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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자들의 시간
‘내로남불’의 20대 국회
‘혁신 경쟁’ 이끌어 내야
2020년 01월 08일(수) 00:00
임 동 욱 서울취재본부장·선임기자
4·15 총선이 100일도 남지 않게 되면서 사실상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유권자들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는 셈이다. 다당제로 시작한 20대 국회는 협치가 실종되면서 역대 최악의 국회였다는 평가다. 박근혜 정권의 붕괴를 부른 ‘촛불 혁명’에도 불구, 여야의 갈등과 대립으로 식물·동물 국회가 이어지면서 민심의 기대에 전혀 미치지 못했다.

‘민생 경제를 최우선으로 챙기겠다’는 대국민 약속은 헌신짝처럼 버려졌고 국민 통합보다는 오히려 보수·진보 이념 갈등과 진영 논리가 작용하면서 선동의 정치는 증폭됐다. 협상과 타협, 존중과 품위, 양보와 배려 등의 단어는 사라진 지 오래고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신조어가 20대 국회를 상징하고 있다. 증오의 정치만이 20대 국회 막판까지 폭주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러한 상황을 반영하듯 여론조사 기관인 리얼미터가 최근 전국 19세 이상 성인 5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포인트) 결과, ‘100점 만점’ 기준으로 볼 때 20대 국회의 의정 활동은 낙제점이나 다름없는 18.6점으로 평가됐다. 국민 10명 중 8명은 20대 국회가 의정 활동을 ‘잘못했다’고 평가했고, ‘잘했다’는 사람은 10명 중 1명꼴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21대 총선은 유권자들의 냉엄한 ‘심판의 무대’가 될 전망이다. “이게 나라냐”며 촛불을 들었던 민심이 이제 “이게 정치냐”라며 분노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황은 만만치 않다. 여야 모두 심판의 대상인 반면 적절한 대안 세력이 없다는 점에서 민심의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다.

정치권의 전망도 엇갈린다. 일단 문재인 정부 중반기에 치러지는 총선이라는 점에서 ‘여당 심판론’이 우세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좀처럼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는 민생 경제와 개선되지 않는 각종 경제 지표, 정체 상태의 한반도 비핵화 문제, ‘조국 사태’ 및 청와대 선거 개입 논란 등 여권에 대한 심판이 이뤄질 요건은 충분하다.

하지만 ‘정권 중간 평가’나 ‘여당 심판론’도 야당이 제 역할을 하고 있을 때 얘기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서 한 발짝도 못 나가고 오히려 ‘태극기 부대’와 함께 하는 등 퇴행적 모습마저 보이고 있다. 국민의당 또한 제3당으로 시작했으나 분열로 몰락한 상황이다. 이 같은 현실은 21대 총선에서 오히려 ‘야당 심판론’을 소환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은 여당인 민주당과 20% 가까이 차이가 나고 있으며, 소수 야당들의 지지율도 바닥인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근간으로 하는 제3지대 신당의 돌풍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기존 여야 기득권 정당들에 대한 민심의 반감이 그 어느 때보다 강하기 때문이다. 호남을 근간으로 하는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대안신당 등이 이를 모색하고 있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지역과 진영을 넘어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구심점과 역량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단순한 이합집산을 통한 ‘국민의당 시즌 2’로 민심의 지지를 얻기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최근 정계 복귀를 선언한 안철수 전 의원을 주목하고 있지만 그간 보여 온 행보를 보면 큰 변수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다.

결국 21대 총선을 관통할 정치적 화두는 ‘혁신’이 될 가능성이 크다. 20대 국회를 지켜봤던 민심의 저변에 ‘이대로는 안 된다’라는 위기의식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여야를 떠나 어느 정당이 철저한 혁신을 통해 미래의 비전을 제시하느냐에 따라 민심의 지지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과감한 인적 쇄신과 새로운 인물 영입은 혁신 경쟁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보수 통합은 물론 제3지대 신당의 성공 여부도 과감하게 기득권을 버리고 기존 구도를 허무는 혁신적 접근이 핵심이다.

2020년 대한민국이 마주하고 있는 현실은 엄중하다. 경제, 외교, 안보, 민생 등 그 어느 것도 쉽지 않다. 결국 정치가 위기의 시대를 극복하는 동력이 돼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지역·진영·세대를 넘어 미래로 가야 한다. 이제 촛불 혁명을 이뤄냈던 유권자들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정치 혁신의 동력은 결국 적극적인 ‘참여’다. 정치를 혁신 경쟁의 무대로 이끌어야 한다. 이는 우리가 마주한 시대적 과제이기도 하다.

/tu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