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동 30년 한빛원전 진단한다] ③ 한빛4호기 증기발생기 조기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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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동 30년 한빛원전 진단한다] ③ 한빛4호기 증기발생기 조기교체
내구성 향상 증기발생기 10월 입고 … 안전성 논란 끝낼까
2017년 08월 28일(월) 00:00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가 지난 2014년 12월 8일 영광 한빛원전 앞에서 부실자재(인코넬 600) 사용으로 국민 안전에 위협이 되고 있는 한빛 3·4호기를 가동 정지하라고 촉구했다.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원전의 위험성을 강조하기 위해 설치한 십자가 앞에서 ‘다음은 영광?’이라는 경고 문구를 담은 십자가를 들고 있다. 〈광주일보 자료사진〉
원자력발전소(원전) 전문가들이 꼽는 한국 원전의 가장 큰 위험 요인은 무엇일까.

원전이 기계·열역학·방사능방재·방사선방호·구조물안전·전기·핵폐기물처리 등 다양한 전문 분야의 융합으로 만들어진 시설인 만큼 분야별 전문가는 여럿이지만, 원전 안전을 둘러싼 위험 요인으로는 대개 불완전한 증기발생기, 사용후핵연료(고준위방사성폐기물·폐연료봉) 임시저장소, 미흡한 방재대책으로 수렴된다. 강력한 지진과 테러 및 미사일 공격, 시설의 노후화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안전 위협요소로 거론된다.

광주에서 50㎞가량 떨어진 영광군 홍농읍에 자리 잡은 한국수력원자력(주)한빛원자력본부(한빛원전)의 경우 수년 전부터 잊을 만 하면 터져나오는 증기발생기 결함·고장으로 우려의 중심에 서있다. 원자로, 터빈과 함께 원전을 구성하는 핵심설비인 증기발생기 부품 일부가 가동 중 균열이 생겨 방사성물질 일부가 유출되거나 망치, 쇠줄 등 이물질이 증기발생기 내부에 들어간 채로 가동된 사실이 잇따라 확인된 것이다.

◇핵심설비, 증기발생기는?=증기발생기는 말 그대로 증기를 생산하는 설비다. 증기발생기 설비 안에는 성인 엄지손가락만한 굵기의 가느다란 관(세관 또는 전열관이라 부름) 8000여개가 있는데, 전열관 내부에 흐르는 고온·고압의 냉각재로 달궈진 전열관과 그 밖의 냉각재(물)의 온도 차이를 이용해 엄청난 양의 증기를 만들어낸다. 이 설비에서 쉴새없이 만들어진 엄청난 증기는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게 된다.

한빛 1, 2호기에는 1개 호기 마다 3개의 증기발생기가 있고 한국형 원전인 한빛 3, 4호기의 경우 2개의 증기발생기를 보유하고 있다. 전열관 소재는 인코넬 600이라는 합금재질인데, 원전 전문가와 환경단체는 “증기발생기 전열관 소재인 인코넬 600의 내구성에 문제가 있다”고 꾸준히 경고하고 있다.

국제환경단체인 그린피스는 지난 2014년 12월 ‘부실자재 인코넬600과 위험한 한국 원전’이라는 주제로 기자회견을 열고, “이미 40년 전 인코넬 600이라는 합금소재의 내구성에 심각한 결함이 있는 사실이 밝혀졌음에도 한국은 오히려 세계적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광주일보 2014년 12월 4일 1면 보도〉.

◇증기발생기 결함 왜 위험한가= 원전 전문가들과 환경단체가 증기발생기 소재인 인코넬 600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이유는 ‘떨어지는 내구성’ 때문이다. 증기발생기 전열관 안에는 원자로를 통과한 탓에 방사성물질이 포함된 고온·고압의 냉각재(물)가 쉴새없이 순환하는데, 전열관에 자칫 균열이 발생할 경우 외부로 방사성물질이 유출될 위험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2014년 10월 17일 한빛 3호기 증기 발생기 전열관 파손으로 12시간 이상 외부로 방사능 물질이 유출하는 사고가 발생하는 등 국내에서는 2014년 말 기준, 총 12차례 인코넬 600과 관련된 사고 및 고장이 발생했다.

가능성이 낮지만, 전열관 여러 개가 동시에 파열될 경우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 원전 사고처럼 냉각재 고갈에 따른 노심 용융 사고로 이어져 대형 원전 사고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그린피스는 경고한 바 있다. 이 같은 위험성 탓에 미국 원전에서는 1989년부터 인코넬 600보다 향상된 재질인 인코넬 690을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그린피스는 설명했다.

◇증기발생기 조기교체…걱정 끝나나= 원전 운영사인 한수원은 한빛 4호기 정비기간 동안 증기발생기를 교체할 것이라고 최근 밝혔다. 현재 한빛 4호기는 가동을 멈추고 정기 점검 중이나 이 시기 격납건물 콘크리트 타설 불량 사실이 확인되고 증기발생기 내부에서 이물질이 확인되면서 정비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

인코넬 600이라는 증기발생기 소재에 대한 위험성 경고, 잇따른 증기발생기 전열관 결함과 증기발생기 내부에서의 이물질 발견, 관막음(균열, 마모 등 결함이 발생한 전열관을 막음 조치하고 사용하지 않는 것)율 상향에 따라 다음 정기점검 기간에 증기발생기를 교체하려고 계획했으나, 잇따라 문제가 터져나오자 교체시기를 앞당겨 현 정비기간에 증기발생기를 교체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현재 두산중공업(주)에서 제작 중인 한빛 4호기 증기발생기는 최종수압시험을 거쳐 오는 10월 중 발전소에 입고될 예정이다.

증기발생기 조기 교체에 대해서는 영광 주민, 원전 전문가, 환경단체 모두 긍정적인 반응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결함 발생 원인에 대한 근본 규명 없이 ‘세관 재질 탓’이라고 여기고 증기발생기를 교체하는 것은 안전성이나 경제성 측면 모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한국형 원전 특성상 원자로 1개당 증기발생기가 2대인 탓에 증기발생기가 3대 이상 딸린 여타의 원전과 달리 세관에 과부하가 걸리거나 증기발생기와 연결된 펌프의 개수 차이 등 설계의 차이로 인한 결함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고 인코넬 600 소재 세관 재질 탓으로만 여기고 조기 교체를 밀어붙여선 안 된다는 논리다.

특히 과학적이고 근본적인 원인 규명을 내놓아야 할 한수원 중앙연구원조차 결함 발생이 집중된 위치 등 결함 양상이 한빛 3·4·5·6호기 증기발생기 별로 차이가 나는데도 ‘제조사별 품질 차이, 운전 방법 및 정비 방법 차이’ 등 결함 유발 가능성을 열거하는 수준에서 원인 규명을 마무리 지었다는 점에서 한수원이 보유한 기술 수준에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을 제기하는 원전 전문가도 있다.

한 원전 전문가는 “한빛 3, 4, 5, 6호기와 똑같은 인코넬 600소재로 증기발생기 전열관을 만든 한빛 1, 2 호기는 1986년 상업운전을 개시했는데도 현재까지 조기 교체 논의가 없다”면서 “설비 재질 탓으로 결함 원인을 섣불리 단정짓고 거액을 들여 교체한 뒤 또다시 결함이 잇따르면 그땐 어떻게 할 생각인지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수원 측은 “부식에 잘 견디는 우수한 재질(인코넬690)의 전열관과 증기발생기 내부 진동방지설계를 반영해 안정성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또한 증기발생기 교체시 이물질 유입방지 거름망을 추가하는 등 이물질 유입을 막는 조치도 강화한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즉, 한수원은 증기발생기 재질을 강화하고 진동에 따른 증기발생기 전열관 결함 발생을 줄이는 동시에 이물질 유입을 막는 조치를 함으로써 결함 논란을 없애겠다는 구상이나 한수원 측 의도대로 증기발생기 안전성 논란에 마침표를 찍을지는 미지수다.

/김형호기자 khh@kwangju.co.kr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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