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함께 부르는 ‘문비어천가’
![]() |
아침 일찍 출근한 비서관이 한 사내를 발견한다. 사내는 복도 한쪽에 쭈그려 앉아 무언가를 하고 있다. 다가가 자세히 보니 놀랍게도 대통령이다. 대통령은 자신의 낡은 구두를 닦고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대통령은 시골뜨기라서 품위가 없다’는 소리를 듣고 있던 터. 비서관은 크게 맘먹고 충고한다. “대통령의 신분으로 구두를 닦는 모습은 또 다른 구설수를 만들 염려가 있습니다.”
이에 대통령이 말한다. “허, 자신의 구두를 자신이 닦는데 뭐가 부끄럽다는 건가?” 그리고 덧붙이는 말. “세상에는 천한 일이란 없네. 다만 천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있을 뿐이지.”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미국의 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이다. 그는 구두 수선공의 아들이었다. 어렸을 때 헤진 옷을 입고 발가락이 튀어나오는 신발을 신을 정도로 지독한 가난을 겪었다. 하지만 그는 대통령이 되어서도 달라지지 않았다.
여기 또 다른 대통령이 있다. 그가 자리에 앉으면서 양복 상의를 벗는다. 직원이 황급히 다가와서 탈의를 거든다. 대통령은 직원을 물리치며 말한다. “제 옷은 제가 벗겠습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한국의 19대 대통령 문재인이다. ‘서민 대통령’을 굳이 내세우진 않았지만 그도 알고 보면 ‘흙수저’ 출신이다. 이북 출신 피란민의 아들로 태어나서 링컨처럼 지독한 가난을 겪었다. 아마도 그러한 과거를 그는 지금도 잊지 않았을 것이다.
좀처럼 볼 수 없었던 모습들
문 대통령의 소탈한 행보가 연일 화제다. 참모들과 함께 각자 커피를 들고 산책하는 모습. 출근길에 마주친 시민들과 스스럼없이 ‘셀카’를 찍는 모습. 청와대 구내식당 배식대에 직접 줄을 선 뒤 3000원짜리 식사를 하는 모습. 초등학생에게 사인을 해 주기 위해 여느 할아버지처럼 미소 지으며 무릎을 꿇고 앉아 기다리는 모습.
이 모두 이전엔 좀처럼 보기 힘든 광경이다. 신선하다. 우리도 이런 대통령을 갖게 되다니. 미국의 오바마가 부럽지 않다. “사람 하나 바뀌었을 뿐인데….” 그 유명한 광고 카피처럼 대통령 한 명 바뀌었을 뿐인데, 대한민국이 달라졌다.
소소한 즐거움도 있다. 용모가 준수한 남자들을 자주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조국 민정수석, 임종석 비서실장, 청와대의 한 경호원, 그리고 좀 처지긴(?)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까지. 이들을 에프포(F4)라 하던가. 여기에서의 F4는 팬텀 전투기가 아니다. ‘꽃미남 4인방’(Flower Four)을 말한다. 그래서 ‘얼굴(용모) 패권주의’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왔다.
정권이 바뀌니 자고 나면 들려오느니 흐뭇한 소식이다. 하루가 다르게 우울한 소식만 쏟아졌던 지난 시절과는 확연히 다르다. 어둠이 사라지고 세상이 갑자기 환해진 느낌이다. ‘이제야 살맛 난다’는 사람들이 많다. 내 주머니에 1원 한 푼 더 들어오진 않을지라도, 국민을 이렇게 기쁘게 하는 것 바로 대통령의 존재 이유 아닌가.
우리를 즐겁게 해 주는 이가 또 있으니 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다. 손수 트렁크를 들고 이삿짐을 옮기는 모습이 정겹다. 출근길 남편을 배웅하는 모습은 또 얼마나 다정한가. 진한 분홍빛 원피스 차림의 그녀가 한 손으로 대통령의 허리를 감으며 속삭인다. “바지가 짧아 보이니 좀 내려 입으세요.” 대통령의 답이 재미있다. “이게 요즘 유행이래요.” 웃음이 터진다. 여느 보통 부부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선거기간 동안 ‘호남 특보’로 활약했던 김 여사는 늘 밝은 모습이다. “재인아. 우리 결혼할 거야, 말 거야?”라며 프러포즈했다는, 적극적이고 명랑한 성격의 김 여사. 그리고 착하고 조용한 성품의 대통령 남편. 속된 표현이어서 미안하지만 둘은 ‘한 쌍의 0000처럼’ 잘 어울려 보인다.
“들어가서 라면 하나 드세요.” 홍은동 자택에서 청와대 관저로 이사를 준비할 때. 찾아온 민원인이 ‘배가 고프다’고 하자 집으로 모시고 들어가 비빔국수를 함께 들었다는, 따뜻한 정숙 씨. 유쾌한 정숙 씨.
우리 속담에 “마누라가 이쁘면 발뒤꿈치도 달걀처럼 보인다”더니 우리 정숙 씨, 양쪽 눈언저리의 몇 가닥 주름살조차 아름다워 보인다. 떠올리기도 싫지만 60대 중반 비슷한 나이임에도 잔줄 하나 없었던, 깨끗해서 오히려 더 추했던 저 ‘거울 공주’의 모습과 너무나 대비되지 않는가.
이리 하루아침에 될 것을
새 대통령이 취임한 지 10일 정도가 지났다. 그동안 하루하루가 즐거웠다. 평소 어눌한 듯싶더니 어찌 그리 말도 잘하던지. 그 중에서 아직도 기억에 남는 대통령의 말씀.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감동적이다.
소통과 화합은 따뜻하게, 적폐 청산은 전광석화(電光石火)처럼. 그런 대통령의 행보도 좋았다. 총리에 호남 출신을 지명하고.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기간제 교사의 순직 인정을 지시하고. 눈물이 날 정도로 고마웠다. 역사 국정교과서 폐지 지시 또한 우리의 속을 후련하게 해 주었다. 이리 하루아침에 될 것을 그리 야단법석을 떨었던가.
어제는 5·18 민중항쟁 37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기념식에선 ‘임을 위한 행진곡’이 힘차게 울려 퍼졌다. 실로 얼마 만인가. 가슴이 뭉클했다. 문 대통령이 추모사를 마친 유가족을 따뜻이 안아 주는 장면에서는, 정말 참았던 눈물이 나도 모르게 주르륵 흘러내렸다. 대통령이란 무릇, 이처럼 국민의 아픔을 어루만져 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는 이 땅에서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 했던 링컨은 이런 말도 했다. “나는 천천히 걸어가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뒤로는 가지 않습니다.” “내가 바라는 것이 있다면, 내가 있음으로 해서 이 세상이 더 좋아졌다는 것을 보는 일입니다.”
비록 천천히 가더라도 이제 다시는 뒤로 가는 역사의 퇴행이 없기를! 마치 바퀴벌레 같은 꼴통 극우 보수세력이 다시 스멀스멀 기어 나와 집권하는 불행한 사태는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기를! 당신이 대통령이 됨으로써 이 세상이 더 좋아졌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 주시기를! 지금 모두 한목소리로 부르는 ‘문비어천가’(文飛御天歌), 이 흥겨운 노래가 정권이 끝나는 날까지도 계속 울려 퍼질 수 있기를!
그렇지 않아도 ‘대통령은 시골뜨기라서 품위가 없다’는 소리를 듣고 있던 터. 비서관은 크게 맘먹고 충고한다. “대통령의 신분으로 구두를 닦는 모습은 또 다른 구설수를 만들 염려가 있습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미국의 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이다. 그는 구두 수선공의 아들이었다. 어렸을 때 헤진 옷을 입고 발가락이 튀어나오는 신발을 신을 정도로 지독한 가난을 겪었다. 하지만 그는 대통령이 되어서도 달라지지 않았다.
여기 또 다른 대통령이 있다. 그가 자리에 앉으면서 양복 상의를 벗는다. 직원이 황급히 다가와서 탈의를 거든다. 대통령은 직원을 물리치며 말한다. “제 옷은 제가 벗겠습니다.”
좀처럼 볼 수 없었던 모습들
문 대통령의 소탈한 행보가 연일 화제다. 참모들과 함께 각자 커피를 들고 산책하는 모습. 출근길에 마주친 시민들과 스스럼없이 ‘셀카’를 찍는 모습. 청와대 구내식당 배식대에 직접 줄을 선 뒤 3000원짜리 식사를 하는 모습. 초등학생에게 사인을 해 주기 위해 여느 할아버지처럼 미소 지으며 무릎을 꿇고 앉아 기다리는 모습.
이 모두 이전엔 좀처럼 보기 힘든 광경이다. 신선하다. 우리도 이런 대통령을 갖게 되다니. 미국의 오바마가 부럽지 않다. “사람 하나 바뀌었을 뿐인데….” 그 유명한 광고 카피처럼 대통령 한 명 바뀌었을 뿐인데, 대한민국이 달라졌다.
소소한 즐거움도 있다. 용모가 준수한 남자들을 자주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조국 민정수석, 임종석 비서실장, 청와대의 한 경호원, 그리고 좀 처지긴(?)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까지. 이들을 에프포(F4)라 하던가. 여기에서의 F4는 팬텀 전투기가 아니다. ‘꽃미남 4인방’(Flower Four)을 말한다. 그래서 ‘얼굴(용모) 패권주의’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왔다.
정권이 바뀌니 자고 나면 들려오느니 흐뭇한 소식이다. 하루가 다르게 우울한 소식만 쏟아졌던 지난 시절과는 확연히 다르다. 어둠이 사라지고 세상이 갑자기 환해진 느낌이다. ‘이제야 살맛 난다’는 사람들이 많다. 내 주머니에 1원 한 푼 더 들어오진 않을지라도, 국민을 이렇게 기쁘게 하는 것 바로 대통령의 존재 이유 아닌가.
우리를 즐겁게 해 주는 이가 또 있으니 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다. 손수 트렁크를 들고 이삿짐을 옮기는 모습이 정겹다. 출근길 남편을 배웅하는 모습은 또 얼마나 다정한가. 진한 분홍빛 원피스 차림의 그녀가 한 손으로 대통령의 허리를 감으며 속삭인다. “바지가 짧아 보이니 좀 내려 입으세요.” 대통령의 답이 재미있다. “이게 요즘 유행이래요.” 웃음이 터진다. 여느 보통 부부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선거기간 동안 ‘호남 특보’로 활약했던 김 여사는 늘 밝은 모습이다. “재인아. 우리 결혼할 거야, 말 거야?”라며 프러포즈했다는, 적극적이고 명랑한 성격의 김 여사. 그리고 착하고 조용한 성품의 대통령 남편. 속된 표현이어서 미안하지만 둘은 ‘한 쌍의 0000처럼’ 잘 어울려 보인다.
“들어가서 라면 하나 드세요.” 홍은동 자택에서 청와대 관저로 이사를 준비할 때. 찾아온 민원인이 ‘배가 고프다’고 하자 집으로 모시고 들어가 비빔국수를 함께 들었다는, 따뜻한 정숙 씨. 유쾌한 정숙 씨.
우리 속담에 “마누라가 이쁘면 발뒤꿈치도 달걀처럼 보인다”더니 우리 정숙 씨, 양쪽 눈언저리의 몇 가닥 주름살조차 아름다워 보인다. 떠올리기도 싫지만 60대 중반 비슷한 나이임에도 잔줄 하나 없었던, 깨끗해서 오히려 더 추했던 저 ‘거울 공주’의 모습과 너무나 대비되지 않는가.
이리 하루아침에 될 것을
새 대통령이 취임한 지 10일 정도가 지났다. 그동안 하루하루가 즐거웠다. 평소 어눌한 듯싶더니 어찌 그리 말도 잘하던지. 그 중에서 아직도 기억에 남는 대통령의 말씀.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감동적이다.
소통과 화합은 따뜻하게, 적폐 청산은 전광석화(電光石火)처럼. 그런 대통령의 행보도 좋았다. 총리에 호남 출신을 지명하고.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기간제 교사의 순직 인정을 지시하고. 눈물이 날 정도로 고마웠다. 역사 국정교과서 폐지 지시 또한 우리의 속을 후련하게 해 주었다. 이리 하루아침에 될 것을 그리 야단법석을 떨었던가.
어제는 5·18 민중항쟁 37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기념식에선 ‘임을 위한 행진곡’이 힘차게 울려 퍼졌다. 실로 얼마 만인가. 가슴이 뭉클했다. 문 대통령이 추모사를 마친 유가족을 따뜻이 안아 주는 장면에서는, 정말 참았던 눈물이 나도 모르게 주르륵 흘러내렸다. 대통령이란 무릇, 이처럼 국민의 아픔을 어루만져 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는 이 땅에서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 했던 링컨은 이런 말도 했다. “나는 천천히 걸어가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뒤로는 가지 않습니다.” “내가 바라는 것이 있다면, 내가 있음으로 해서 이 세상이 더 좋아졌다는 것을 보는 일입니다.”
비록 천천히 가더라도 이제 다시는 뒤로 가는 역사의 퇴행이 없기를! 마치 바퀴벌레 같은 꼴통 극우 보수세력이 다시 스멀스멀 기어 나와 집권하는 불행한 사태는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기를! 당신이 대통령이 됨으로써 이 세상이 더 좋아졌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 주시기를! 지금 모두 한목소리로 부르는 ‘문비어천가’(文飛御天歌), 이 흥겨운 노래가 정권이 끝나는 날까지도 계속 울려 퍼질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