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 시골학교 ‘전학생 무료 관사’ 무산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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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순 시골학교 ‘전학생 무료 관사’ 무산되나
선관위 “선거법상 기부행위 해당”
화순교육지원청 계획 취소 지침
일부 학부모 “지나친 원칙” 반발
2019년 12월 10일(화) 04:50
‘시골 학교로 전학을 오면 집을 준다’는 화순 아산초등학교의 계획이 선거법에 가로막혀 무산될 위기다. 고령화와 저출산, 농촌 이탈 등 농어촌지역 소규모 학교가 사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전남의 작은 초등학교가 야심차게 준비한 ‘실험’이 시작도 못하고 좌초된 것이다.

하지만, 일부 주민 사이에선 갈수록 황폐해지는 농어촌마을과 학교를 살리기 위한 정책이라는 점은 이해하지만, 집까지 지원하면서 학생을 유치하는 것은 다소 과한 것이 아니냐는 부정적 시각도 있다.

9일 화순교육지원청에 따르면 최근 화순 아산초에 ‘전학생 가족에게 무료로 집을 제공하려는 계획을 취소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최근 아산초가 사용하지 않는 관사를 철거한 뒤 주택 2가구를 짓고 전학을 오는 가족에게 제공한다는 소식을 접한 화순군 선거관리위원회가 “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기 때문이다.

전기·수도 등 기본 비용만 부담하면 돼 ‘사실상 무료로 집을 제공하는 것’으로, 이는 선거법에서 금지하는 ‘기부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게 선관위의 해석이다.

선거법상 단체장은 선거구민이나 연고가 있는 사람에게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화순군 북면 해발 800m 백아산 자락에 위치한 아산초교는 전교생 26명의 작은 시골학교로, 통폐합 위기에 놓이자 자구책으로 ‘주택제공’ 방안을 마련했다. 자연을 벗 삼아 교육할 수 있는 시골 학교로 전학을 원하지만, 정작 지낼 곳이 없어 전학을 오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는 판단에서다.

전남도교육청도 1억원 상당의 철거비와 부지를 지원했고, 화순군은 2억8000만원 상당의 건축비를 부담해 전학생을 위한 주택 건립을 추진했다.

하지만 최근 선관위의 지적에 따라 화순교육지원청은 아산초에 계획 취소 지침을 내렸고, 제공 주택의 건물가액 등을 고려해 학부모에게 월 60만원의 사용료를 받을 것을 지시한 상태다.

이에 대해 학교와 학부모 측은 “비싼 월세를 내면 전학을 오지 않을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일부에선 화순군 선관위와 화순교육지원청이 ‘지나치게 원칙만 따지고 있다’는 불만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 선거법에서는 ‘긴급한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자체 사업계획과 예산을 사용할 경우’ 예외적으로 기부행위를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남도교육청도 이 같은 예외조항을 들어 해당 사업을 재추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례 청천초의 경우 ‘농촌 인구 유입은 자치단체의 긴급한 현안’이라고 판단해 주택 6가구를 지어 사실상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소수이긴 하지만, 일부에선 주택까지 제공하며 일부 학교와 학부모, 학생만을 위한 제한적인 지원책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전남의 한 교육계 관계자는 “작은 학교와 농어촌을 살려보겠다는 의지에는 공감을 하지만 큰 예산을 극히 일부를 위해서만 사용한다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남에서는 올해 31개 학교(분교 포함)가 신입생이 없어 입학식을 생략했고, 신입생이 1명인 학교도 초등 4곳, 초등분교 10곳, 중학교 1곳, 중등분교 1곳 등 16곳에 달한다.

/박기웅 기자 pboxer@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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