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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마인강변 따라 박물관 거리를 걷다…그 길에 괴테를 만나다
프랑크푸르트 박물관 거리 外
유럽 관문이자 교통허브
한해 560만명 다녀가는 국제도시
한국어 서비스 ‘시티투어버스’ 인상적
수공예·영화·건축 등 10개 늘어선 1.5km ‘박물관 거리’ 최고 산책코스
중세부터 21세기까지 예술세계 만나
2019년 09월 30일(월) 04:50
프랑크푸르트 마인강변에 조성된 박물관거리(Museumsufer)는 슈테텔 미술관, 영화박물관, 건축박물관 등 10개의 박물관이 늘어서 있다. 19세기 독일 건축의 전통을 엿볼 수 있는 리비히 조각박물관 전경.
한국인들에게 프랑크푸르트는 매우 친숙한 도시 가운데 하나다. 독일 베를린이나 유럽으로 여행을 떠나는 이라면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해당 도시로 가는 비행기로 갈아 타는 유럽의 관문이기 때문이다. 프랑크푸르트를 ‘체계적으로’ 둘러 보고 싶다면 도심 한가운데 자리한 프랑크푸르트 중앙역에서 출발하면 좋다. 지도를 펴거나 구글앱을 켜고 목적지로 향하는 관광객들도 있지만 중앙역 주변의 시티투어버스를 이용하는 이들도 많다.

지난 7월 초 오전 10시, 본격적인 시내 관광에 앞서 2층시티투어 버스에 올랐다. 조금 이른 시간이지만 버스 승강장에는 삼삼오오 탑승을 기다리는 관광객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잠시 후, 노란색의 세련된 디자인이 돋보이는 관광버스가 도착하자 20여 명의 관광객이 뷰가 좋은 자리를 잡고 ‘도시 탐험’에 나섰다. 2층 가장 앞쪽에 착석한 덕분에 도보로 둘러볼 때의 느낌과는 다른, 프랑크푸르트의 매력을 생생하게 실감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독일어나 영어가 아닌 한국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각 좌석에는 12개국의 국기를 상징하는 스티커가 부착돼 이어폰을 착용한 후 채널을 돌리면 12개 나라의 언어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미술관이나 주요 관광지의 한국어 가이드는 경험한 적이 있지만 시티투어는 처음이어서 신기했다. 새삼 한해 560만 여명이 다녀가는 국제관광도시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올드 & 뉴 박물관 거리(Museumsufer)

마인 강 남쪽 기슭의 거리 샤우마인카이(Schaumainkai)에 조성된 1.5km의 박물관거리는 매년 전 세계에서 200만 명이 다녀가는 도시의 랜드마크다. 프랑크푸르트의 속살을 제대로 느끼는 방법은 마인 강가를 따라 걷는 것이라고 할 만큼 최고의 산책 코스이기도 하다. 은행가인 요안 프리드리히 슈테델(Johnan Friedrich Stadel·1728~1816)이 기부한 저택과 컬렉션을 모태로 1817년 건립된 슈테델 미술관을 비롯해 수공예 박물관, 영화박물관, 세계민속박물관, 건축박물관, 통신박물관, 현대미술관, 리비히 하우스(Liebieghaus·조각박물관) 등 10개의 박물관이 늘어서 있다. ‘2012년 올해의 미술관’으로 선정된 바 있는 슈테델 미술관은 박물관 거리의 ‘얼굴’로 르네상스 시대의 미술품을 포함해 2700점의 회화와 10만 점의 드로잉, 600여 점의 조각을 소장한 독일의 보고(寶庫)이다.

슈테델 미술관과 리비히 남작(Baron Heinrich von Liebieg)의 빌라를 리모델링한 조각박물관(리비히 하우스)이 19세기 독일의 전통을 지녔다면 세계적인 건축가 리처드 마이어가 설계한 수공예 박물관(Museum Angewandte Kunst)과 호주 건축가 한스 홀레인이 디자인한 현대미술관(The Museum fur Moderne Kunst)은 20세기 현대 건축의 미학을 담아냈다. 관광객들은 중세시대의 미술에서부터 21세기 영화이야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예술세계를 한 곳에서 즐기는 색다른 체험을 한다.

독일의 대문호 괴테의 생가 내부 모습.


#관광 1번지, 뢰머광장

박물관거리 중간에 위치한 보행자 전용의 ‘아이젤너 다리’(Eiserner Steg)를 건너면 고풍스런 정취가 묻어나는 15~18세기 건축물이 하나 둘씩 등장한다. 그중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중세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뢰머 광장(Romerberg)이다. 이름에서도 드러나듯 로마인들이 정착했던 곳으로 광장 한가운데에는 1543년에 건립된 정의의 여신 ‘유스티치아’(Justitia)상이 자리하고 있다. 왼손에는 저울을, 오른손에는 칼을 들고 서 있는 동상 앞엔 기념사진을 찍으려는 관광객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

뢰머광장 맞은 편에 들어선 옛 시청사 건물 역시 도시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사적지다. 관광객 뿐만 아니라 웨딩촬영이나 특별한 모임을 갖는 시민들로 일년 내내 북적인다. 박제된 건물이 아니라 도시의 일상과 함께 호흡하는 풍경이 특별한 감흥을 준다.

뢰머광장에서 약 10여분 걷다 보면 빌리 브란트 광장과 유럽연합의 화폐인 유로를 기념하는 대형조각물이 나온다. 유럽의 맨하튼으로 불리는 이 곳에 세계적인 문호 요한 볼프강 폰 괴테(1749~1832)의 생가가 숨쉬고 있다. 괴테가 태어나 대학에 입학할 때까지 16년 동안 살던 집이다. 다른 건물들과 마찬가지로 2차세계대전 때 파괴됐지만 이후 복원돼 박물관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괴테 하우스에 들어서면 바로크 양식으로 정교하게 조각된 거울과 노란 색으로 꾸며진 방과 정원을 만나게 된다. 다른 미술관과 달리 괴테 하우스에선 괴테의 자필원고와 초상화, 서재를 엿볼 수 있다. 특히 그의 대표작인 ‘파우스트’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집필한 4층 ‘시인의 방’은 방문객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뢰머광장 등에서 2년에 한번씩 개최되는 루미날레(Luminale). ⓒ 프랑크푸르트 관광청.


#축제, MICE의 메카, 메세프랑크푸르트

유럽의 교통허브인 프랑크푸르트는 매년 수백 여개의 회의와 이벤트가 열리는 마이스(MICE·고부가가치가 높은 회의, 전시, 컨벤션 사업의 통칭)산업의 본고장이다. 한해 방문객 560여 만명 중 마이스산업 관광객이 70%인 460만 명에 달한다. 10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프랑크푸르트 모터쇼(1897년 개최)를 비롯 세계 최대의 북페어인 프랑크푸르트도서전, 루미날레 비엔날레와 조명 및 빌딩 박람회(Light +Building) 등 연간 평균 5억5천400만 유로의 매출을 기록한다.

프랑크푸르트가 마이스산업의 메카로 떠오른 비결은 10개의 전시홀과 30만㎡의 전시장을 갖춘 글로벌 전시주최사인 ‘메세 프랑크푸르트’의 힘이다. 마이스산업에 종사하는 인원만 2900여 명에 이를 만큼 지역경제를 이끄는 발전소 역할을 한다.

프랑크푸르트 관광청의 홍보담당 자비네 구노우(Sabine Gnau)는 “지난해 프랑크푸르트에서 개최된 회의와 이벤트는 약 7만9천874건으로 2017년에 비해 5.7%가 증가하는 등 매년 비약적인 성장을 하고 있다”면서 “프랑크푸르트의 다양한 문화콘텐츠, ‘메세 프랑크푸르트’와 같은 전문조직, 수백여 개의 호텔(3~5성급), 독일관광청과의 협업은 마이스산업의 탄탄한 경쟁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 프랑크푸르트=글·사진 박진현 문화선임기자 jhpark@kwangju.co.kr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