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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시티 청산도 ‘느림우체통’ 1년 만에 개봉
60대 남편의 부부애 등 느림엽서 360통 수취인에게 발송
2020년 03월 05일(목) 00:00
완도 청산도 느림우체통.
“결혼하고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변함없이 서로 사랑하고 지냅시다.” <어느 한 부부>

“나는 여전히 널 잊지 못하고 남을 사랑하기 힘들다.” <헤어진 연인>

완도군은 “청산도 범바위전망대에 설치한 ‘느림우체통’에 1년간 쌓인 엽서 360통을 지난달 25일 발송했다”고 4일 밝혔다.

이 느림우체통은 아시아 첫 슬로시티로 지정된 완도 청산도가 지난 2007년 처음 설치해 매년 운영하고 있다.

완도군은 청산도 여행자가 500원에 구입한 엽서에 글을 써 우체통에 넣으면 이듬해 2월 한꺼번에 원하는 주소로 보내주고 있다. 지금껏 보내준 엽서는 4000여통에 이른다.

엽서에 담긴 사연도 가지가지다.

60대 남편의 부부애, 떠나보낸 연인의 행복을 비는 안타까운 사연들이 배달됐다.

한 취업준비생은 “1년 뒤에 과연 어떤 일을 하고 있을지, 직장은 구했을지 궁금하다”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털어놓기도 했다. “내년에 중학교에 올라가는데 공부 열심히 할 테니 용돈 좀 올려 달라”는 사연 대신 귀여운 그림으로 대체한 엽서도 눈길을 끌었다.

이런 내용의 ‘청산도 편지’가 위안을 주고 추억을 되살려준다는 평가가 나오자 올해는 섬 한가운데 자리한 드라마 ‘봄의 왈츠’ 촬영장소에도 우체통 하나를 더 세우기로 했다. 청산도 풍광 사진을 배경으로 느림 엽서도 만들고 있다.

다만, 받는 사람의 주소를 기재하지 않았거나, 글씨 확인이 어려운 느림 엽서 8통은 발송하지 못했다.

/완도=정은조 기자·전남주재총괄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