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과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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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과 눈
2020년 02월 13일(목) 00:00
아침부터 저녁까지 뉴스에서는 연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소식이 보도되고 있다. 확진자 수가 추가되는 것에 촉각을 세우고, 확진자의 접촉자와 이동 경로까지 실시간 브리핑된다. 이 감염병의 여파로 백화점, 대형 마트 같은 사람이 많은 장소는 인적이 드물어졌고, 병원 역시 환자가 급감해 신종 코로나에 대한 두려움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우리 병원 역시 모든 환자에게 발열 체크를 하고, 환자들 또한 아주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

사스, 메르스, 그리고 신종 코로나까지 최근에는 더욱 잦은 간격으로 ‘바이러스’가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이러한 전염병이 최근에만 문제가 된 것은 아니다. 중세 시대에는 흑사병이 창궐하면 한 마을, 한 도시가 통째로 전멸되기도 했다. 물론 그때는 위생 관념도 희박했고, 지금처럼 원인 균을 찾아내고 치료하는 기술도 없었을 시기다. 분명한 것은 인간이 자연을 잠식해 가고, 환경이 파괴되면서 야생 동물과의 접촉이 잦아지며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침입했다는 것이다. 환경 파괴의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신종 코로나(2019-nCoV)는 인체 감염 7개 코로나 바이러스 중 하나로, 감염자의 비말(침방울)이 호흡기나 눈·코·입의 점막으로 침투될 때 전염된다. 감염되면 약 2~14일의 잠복기를 거친 뒤 발열(37.5도 이상) 및 기침이나 호흡 곤란 등 호흡기 증상, 폐렴이 주 증상으로 나타나지만 무증상 감염 사례도 드물게 나오고 있다.

많은 분들이 코나 입을 통한 전염은 인지하고 있지만, 눈을 통한 전염에 대해 의아해 하고 문의를 많이 한다. 바이러스는 피부로는 침투하지 못한다. 하지만 눈, 코, 입 안 점막은 피부보다 약한 부위로 바이러스가 들어갈 수 있다. 눈으로 전염될 수 있다는 것은 환자의 침 등이 눈에 직접 들어가거나 바이러스에 오염된 손으로 눈을 비빌 때 등에 해당한다.

대부분의 호흡기 감염병이 눈의 결막을 통해서도 감염이 이루어질 수 있다. 이것은 마스크가 자신을 보호하는 의미도 있지만, 타인을 보호하는 차원에서도 마스크 착용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 즉, 자신의 기침이나 재채기로 다른 사람에게 침이 튀는 것을 막아 줘야 하는 것이다. 또한 손을 자주 씻어서 손에 묻은 바이러스가 눈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아야 하며, 가급적 눈을 손으로 비비지 않아야 한다. 이는 모든 감염병에서 동일하다. 간혹 뉴스에서 중국인들이 보안경이나 임시방편으로 수경까지 착용하며 눈을 보호하는 모습도 보게 되는데, 잘 관리하기도 어렵고, 오래 착용하는 것도 힘들며, 감염 가능성은 일반적인 경로보다 떨어지기 때문에 권장하지 않는다.

바이러스는 호흡기 질환만 일으키는 것이 아니다. 안과에서도 바이러스로 인한 감염 질환이 있다. 엔테로 바이러스나 콕사키 바이러스에 의한 급성 출혈성 결막염, ‘눈병’이다.

1969년 7월 20일 아폴로 11호가 달 착륙에 최초로 성공했던 그해 여름 미국 동부는 눈병이 엄청나게 창궐했었는데, 토끼 눈처럼 붉어지고 심지어 피멍이 든 것처럼 검붉게 보였으며 눈 뜨기도 힘들고 눈에 생긴 이물감으로 잠자기도 힘든 증상을 호소했다. 하지만 가장 무서운 것은 이 질환의 전염 정도였다. 한 집에 한 명이 발병하면 거의 모든 가족에게 사흘 이내에 전염되었던 것이다. 이 질환을 흔히 ‘아폴로 눈병’이라고 부르는데, 모든 눈병(유행성 결막염)이 이런 심한 양상을 취하는 것은 아니다. 손을 잘 씻고 개인용 물건, 특히 수건 등을 따로 사용하는 등 개인 위생을 철저히 하면 얼마든지 예방할 수 있다. 수많은 눈병 환자를 대하는 안과 의사가 눈병에 걸리지 않는 이유는 손 씻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기억하시길 바란다.

신종 코로나가 지나가고 또 다른 바이러스가 침투한다고 해도 손 씻기와 마스크 착용, 기침 예절 등 개인 위생을 잘 지킨다면 우리가 걱정하는 최악의 상황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감염도 감염이지만 위축된 경제 활동에 모두 힘들어 하고 있다. 새봄에는 편하게 산책을 하고, 맛있는 것도 먹으러 가고, 쇼핑을 즐기고, 영화를 보러 갈 수 있는 그런 평범한 일상이 다시 찾아오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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