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 꽃가루에 의한 비염·천식 가능성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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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초 꽃가루에 의한 비염·천식 가능성 높아
[가을철 알레르기 질환] ‘천식·알레르기 클리닉’ 우리들 내과 김원영 원장
2012년 09월 24일(월) 00:00
우리들 내과 김원영 원장이 천식이 의심되는 환자를 대상으로 폐기능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문철수(45)씨는 8년 전부터 매년 가을이면 한 달 넘게 감기를 앓는다.

처음 몇 년은 올해 감기가 유난히 독해 오래간다고 생각했다. 약국에서 감기약을 사다 먹은 뒤 증상이 잡히지 않으면 주사를 한 대 맞으러 동네 의원을 찾았다. 콧물, 재채기, 코막힘, 기침 등의 증상은 일상생활을 불편하게는 해도 출근을 못하거나 잠을 설칠 정도로 심하지는 않았다. 이 가을 감기는 매년 조금씩 정도가 심해지는 것 같기도 하지만 한겨울이 되면 씻은 듯이 낫는다.

3년 전 찾았던 이비인후과에서 ‘감기’가 아니라 ‘계절성 비염’이라는 말을 들었다. 서늘해진 날씨가 원인이 아닐까 생각했다. 피곤이 쌓이면 더 심해지는 것 같기도 했다. 올해 몇 차례 태풍이 지나가고, 아침저녁으로 공기가 차가워진 9월이 되자 증상은 어김없이 나타났다. 그러나 목이 간질간질하면서 한번 터져 나오는 기침은 멈출 수 없을 정도로 심해져 한바탕 토하고 나서야 진정이 되기도 한다. 엑스레이 사진을 찍었는데 특별한 이상은 없었다. 치료를 계속해도 다른 증상들은 잦아들었으나 기침은 좋아지지 않고 더 심해졌다. 저녁에 누우면 심해지는 기침 때문에 베개를 부둥켜안고 밤을 지새우기도 한다. 철수씨의 아버지는 해소로 돌아가시고 아들은 아토피 피부염이 있다.

감기가 아닐 수 있다고 생각한 철수 씨는 알레르기 전문클리닉을 방문했다. 진찰과 검사 후에 내려진 진단은 환삼덩굴에 의한 비염과 천식이다.

8월 말에서 10월 초 꽃가루가 날리는 환삼덩굴은 쑥, 돼지풀과 함께 가을철 꽃가루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가장 흔한 원인이다. 한해살이 덩굴 풀로 전국 각처의 들, 빈터, 개천가 등에 집단으로 자생하며 길가의 축대나 아파트 담장 밑 등 도시 및 근교 가릴 것 없이 어디서나 발견되는 생명력이 강한 잡초이다. 알레르기 독성이 워낙 강해 철수 씨처럼 중년 이후에 새로 고생하는 환자가 늘고 있다.

대한 소아알레르기 및 호흡기학회가 운영하는 꽃가루 예보사이트(www.pollen.or.kr)에서는 오늘의 꽃가루 예상 수치와 위험도를 확인할 수 있다.

◇알레르기 환자는 아침 운동 삼가야=가을철 잡초 꽃가루는 해가 뜬 후부터 오전 9시까지 가장 많이 날린다. 이런 이유로 알레르기 환자는 아침에 운동을 하거나 창문을 열어 놓지 않아야 한다. 한 개의 돼지풀에서 하루에 약 100만개 정도의 꽃가루가 만들어져 600km 이상을 날아다닌다. 운전 중에는 창문을 닫고 바깥 활동을 하다가 집에 들어 올 때는 옷을 털고 반드시 손을 씻고 샤워를 해야 한다.

환절기 감기라고 착각할 수 있는 알레르기 질환인 비염과 천식은 감기를 달고 살거나 감기가 반복되면 꼭 의심해 보아야 한다. 잠을 못 잘 정도로 기침을 심하게 하고, 알레르기 질환의 가족력이 있으면 가능성이 더 크다.

알레르기 비염은 코 점막이 특정 원인물질(가을엔 잡초 꽃가루)에 노출돼 알레르기성 염증이 생기고, 이 염증 때문에 악화인자에 과민 반응해 재채기, 콧물, 코 막힘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찬 공기, 먼지, 방향제 등은 병을 일으키지 않고 증상만 더 심하게 하는 악화 인자이다.

◇비염 방치하면 천식,축농증으로 진전=알레르기 비염이 있는 거의 모든 환자는 부비동염(축농증)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삼출성 중이염이나 알레르기성 결막염도 함께 잘 생기는 질환이다.

알레르기 비염 환자는 천식의 예비군이다. 비염환자의 1/3에서 천식이 생기기 때문이다. 또 천식 환자의 80%에서 비염을 함께 가지고 있다. 여러 질환들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알레르기 질환을 전신 질환이라고 하기도 한다.

가을철 알레르기 비염과 천식이 의심되면 상세한 병력과 가족력을 알아보고 영상의학적검사, 폐기능검사, 알레르기 원인 찾는 검사 등이 필요하다.

가을철 알레르기 원인물질인 환삼덩굴, 쑥, 돼지풀, 명아주 등을 찾기 위해서는 피부단자검사와 알레르기 혈액검사를 해야 한다.

피부단자검사는 원인물질 용액을 피부에 떨친 후 살짝 피부를 찔러 15분후 생기는 두드러기 반응을 보고 원인물질을 알아낸다.

실내 알레르기 원인물질인 집먼지 진드기·바퀴벌레·곰팡이, 실외 원인물질인 나무꽃가루(봄)·풀꽃가루(여름)·잡초꽃가루(겨울)와 개·고양이·햄스터 등 동물털, 달걀·우유·밀가루 등 음식물 알레르기 원인물질 등 50가지 정도를 검사한다. 유니캡(Unicap)은 알레르기 혈액검사로 피부단자검사보다 민감도가 떨어지나 피부단자검사를 하지 못할 때나 보완적으로 시행한다,

문 철수 씨는 영상의학적 검사에서 부비동염이 있고 단순흉부사진상 특별한 이상이 없다. 폐기능 검사상 천식으로 진단받았다. 피부단자검사에서는 환삼덩굴에 강한 양성반응을 보였다. 결국 환삼덩굴에 의해 비염이 생겼다가 천식이 생긴 것이다.

◇가을철 비염과 천식 치료=잡초 꽃가루가 날리기 일주일 전에는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천식 및 알레르기 클리닉 우리들 내과 김원영 원장은 가을철 알레르기 환자들은 8월 15일이 지나면 증상이 없어도 병원에 오도록 권하고 있다. 본격적으로 잡초 꽃가루가 날리는 8월 말 전에 치료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단순히 기침 콧물 등의 증상 치료를 넘어 병의 근본 원인인 알레르기성 염증을 치료하기 위해 항염증약을 처방한다. 항염증약은 코에 바로 뿌리는 비액과 입으로 들이마셔 기관지에 바로 들어가도록 하는 흡입제 형태로 되어 있다. 이러한 국소 투여제는 효과가 뛰어나고 부작용이 적으나 사용법에 익숙해지도록 환자 교육을 반복해야한다. .

그러나 국소 투여제 중 코막힘만을 개선하기 위해 약국에서 일반약으로 살 수 있는 비강충혈제거제는 5일 이상 사용하면 코막힘이 더 심해지는 약물유발성비염이 생길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약물요법으로 비염과 천식이 조절되지 않으면 면역요법을 해 볼 수 있다.

/채희종기자 chae@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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