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문화시민] <6> 대구 오페라 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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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문화시민] <6> 대구 오페라 하우스
오페라 쉬워요 재밌어요
2016년 06월 22일(수) 00:00
대구 오페라 하우스의 어린이 오페라 교실에서 초등학생들이 오페라 ‘사랑의 묘약’을 각색한 ‘사랑의 단지우유’의 아리아를 배우고 있다. 〈대구 오페라 하우스 제공〉
‘대구에서는 주부들의 곗날 모임에 오페라 관람이 빠지지 않는다’. ‘대구의 40∼50대 중년 남성들도 오페라 아리아 한 두개쯤은 흥얼거린다’…. 몇 년 전 입소문을 통해 전해 들은 대구의 오페라 신드롬이다. 그리고 진원지는 바로 대구 오페라 하우스. 국내 유일의 오페라 전용홀을 갖춘 공연장 답게 오페라의, 오페라에 의한, 오페라를 위한 특화된 아트센터다. 이번 선진예술교육탐방은 ‘오페라의 도시’로 거듭난 대구의 이야기를 담았다.

〈편집자 주〉



지난달 중순 대구 오페라 하우스(대구시 북구 호암로 15) 1층 오페라 살롱. 과거 100석 규모의 연습실을 리모델링한 이곳에는 초등학교 어린이들의 오페라 교실이 진행되고 있었다. 초등학교 1∼5학년에 재학중인 60여 명의 학생들은 성악강사의 지도에 맞춰 오페라 ‘사랑의 묘약’을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각색한 ‘사랑의 단지우유’의 아리아들을 불렀다.

이날 수업은 오페라의 주요배역을 선정하기 위해 개개인의 발성실력을 테스트 해보는 ‘사랑의 단지우유 역할 나누기’. 어린이들이 ‘사랑의 단지우유’에 나오는 ‘정말 멋진 우리들의 사랑 이야기’ ‘너무 예뻐’ ‘수리 수리 마수리’ ‘랄라랄라라’ 등의 노래를 부르면 3명의 지도교사들은 발성과 목소리 톤에 따라 그에 걸맞은 배역을 정해주었다. 아직 발성이라고 부르기엔 많이 부족하지만 아이들은 마치 오페라의 주인공 된 듯 표정과 자세만큼은 사뭇 진지했다. 자체 제작한 교재를 들추어 보니 어렵고 생소한 오페라 용어와 작품 등이 알기 쉽게 설명돼 있었다. 어린이들은 역할 배정이 마무리 되면 매주 두차례(화·금요일 오후 4시) 본격적인 발성과 합창연습, 무대동선, 연기 연습, 파트별 연습과 드레스 리허설을 거친 후 오는 7월 22일 오페라 하우스 대극장에서 수료식을 겸한 발표회를 갖는다.

‘어린이 오페라 교실-오키토키 오페라’는 대구 오페라 하우스가 미래 오페라 관객을 길러내기 위해 마련한 특화 교육프로그램이다. 오페라(Opera)와 키드(Kid), 토이(Toy)의 합성어인 ‘오키토키’는 어린이들이 장난감을 만지는 것 처럼 즐겁고 부담없이 오페라에 다가갈 수 있도록 했다.

대구시 소재 초등학교에 재학중인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오페라의 역사와 작품이해, 오페라 특수 분장체험, 오페라 연주감상, 작곡 특강 등 다양한 이론과 실습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1년에 두차례 나눠 진행되는 오페라 교실은 모집공고가 나가자 마자 조기 매진될 정도로 학부모들 사이에 관심이 높다.

대구 오페라 하우스가 어린이 오페라 교실을 추켜든 이유는 단 하나, 오페라 인구의 저변확대를 위해서다. 클래식과 마찬가지로 관객층이 넓지 않다 보니 오페라 하우스의 미래를 위해선 어릴 때 부터 오페라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는 게 중요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대중가요나 팝송에 익숙한 요즘 어린이나 청소년 세대의 특성상 자칫 오페라를 알리는 데 소홀하다 보면 10∼20년 후 오페라 하우스를 찾는 관객들이 급감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꿈나라 토요문화 학교의 ‘맛있는 오페라’, ‘청소년을 위한 재미있는 오케스트라’, ‘유스 오페라 콰이어’(청소년 오페라 합창단) , ‘오페라 발레’ 등은 오페라 하우스의 대표적인 어린이, 청소년 대상 교육 프로그램들이다. 이 가운데 ’맛있는 오페라’는 지난 2012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와 전국 시도별 문화예술교육지원센타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학교밖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다. 오페라 하우스의 정체성을 살리기 위해 오페라를 주메뉴로 어린이들의 ‘입맛’에 맞는 다양한 레시피(요리법)로 오페라의 진수를 느끼도록 한 게 특징이다. 지난 5월 7일부터 약 3주간의 일정으로 진행된 ‘맛있는 오페라’는 오페라 재료알기(오페라 연주감상, 퀴즈게임)에서 부터 오페라 요리하기(노래 배우기, 대사 및 연기 연습하기), 오페라 맛들이기(티켓 발권 체험 및 감상교육), 마지막 코스인 오페라 음미하기 등으로 꾸며졌다. 매회 평균 40여 명이 ‘맛있는 오페라’를 통해 오페라의 세계에 발을 들여 놓고 있다.

지난해 부터 대구시 교육청과 MOU를 체결해 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재미있는 청소년 오케스트라’는 무엇보다 오페라 아리아와 게임, 만화, 영화에 등장하는 음악을 함께 접목시켜 흥미(fun)를 유도한다. 한해 평균 7000여 명의 학생들이 오케스트라의 선율에 풍덩 빠진다.

사실 오페라의 대중화를 가로 막는 가장 큰 걸림돌은 ‘오페라는 어렵다’는 선입견이다. 오페라 하우스가 어린이, 청소년 못지 않게 성인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오페라 강좌를 여는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오페라 클래스’, ‘오페라 가곡교실’ ‘나도 오페라 스타’는 시민들 사이에 필수코스로 인식될 만큼 오페라의 길라잡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특히 강의시간을 평일 오전 10시∼12시로 배치해 주부들의 참여를 이끌어 낸 점이 눈길을 끈다. 내용은 이렇다. 오페라에 대한 개요에서 부터 노래 발성, 연기, 아리아 배우기, 팀별 발표회 준비 등 3개월간의 교육을 통해 오페라의 진수를 만끽하도록 기획했다.

지난 2011년 처음으로 오페라 가곡교실에 참가했다는 주부 김명란(52·대구시 수성구 범어동)씨는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 는 여러 번 관람했는 데 그 때마다 감동이 다르다고 느낄 정도로 안목이 높아지고 있는 것 같다”면서 “외국 여행에서도 오페라 관람을 우선적으로 끼워넣을 만큼 오페라 관람은 내 삶의 한 부분이 됐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올해 처음으로 마련한 ‘함께 부르는 우리 가곡 데이’(이하 가곡데이)는 오페라 인구의 저변확대를 겨냥한 야심작이다. 대구시내의 자생적인 가곡 교실 회원들을 대상으로 기획한 ‘가곡데이’는 테너 엄정행, 바리톤 김동규, 테너 하석태 등 입담이 좋기로 소문난 이들 성악가들이 출연해 ‘기다리는 마음’ ‘뱃노래’ ‘목련화’ ‘그집 앞’ ‘박연폭포’ 등 친숙한 가곡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가곡을 잘 부를 수 있는 팁을 소개하는 ‘원 포인트 레슨’ 음악회였다.

이러한 오페라 하우스의 열정은 시민들의 오페라에 대한 관심을 끌어 올리는 기폭제가 되고 있다. 매년 오페라 하우스에서 자체 제작하는 3∼4개의 오페라는 전석 매진을 기록하고 있으며 10월에 열리는 국내 유일의 국제오페라축제도 대구는 물론 국내외에서 고정팬이 생길 정도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대구 오페라 하우스 김수정 홍보마케팅 팀장은 “클래스를 통해 오페라에 ‘눈과 귀가 열린‘ 수강생들은 자연스럽게 오페라 공연을 찾고 궁극적으로는 오페라 하우스의 단골 관객이 된다”면서 ‘지난 2003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국내 유일의 대구 국제오페라 축제가 문광부 선정 최우수 축제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도 이 같은 시민들의 관심에서 비롯됐다”고 강조했다.

/대구=박진현 문화선임기자 jh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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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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