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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영의 '그림생각' (144) 반려견
따뜻한 눈길 … 어미개의 모성 사람 못지않네
2016년 02월 18일(목) 00:00
이암 작 ‘어미개와 강아지’
바야흐로 우리나라도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는 가구가 천만 명을 넘어섰다 한다. 다섯 가구 중 한 가구 꼴로 반려동물과 살아가고 있는 셈이다. 이를 반영하듯 TV 프로그램에서 연예인 자녀들의 성장 스토리 붐에 이어 먹방/쿡방 유행과 함께 최근엔 반려견 관련 프로그램이 대세다. 반려견에게 식사와 배변 훈련을 시키는 ‘반려견 행동 전문가’가 나오는 ‘개밥 주는 남자’를 시청하면서 장차 반려동물 사업이 유망할 것 같다는 눈 밝은 예측도 해본다.

강아지에 대한 관심은 얼마 전 골든 리트리버 종의 강아지 한 마리를 분양받아 키우면서부터이다. 인형처럼 귀엽고 작은 강아지도 무서워 도망 다니던 때가 언제인가 싶게 생후 6개월 만에 대형견의 늠름함을 보인 우리 개가 사랑스럽게 여겨지는 것도 내겐 큰 반전이다.

오랜 세월 인간과 유대를 가져온 개의 이미지는 미술 작품 속에서 자주 만날 수 있다. 선사시대 벽화에서 모네 르누와르 피카소 등 거장들의 화폭, 21세기 제프 쿤스의 조각까지 개의 이미지는 집을 지키거나 반려동물로서 다양하게 등장한다. 우리 미술에서도 예외가 아니지만 가장 압권은 세종의 넷째 아들 임영대군의 증손인 문인화가 이암(1507∼1566)의 작품 ‘어미 개와 강아지’이다.

어미젖을 빨고 있는 강아지와 그 품을 파고드는 또 한 마리, 어미 개의 등에 기대어 잠든 강아지와 그들을 바라보는 어미 개의 어질고 따뜻한 눈길은 보는 이를 절로 미소 짓게 한다. 어미 개의 모습에서 사람에게보다 더한 모성의 위대함이 전해진다.

조선시대 회화에 등장한 개는 흔히 나무 아래 앉아있는 모습이 많다. 개의 한자어인 술(戌)과 지킬 수(戍), 나무 수(樹)와도 음이 같아 함께 쓰였다고 하며 나무 밑에 개를 그림으로써 도둑을 막는 힘이 생긴다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화가 이암은 그래도 나무는 주인공이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나무의 묘사가 어미 개와 강아지의 묘사에 비해 밀도가 떨어져 보인다.

〈광주비엔날레 전시부장·미술사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