴낸 지 5개월 여 만에 새 작품집을 펴낸 것.

시인은 “꽃을 소재로 적잖은 시들을 써뒀는데, 묵혀두기보다는 향기 그득할 때 독자들과 소통하고 싶었다”며 “이번 시집에는 꽃과 나무에 깊이 빠져 있던 지난 시간들이 오롯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작품집에는 어리연꽃, 진달래꽃, 봉숭아, 민들레, 찔레꽃, 자운영, 인동초, 살구꽃, 해바라기, 장미, 상사화, 능소화 등 모두 52편의 ‘꽃詩’가 담겨 있다. 가만가만 꽃들의 이름을 불러보면 마치 눈앞에 펼쳐져 있는 듯한 착각을 준다.

어떤 연유에서 낭송시집을 출간했느냐는 물음에 화두와 같은 답이 돌아온다. 그대로 옮기면 낭송하기에 맞춤한 시가 된다.

“화들짝 꿈꾼 허구에/ 현기증만 덩그러니/ 신명 하나 얻지 못해/ 침묵 또한 깊은가/ 숨 고른 빈터마다/ 생의 벼랑 견디는 꽃/ 천기를 예감했을까/ 바람보다 가볍게 풀어내는 소리의 춤사위”

그는 꽃을 가까이하면 누구든 힐링이 된다고 강조한다. 마찬가지로 꽃을 가까이 하는 사회 또한 언젠가는 밝아진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아마도 농원을 운영했던 경험이 그의 시심의 발원지인 듯했다.

“울 밑에 봉숭아꽃 피어나면/ 어머니 손톱에는 붉은 강이 흘렀습니다// 홀로 견뎌야 하는 세상에서/ 남모르는 눈물을 손등으로 눌러야 했습니다/ 오래된 꿈 밖에서/ 가난은 산짐승처럼 웅크린 채 으르렁거렸습니다// 새들도 마음껏 노래할 수 없었던 시기에/ 배곯은 오후를 지나온 도둑 같은 밤이/ 장독대 소금항아리를 뒤덮으면/ 따사로운 별빛이 손톱 깊이 잦아들었습니다”(‘봉숭아 꽃물’ 중에서)

위 시 ‘봉숭아 꽃물’은 화자의 기억 속에 드리워진 내밀한 슬픔을 담고 있다. 가난하던 시절, 집안을 꾸려가던 어머니의 손톱에 물든 ‘붉은 강’은 화자의 뇌리에 강렬하게 각인돼 있다. 나지막이 읊조리면 감정이입이 되는 아름다운 시다.

문학평론가 박철영 시인은 “조선의 시인은 꽃을 통해 자신의 시를 돋보이게 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꽃이 던지는 언어를 깊이 공감하고 상상력과 결부하여 형상화한다”며 “그런 사실적 진실을 벗어나지 않은 진정성이 시적 상상력으로 진전한 것”이라고 평한다.

한편 조 시인은 농민신춘문예, 기독신문신춘문예, 미션21신춘문예로 등단했으며 신석정문학상, 김만중문학상, 안정복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어쩌면 쓰라린 날은 꽃 피는 동인이다’, ‘빛을 소환하다’ 등 6개 작품집을 펴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