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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사다리 6666 계단 오르니 정상 ‘세상을 품은 듯’
중국 태산에서 공자를 만나다
2014년 12월 11일(목) 00:00
중국 오악(五岳) 중 으뜸인 태산. 가파른 계단을 딛고 올라 정상인 옥황정에 다다르면 절로 ‘과연’이라는 탄식이 흘러나온다. /중국 태산=박정욱기자 jwpark@kwangju.co.kr
‘공자는 성인 중의 태산이고, 태산은 산악 중의 공자다.(孔子聖中之泰山, 泰山嶽中之孔子)’

중국 산둥성 태산 꼭대기, 공자를 모신 공자묘 입구에는 이렇게 써 있다. 공자와 태산, 모두 으뜸이라는 의미다.

태산에 오른 수많은 역사인물 중 빼놓을 수 없는 이가 공자다. 공자가 중국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인물 중 하나이긴 하지만, 공자의 조국이 태산을 끼고 있는 노나라였고, 공자의 고향이 태산에서 한 시간 거리밖에 안 되는 취푸(曲府)이기 때문이다.

최근 호남대학교 공자학원이 주관한 ‘광주 중등교육CEO 중국 교육문화연수’를 동행하며 태산에 올랐다.

태산은 생각보다 장대하지도 높지도 않았다. 바위산이 꼭 영암의 월출산을 보는 듯했다. 아니 선경은 오히려 월출산만 못했다.

태산은 높이로만 보면 중국에서 가장 높은 산은 초모랑마(에베레스트), 경치로 치자면 황산이나 장가계, 화산에 못 미친다.

하지만 태산은 언제부턴가 세상에서 가장 큰 것의 고유명사가 됐다.

‘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泰山雖高是亦山)’, ‘걱정이 태산’, ‘티끌모아 태산’ 등등.

태산에 오르는 길은 크게 두 가지다. 7000여개의 돌계단을 오르는 ‘지옥의 길’과 케이블카를 이용하는 ‘천당의 길’이다.

태산을 제대로 오르려면 지옥의 길을 택해야 한다. 지옥의 길은 태안시 대묘(垈廟·태산신전)에서 시작한다. 대묘로부터 태산의 정상인 옥황정(玉皇頂)까지는 일직선의 계단길이다. 대묘 바로 뒤에 있는 일천문에서 중천문을 거쳐 남천문, 그리고 정상을 오르는 것이다.

‘계단에 머리를 박고 이마를 18번이나 찧는다’는 가파른 계단을 기를 쓰고 오르는 이유는 바로 이 길이 황제·제후들이 천제를 위해 오르던 어가(御街)이기 때문이다. 공자도 이 길을 따라 올랐고, 72명의 황제·제후가 봉선(封禪)의식을 위해 이 코스를 탔다.

일천문부터 남천문까지의 계단을 천제(天梯:하늘 사다리)라고 한다. 이름 한 번 절묘하다. 계단 숫자는 6666개라고 한다. 6666개의 계단인 이유는 그것이 길상의 숫자로 올라가는 이들에게 축복을 준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렇게 태산에 오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한다. 워낙 산이 가파르고 계단길이라 힘들기도 하고 지겹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산을 오르는데 대해 내로라하는 이들은 중천문까지 버스로 올라 그곳에서 등산을 시작한다.

대부분의 관광객은 중천문에서 남천문까지 케이블카를 타고 오른다. 연수단 일행은 이 길을 이용했다. 여기서 정상까지는 걸어서 30분 정도.

남천문에서 북쪽으로 꺾으면 능선에 길게 늘어선 ‘천가(天街)’가 시작된다. 길가에 음식점이며 찻집, 숙소, 기념품점 등 가게들이 상가를 형성하고 있다. 이 천가의 가게들은 청나라 때부터 시작됐다고 한다. 그때도 가게가 형성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았다는 얘기다.

천가를 한 구비 돌면 태산 정상의 옥황정이 한 눈에 들어온다. 벽하사까지 올라가는 계단이 앞에 있지만, 지금까지의 계단과 비교하면 그냥 식은 죽 먹기다.

태산 정상에 올랐다. 정상이라고 해봐야 여느 산과는 다르다. 산꼭대기에 옥황제의 사당인 옥황묘가 있고, 옥황사당 바로 앞에 극정석이 서 있다. 극정석에는 해발 1545m라고 새겨져 있다. 주변에는 돌난간과 쇠사슬 난간이 처져 있는데 수많은 자물쇠들이 벽을 이루고 있다. 극정석이 있던 이 자리는 옛날 군왕들이 봉선을 할 때 군왕이 섰던 자리다.

정상에 서면 ‘과연(果然)’이라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일행은 문상필 광주시의원의 불굴의 의지에 박수를 보냈다. 장애가 있는 문 의원은 지팡이에 의지한 채 수백개의 계단을 오르내리며 정상에 다다랐다. 문 의원은 “산에 오르면서 한 번도 넘어지지 않은 건 태산이 처음”이라며 “너무 많은 기를 받았다. 감격스럽다”고 눈시울을 적셨다. 고재숙 운남중 교장도 “세상을 품은 태산의 정기를 안고, 학교로 돌아가 아이들을 더 가슴으로 품겠다”고 다짐했다.

/중국 태산=박정욱기자 jw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