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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지서 지친 마음 고향 바다가 안아줬죠”
전남어촌특화센터 선정 우수 귀어인 여수 화태마을 박민호 어촌계장
외지 생활 34년 … 치킨·노래방 등 자영업 두루 거쳐
1년간 시행착오 끝 문어단지업·우럭 판매로 수익
수산물 직거래 확대로 수익 다변화·귀어 교육 계획
2019년 12월 11일(수) 04:50
“귀어는 미래입니다. 열심히 찾으면 바다는 일자리의 보고입니다.”

박민호(51) 어촌계장은 여수 남면 화태도 화태마을에서 태어났다. 그는 섬에 중학교가 없는 탓에 진학을 위해 뭍으로 나간 뒤 오랫동안 객지생활을 했다. 치킨 장사도 해보고 노래방도 해봤다. 하지만 그는 각박한 도시생활에 몸과 마음이 조금씩 지쳐갔고 터닝 포인트가 필요했다. 그렇게 그는 지난 2016년 화태마을로 귀어했다.

“바다가 주는 풍요와 여유로움이 그리워 무작정 고향을 찾았습니다. 처음 1년 동안 바다가 결코 만만치 않다는 호된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매일 새벽에 일어나야 하니 힘들더군요. 지금이야 적응돼서 괜찮지만 처음에는 눈 뜰 때마다 고역이었어요.”

박 계장은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무작정 0.9t짜리 배를 구입해 1년에 3분의 1 이상 바다로 나갔다”며 “고기도 없는 어장으로 나가는 바람에 허탕을 쳤고 동네 어르신들한테 많이 혼나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마을에 들어온 지 2년만에 어촌계장을 맡았다. 화태마을은 다른 어촌과 달리 ‘텃세’가 없었기 때문이다.

어촌계장을 하기 전 2년간 계원으로 활동하면서 그의 성실함을 지켜본 계원들의 추대로 어촌계장을 떠맡았다.

박 계장은 “처음엔 부담스러웠다”며 “마을 공동 일인 만큼 무작정 거절할 순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2.9t 짜리 어선을 구입한 뒤 본격적으로 문어단지업에 뛰어들었다.

박 계장은 “문어단지업을 선택한 이유는 어구 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했기 때문”이라면서 “또 화태마을 가두리양식장에서 기른 우럭을 반 건조한 상태로 판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력의 성과는 더디지만 서서히 나타났다. 지난해 박 계장은 수협 위판과 온라인 판매, 직거래 등을 통해 5900여만원의 수익을 거두기도 했다.

전남어촌특화지원센터 우수 귀어인으로 선정된 그는 귀어 교육·홍보에도 나설 예정이다. 귀어 희망자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에서 자신의 경험담을 적극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박 계장은 “화태도 앞 바다에서 나오는 돔과 우럭, 바지락, 문어 등 모든 어류·해산물의 품질이 뛰어나다”며 “일반 소비자와 연결하는 직거래 망을 점차 늘려 새로운 미래를 개척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귀어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꼭 이 말만은 해주고 싶어요. 정체된 삶이 아닌 새로운 길을 걷고 싶다면 귀어를 하라고요. 그리고 귀어 성공담보다는 실패담에 주목했으면 해요.”

/김한영 기자 young@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