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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퍼루프 시대, 얼마나 준비되어 있는가
2019년 12월 09일(월) 04:50
[구혜정 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 박사 과정]
테슬라의 공동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가 최초 제안한 하이퍼루프는 시속 1220㎞ 속도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15분 이내에 주파할 수 있는 차세대 교통수단으로 주목을 끌고 있다. 현재 가장 앞선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의 ‘하이퍼루프 원’(Hyperloop One)은 2016년 5월 11일 추진체 실외 시험 영상을 공개했고, 미국 네바다 사막에서 모의 주행까지 마쳤다. 뒤이어 HTT라는 기업은 2019년 2월에 프랑스 툴루즈 지역에 하이퍼루프 시험 트랙을 완성했으며, 캐나다 트랜스팟도 캡슐 차량을 개발 중이고 유럽 4개국의 하이퍼루프 표준화를 위한 연구도 진행 중이다. 중국도 진공 튜브 트레인 실험선을 140m 구축하여 실험하는 등 주요 국가들은 하이퍼루프 핵심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혁신적인 교통 수단의 등장은 인류의 삶을 지금과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바꿀 것이다. 직장과 거주지 선택의 범위가 확장되고 역 주변으로 신규 인프라가 구축되면 건설 경기 부양과 고용 창출의 효과를 가져와 경기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다. 이동 시간의 단축은 여가 시간의 증대로 이어져 엔터테인먼트, 여행 산업이 활성화되고 전반적 삶의 질을 향상시킬 것이다. 뿐만 아니라 친환경 에너지를 사용하는 초고속 이동 수단의 기술로 미세 먼지, 탄소 배출 등 대기 오염을 완화·감소시켜 범지구적 차원의 이익이 극대화 될 것이다.

이처럼 혁신적인 기술을 도입하기 위해 우리나라도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이 2009년 ‘하이퍼튜브’(HTX) 핵심 기술 연구를 시작했고, 2016년부터는 철도기술연구원, 건설기술연구원, 기계연구원, 교통연구원, 전자통신연구원, 전기연구원 등 6개 정부 출연 연구기관과 울산과학기술원이 핵심 기술 개발을 위한 협업을 시작했다.

이들은 진공 상태에서 열차를 음속에 가까운 1200㎞로 옮길 수 있는 핵심 기술을 개발하고 2026년까지 시험 운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보유 핵심 기술을 조기에 확보하고 기술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한 협업 전략을 마련하여 ‘서울~부산 20분 주파! 더 안전하고 더 빠르고 더 편리한 하이퍼루프 세상’을 구현하기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음은 매우 바람직하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KTX의 등장이 기존 교통수단의 축소·폐지·대체와 맞물려 새로운 사회적 갈등이 야기되는 과정을 목격했다. 그리고 여전히 KTX 정차역 유지를 위한 지자체들의 유치 경쟁이 치열한 시대에 살고 있다. 교통망과 도시 경관이 크게 변화되며 새로운 산업 인프라가 구축되면서 누군가는 이득을 보고 누군가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 이해관계자의 충돌과 기득권의 반발로 인한 사회적 갈등은 지역 갈등으로 확산될 수 있다.

우리가 하이퍼루프가 가져올 갈등에 대해 미리 준비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새로운 교통 수단의 등장은 철도 및 항공 등 기존 산업의 사업자 및 종사자들의 극렬한 반대로 사회 갈등이 유발될 수 있으며, 서울~부산과 같은 대도시에만 구축돼 일부 지역에만 혜택이 집중되면서 대도시와 중소도시간 삶의 격차가 커지고 초고속 이동 수단의 구축을 요구하는 핌비(PIMBY) 현상이 나타나는 등 새로운 사회적 갈등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우리는 혁신적인 교통수단의 등장이 가져올 변화에 얼마나 준비하고 있는가? 기술의 발전에만 집중하여 자칫 그 기술로 인해 촉발되는 사회 분열과 갈등은 외면하고 있는 건 아닌지 진지한 반성이 필요하다. 초고속 이동 기술로 인해 야기될 중소 도시의 인구 유출과 지역 경제 몰락에 대한 대비책에 대해 사회적 공감대를 미리부터 형성하는 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초고속 이동 세상의 구현에 앞서 글로벌 주요 국가의 수용성이 확보되지 못하여 제한적으로 운영되다가 퇴출된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Concord)의 사례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이퍼루프의 도입 및 확산의 전 과정에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이 이러한 미래를 전방위적으로 전략적으로 미리 준비해 곧 도래할 초고속 이동 시대에 또 다른 도약의 기회를 맞이하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