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홍재의 세상만사] 갑자기 떠난 연인 ㅁㅁㅁ 때문이었다니
대학가요제는 7080세대들에겐 아련한 추억이다. 서울대 보컬 그룹이었던 샌드페블즈를 기억하는가. 제1회 대학가요제(1977년)에서 대상을 수상한 이들이다. 이들이 불렀던 노래의 제목은 ‘나 어떡해’. 산울림 멤버인 김창훈(당시 서울대 식품공학과) 씨가 작사·작곡했다고 한다.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의 감동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트로트에 보다 익숙했던 우리에게 신선한 가사, 낯선 멜로디, 이 모든 것은 한마디로 충격이었다. 게다가 드럼 연주는 환상적이었다.
‘모래와 자갈들’이란 뜻의 샌드페블즈. 그때 샌드(sand)가 ‘모래’인 것은 알았으되 페블즈(pebbles)가 ‘조약돌’이나 ‘자갈’을 뜻하는 것인 줄은 알지 못했다. 하지만 정작 더 부끄러웠던 것은 ‘어떡해’라는 우리말을 잘 몰랐다는 것이었다. 그게 ‘어떻게 해’의 준말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한참 후였다.
‘호란’(35)이라는 예명을 쓰는 가수가 있다. 그녀는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누리꾼 맞춤법 교육에 나서 화제가 됐다. “SNS를 하다 보면 포기해야 할 대표적인 것이 맞춤법에 대한 집착이지만 그래도 이번 한 번만 지적하겠다”면서 그녀는 평소 참아 왔던 답답한 맞춤법 오류를 들춰냈다.
“당신이 ‘갖은’ 게 아니고 ‘가진’ 거임. ‘일부로’가 아니고 ‘일부러’임. ‘그러던 말던’이 아니고 ‘그러든 말든’임. ‘거에요’ 아니고 ‘거예요’임. ‘이예요’ 아니고 ‘이에요’임. ‘그래도 되.’ 아니고 ‘그래도 돼.’임. ‘그래도 돼고’ 아니고 ‘그래도 되고’임.”
호란과 이효리가 예쁜 까닭은
이렇게 흔히 잘못 사용하는 어휘들을 바로잡은 것이다. 이런 소식을 듣고 누리꾼들은 “호란 맞춤법, 속이 다 후련하네” “호란, 역시 똑똑해” 등의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연예인이 맞춤법 따위(?)에 관심을 갖다니. 나도 내심 놀라서 그녀의 프로필을 검색해 봤다. 역시 먹물을 먹어서 다른 건가. 연세대 심리학과 졸업으로 나와 있었다.
얼마 전 방송에 출연한 가수 이효리는 자신이 “유난히 맞춤법에 약하다”고 고백했다. 학창 시절 국어를 굉장히 잘했는데도 자주 맞춤법을 틀린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블로그에 올리는 글은 (남편) 이상순이 봐 준다”고 했다. “소신 발언할 때 맞춤법을 틀리면 너무 창피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녀가 예쁜 것은 얼굴 때문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틀린 맞춤법에 대해 창피하게 생각할 줄 안다는 것, 그것이 참 예뻤다.
최근엔 소개팅을 하는 당사자들끼리 문자나 ‘카톡’을 통해 직접 약속 장소를 잡고 이야기를 나누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맞춤법’이다. 맞춤법에 취약하면 당신이 사랑했던 연인이 떠날 수도 있으니.
실제로 올 초 방송된 모 케이블TV의 연애 상담 프로그램에서 ‘여자의 환상을 깨는 행동’으로 ‘문자 맞춤법이 틀리는 남자’가 1위에 올랐다. 지난해 어느 결혼정보회사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연인에게 확 깨는 순간이 언제였나? 그런 문항에 ‘맞춤법을 몰라 보내는 문자마다 틀릴 때’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물론 요즘 SNS에서는 ‘조아’(좋아) 등과 같은 의도적인 맞춤법 파괴를 흔히 볼 수 있다. 하지만 ‘알고도 틀리면 센스’로 봐주는데 ‘몰라서 틀리면 확 깬다’고 한다. 맞춤법을 모르면 무식해 보이고 외제 차 아무리 자랑해도 무식한 건 용서하기 힘들다는 거다.(‘갑자기 떠난 연인 맞춤법 때문이었다니’ 이 글의 제목을 그렇게 정한 이유이다)
30대 젊은이 7명이 전 직장 퇴직금 3억 5000만 원을 모아 만든 벤처 기업 ‘네이버컴’은 지금 15년 만에 시가 총액 27조 원가량의 한국 대표 기업으로 성장했다. 창업자의 한 사람인 이해진(47) 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의 아버지는 이시용(77) 전 삼성생명 대표이사.
우리말 어렵다 한탄하지 말고
네이버 설립 초기엔 직원들이 대표이사인 이 의장보다 그의 아버지 이 전 대표를 더 무서워했다는 얘기도 전해 온다. 아버지는 네이버 홈페이지에서 틀린 글자를 발견하면 아들에게 전화해 “틀린 글자 하나도 못 보는 놈이 무슨 기업을 운영하느냐”고 호통을 쳤다고 한다.
직장인들에게도 국어 실력은 중요하다. 매일 같이 창조적인 보고서를 작성하고 설득력 있는 이메일을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만일 당신이 작성한 보고서가 맞춤법에도 맞지 않은 오류투성이라면 어느 직장 상사가 신뢰할 수 있겠는가.
주위를 둘러보면 맞춤법에 무감각한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영어 철자를 틀리거나 한자 획을 하나 잘못 쓰면 얼굴이 빨개진다. 그러면서도 한글맞춤법을 틀리면 얼굴이 빨개지기는커녕 “그럴 수도 있지 뭐”하며 도통 부끄러운 기색이 없다.
연애를 하기 위해서도, 성공을 하기 위해서도 맞춤법을 알아야 한다. 평생 글 쓰는 것을 직업으로 하고 있지만 하루에도 수십 번씩 표준국어대사전을 클릭한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 글을 제대로 쓰는 사람은 국어사전과 친하다는 것. 우리말이 어렵다고 한탄하지만 말고 평소 사전을 가까이할 일이다. 여기에 한글맞춤법 관련 책 한 권 정도는 사 놓고 시간 있을 때마다 정독할 필요가 있다. 며칠 있으면 한글날(568돌)이다.
끝으로 문제 하나. “야, 그 여자 남자 친구 생겼대. 그 여자는 진짜 예쁜데 남자 친구는 못생겼대. 아무래도 그녀에게 걸맞는 신랑감은 못 되는 것 같아.” 여기에서 맞춤법이 틀린 곳은 몇 군데일까?(정답은 한 군데. ‘걸맞는’은 ‘걸맞은’의 잘못이다)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의 감동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트로트에 보다 익숙했던 우리에게 신선한 가사, 낯선 멜로디, 이 모든 것은 한마디로 충격이었다. 게다가 드럼 연주는 환상적이었다.
‘호란’(35)이라는 예명을 쓰는 가수가 있다. 그녀는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누리꾼 맞춤법 교육에 나서 화제가 됐다. “SNS를 하다 보면 포기해야 할 대표적인 것이 맞춤법에 대한 집착이지만 그래도 이번 한 번만 지적하겠다”면서 그녀는 평소 참아 왔던 답답한 맞춤법 오류를 들춰냈다.
호란과 이효리가 예쁜 까닭은
이렇게 흔히 잘못 사용하는 어휘들을 바로잡은 것이다. 이런 소식을 듣고 누리꾼들은 “호란 맞춤법, 속이 다 후련하네” “호란, 역시 똑똑해” 등의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연예인이 맞춤법 따위(?)에 관심을 갖다니. 나도 내심 놀라서 그녀의 프로필을 검색해 봤다. 역시 먹물을 먹어서 다른 건가. 연세대 심리학과 졸업으로 나와 있었다.
얼마 전 방송에 출연한 가수 이효리는 자신이 “유난히 맞춤법에 약하다”고 고백했다. 학창 시절 국어를 굉장히 잘했는데도 자주 맞춤법을 틀린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블로그에 올리는 글은 (남편) 이상순이 봐 준다”고 했다. “소신 발언할 때 맞춤법을 틀리면 너무 창피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녀가 예쁜 것은 얼굴 때문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틀린 맞춤법에 대해 창피하게 생각할 줄 안다는 것, 그것이 참 예뻤다.
최근엔 소개팅을 하는 당사자들끼리 문자나 ‘카톡’을 통해 직접 약속 장소를 잡고 이야기를 나누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맞춤법’이다. 맞춤법에 취약하면 당신이 사랑했던 연인이 떠날 수도 있으니.
실제로 올 초 방송된 모 케이블TV의 연애 상담 프로그램에서 ‘여자의 환상을 깨는 행동’으로 ‘문자 맞춤법이 틀리는 남자’가 1위에 올랐다. 지난해 어느 결혼정보회사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연인에게 확 깨는 순간이 언제였나? 그런 문항에 ‘맞춤법을 몰라 보내는 문자마다 틀릴 때’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물론 요즘 SNS에서는 ‘조아’(좋아) 등과 같은 의도적인 맞춤법 파괴를 흔히 볼 수 있다. 하지만 ‘알고도 틀리면 센스’로 봐주는데 ‘몰라서 틀리면 확 깬다’고 한다. 맞춤법을 모르면 무식해 보이고 외제 차 아무리 자랑해도 무식한 건 용서하기 힘들다는 거다.(‘갑자기 떠난 연인 맞춤법 때문이었다니’ 이 글의 제목을 그렇게 정한 이유이다)
30대 젊은이 7명이 전 직장 퇴직금 3억 5000만 원을 모아 만든 벤처 기업 ‘네이버컴’은 지금 15년 만에 시가 총액 27조 원가량의 한국 대표 기업으로 성장했다. 창업자의 한 사람인 이해진(47) 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의 아버지는 이시용(77) 전 삼성생명 대표이사.
우리말 어렵다 한탄하지 말고
네이버 설립 초기엔 직원들이 대표이사인 이 의장보다 그의 아버지 이 전 대표를 더 무서워했다는 얘기도 전해 온다. 아버지는 네이버 홈페이지에서 틀린 글자를 발견하면 아들에게 전화해 “틀린 글자 하나도 못 보는 놈이 무슨 기업을 운영하느냐”고 호통을 쳤다고 한다.
직장인들에게도 국어 실력은 중요하다. 매일 같이 창조적인 보고서를 작성하고 설득력 있는 이메일을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만일 당신이 작성한 보고서가 맞춤법에도 맞지 않은 오류투성이라면 어느 직장 상사가 신뢰할 수 있겠는가.
주위를 둘러보면 맞춤법에 무감각한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영어 철자를 틀리거나 한자 획을 하나 잘못 쓰면 얼굴이 빨개진다. 그러면서도 한글맞춤법을 틀리면 얼굴이 빨개지기는커녕 “그럴 수도 있지 뭐”하며 도통 부끄러운 기색이 없다.
연애를 하기 위해서도, 성공을 하기 위해서도 맞춤법을 알아야 한다. 평생 글 쓰는 것을 직업으로 하고 있지만 하루에도 수십 번씩 표준국어대사전을 클릭한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 글을 제대로 쓰는 사람은 국어사전과 친하다는 것. 우리말이 어렵다고 한탄하지만 말고 평소 사전을 가까이할 일이다. 여기에 한글맞춤법 관련 책 한 권 정도는 사 놓고 시간 있을 때마다 정독할 필요가 있다. 며칠 있으면 한글날(568돌)이다.
끝으로 문제 하나. “야, 그 여자 남자 친구 생겼대. 그 여자는 진짜 예쁜데 남자 친구는 못생겼대. 아무래도 그녀에게 걸맞는 신랑감은 못 되는 것 같아.” 여기에서 맞춤법이 틀린 곳은 몇 군데일까?(정답은 한 군데. ‘걸맞는’은 ‘걸맞은’의 잘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