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워지는 바다 … 제주 살던 옥돔 거제도서 발견
<2> 요동 치는 생태계
40년간 한반도 해역 표층 온도 1.31도 상승
어류 생식·생장 패턴 변화 … 물고기 지도 바꿔놔
멸치 등 난류성 어류 어획량 전체 20% 늘어
남해, 거머리말잘피 확산으로 선박운항 장애
40년간 한반도 해역 표층 온도 1.31도 상승
어류 생식·생장 패턴 변화 … 물고기 지도 바꿔놔
멸치 등 난류성 어류 어획량 전체 20% 늘어
남해, 거머리말잘피 확산으로 선박운항 장애
![]() 9일 여수시 화양면 안포리 앞 바다에서 어민 거머리말잘피를 들어올리고 있다.
/나명주기자 mjna@kwangju.co.kr |
9일 여수시 화양면 안포리 앞 바다. 전남도해양수산과학관 연구원들과 이곳을 찾았을 때 청정해역 남해의 아름다움은 온데간데 없었다. 마을 앞 바다를 뒤덮은 열대성 거머리말잘피가 넓게 퍼져 청정해역 남해의 모습은 찾아 볼 수 없었다. 잘피는 국내에서도 서식하던 해조류지만, 최근 거머리말잘피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거머리말잘피가 늘어나면서 어민들이 배를 운항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토종 잘피는 여름이면 성장이 일시적으로 멈추지만 열대성 잘피는 고수온에서 더욱 잘 자란다.
흔히, 국내 잘피는 봄철 수온인 15∼20℃에서 최적의 생장을 보이다가, 수온이 점점 증가하는 여름에는 그 생산성이 급격히 감소한다. 반면 거머리말잘피는 여름철의 최고 수온인 25℃에서 최적의 생장을 보이고 있다.
남해에서 거머리말잘피의 모습이 자주 보이는 것은 지구 온난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전남도 해양수산과학관에 따르면 국내는 지난 100년간(1900∼2000년) 평균 대기온도가 1.5℃ 상승했다. 연안 표층 수온도 남해의 경우 최근 30년간 1.04℃, 서해는 0.97℃ 올랐다.
이처럼 바다가 뜨거워지면서 거머리말잘피는 남해안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고, 국내 연안에서 자생했던 고유 잘피종의 분포는 감소하고 있다. 여수에서 첫 발견된 거머리말잘피 인근의 거문도, 고흥, 장흥, 남해, 안도, 거제도 등 남해 연안 전역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남해수산연구소 양식연구팀이 발표한 ‘연안 해중림 조성 및 갯녹음 대책 연구’를 살펴보면 여수시 화정면 개도와 화양면 장수만의 거머리말잘피는 6월에 개체당 연중 최대 생산성을 보였다.
국내에서는 지난 1970년 이후 임해공단 건설과 도시가 발달하면서 잘피가 사라져 가고 있다. 이 때문에 잘피의 출현은 반가울 수도 있는 일이지만 지구 온난화와 거머리말잘피의 확산이 공교롭게도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는 점에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이처럼 지구 온난화로 바다가 요동치고 있다. 국토해양부가 지난 3월 부산벡스코에서 열었던 ‘제1차 장기 해양생태계 연구 심포지엄’에서도 해수 온도상승으로 인한 남해안 거머리말잘피 확산은 지적됐다.
이 심포지엄에서는 바다의 온도가 높아지면서 생물들이 ‘온도 스트레스’와 생식패턴 변화로 성장속도와 생리적 기능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우려했다. 어류나 갑각류 등 이동성이 큰 생물이 수온 변화에 대해 적정한 수온을 찾아 이동할 수 있지만 고착성 생물인 패류의 경우 서식지 환경 변화에 직접 노출될 수 밖에는 없다는 것이다.
이는 강원도 송지호와 경북 후포의 실험에서 극명하게 나타났다. 송지호가 꾸준히 낮은 수온을 기록한 반면, 수온이 높은 후포에서는 민들조개가 조갯살도 작게 차고 산란양도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산란 시기나 산란양의 변화는 이들 생물의 생산성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수온이 상승함으로써 이들 생물이 경우에 따라서는 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바다의 변화는 곳곳에서 발견된다. 기후변화에 따라 저층 한류성 어류는 남쪽으로, 표층 난류성 어류는 북쪽으로 이동하는 등 남해안 물고기 지도가 바뀌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 남서해수산연구소는 발표한 ‘남해 연근해 어업자원 조사’에 따르면 한류성과 난류성 어류의 분포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대표적 한류성 어류인 대구와 기름가자미의 분포가 제주도 인근까지 확대된 반면, 난류성인 제주도 명물 옥돔은 경남 거제도 앞바다에서 발견되고 있다.
한류성 어류는 일반적으로 15℃ 이하 수온에서 나타나며 대표적인 어류로는 대구 등이 있다. 난류성 어류는 온대, 아열대 10∼30℃ 수온에 사는 어류로 정어리와 고등어 등이 대표적인 난류성이다.
대구는 국내 동해와 서해에 서식하는 ‘저층 한류성 어류’이지만 이번 조사 결과 제주도 북서해역에서 3마리가 채집됐다. 동해안의 저층 한류성 어류인 기름가자미도 제주도 북동해역에서 5마리나 발견됐다.
제주도 인근 해역에서의 대구 출현은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해 2월 제주 중부해역의 정치망에서 35cm 크기의 2마리가 채집되기도 했다.
또‘난류성 표층 어류’인 제주 옥돔은 북쪽으로 더 이동해 거제도 앞바다에서 2마리가 발견됐다.
남서해 수산연구소 측은 “지난 40년간 해양관측 자료로는 한반도 주변 해역 표층 수온은 40년간 1.31도 증가했고, 그 중 남해안은 1.28도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표층 수온 상승으로 우리나라를 통과하는 쿠로시오 난류의 유속과 유입량이 커졌으며 이와 반대로 저층 냉수는 그만큼 남쪽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또 “표층 수온의 상승으로 난류성 표층 어류의 북방한계는 더욱 올라가고 있으며, 반대로 저층 냉수성 어류의 남방한계는 남쪽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지속적인 수산자원 모니터링을 통해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립수산과학원 남서해수산연구소는 최근 40년간(1970∼2010년) 연근해 어업생산량 자료를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연근해 전체 40년 연평균 132만t의 수산물 어획량 중 어류는 94만t으로 남해가 73만t( 78.4%)이었고, 1971년 이후 남해의 어류 어획량은 꾸준히 증가 경향을 보였다.
연대별 주요 어종의 변화를 보면 ▲1970년대 멸치·고등어·갈치·쥐치 ▲1980년대 쥐치·멸치·정어리·고등어, 갈치 ▲1990년대 멸치·고등어·오징어·갈치 ▲2000년대 멸치·고등어·오징어·갈치 등으로 바뀌었다. 또 주요 어종의 변화와 함께 온대성 기후 어종인 멸치, 고등어, 오징어 등 3종류의 어획량이 1970년대 40% 전후에서 1990년대 이후 60% 이상 차지해 난류성 어종의 비율이 증가했다.
전남도해양수산 과학관 정현호 연구원은 “거머리말잘피는 지구 온난화 현상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해조류다”면서 “장흥, 완도, 진도와 여수, 돌산 등지에 굉장히 광범위하게 퍼져있다”고 설명했다.
또 “지난 2008년부터 거문도 일대에서 잡히는 어종을 분석하고 있는데, 제주도 특산어종인 솔배감탱, 해포리고기, 독가시치, 범돔 등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그 수도 늘어나고 있다”면서 “심지어 제주 어민들이 여수 해역에서 어업 허가를 내달라고 요구할 정도로 바다가 요동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광록기자 kroh@kwangju.co.kr
※이 기획 시리즈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흔히, 국내 잘피는 봄철 수온인 15∼20℃에서 최적의 생장을 보이다가, 수온이 점점 증가하는 여름에는 그 생산성이 급격히 감소한다. 반면 거머리말잘피는 여름철의 최고 수온인 25℃에서 최적의 생장을 보이고 있다.
남해에서 거머리말잘피의 모습이 자주 보이는 것은 지구 온난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전남도 해양수산과학관에 따르면 국내는 지난 100년간(1900∼2000년) 평균 대기온도가 1.5℃ 상승했다. 연안 표층 수온도 남해의 경우 최근 30년간 1.04℃, 서해는 0.97℃ 올랐다.
남해수산연구소 양식연구팀이 발표한 ‘연안 해중림 조성 및 갯녹음 대책 연구’를 살펴보면 여수시 화정면 개도와 화양면 장수만의 거머리말잘피는 6월에 개체당 연중 최대 생산성을 보였다.
국내에서는 지난 1970년 이후 임해공단 건설과 도시가 발달하면서 잘피가 사라져 가고 있다. 이 때문에 잘피의 출현은 반가울 수도 있는 일이지만 지구 온난화와 거머리말잘피의 확산이 공교롭게도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는 점에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이처럼 지구 온난화로 바다가 요동치고 있다. 국토해양부가 지난 3월 부산벡스코에서 열었던 ‘제1차 장기 해양생태계 연구 심포지엄’에서도 해수 온도상승으로 인한 남해안 거머리말잘피 확산은 지적됐다.
이 심포지엄에서는 바다의 온도가 높아지면서 생물들이 ‘온도 스트레스’와 생식패턴 변화로 성장속도와 생리적 기능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우려했다. 어류나 갑각류 등 이동성이 큰 생물이 수온 변화에 대해 적정한 수온을 찾아 이동할 수 있지만 고착성 생물인 패류의 경우 서식지 환경 변화에 직접 노출될 수 밖에는 없다는 것이다.
이는 강원도 송지호와 경북 후포의 실험에서 극명하게 나타났다. 송지호가 꾸준히 낮은 수온을 기록한 반면, 수온이 높은 후포에서는 민들조개가 조갯살도 작게 차고 산란양도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산란 시기나 산란양의 변화는 이들 생물의 생산성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수온이 상승함으로써 이들 생물이 경우에 따라서는 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바다의 변화는 곳곳에서 발견된다. 기후변화에 따라 저층 한류성 어류는 남쪽으로, 표층 난류성 어류는 북쪽으로 이동하는 등 남해안 물고기 지도가 바뀌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 남서해수산연구소는 발표한 ‘남해 연근해 어업자원 조사’에 따르면 한류성과 난류성 어류의 분포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대표적 한류성 어류인 대구와 기름가자미의 분포가 제주도 인근까지 확대된 반면, 난류성인 제주도 명물 옥돔은 경남 거제도 앞바다에서 발견되고 있다.
한류성 어류는 일반적으로 15℃ 이하 수온에서 나타나며 대표적인 어류로는 대구 등이 있다. 난류성 어류는 온대, 아열대 10∼30℃ 수온에 사는 어류로 정어리와 고등어 등이 대표적인 난류성이다.
대구는 국내 동해와 서해에 서식하는 ‘저층 한류성 어류’이지만 이번 조사 결과 제주도 북서해역에서 3마리가 채집됐다. 동해안의 저층 한류성 어류인 기름가자미도 제주도 북동해역에서 5마리나 발견됐다.
제주도 인근 해역에서의 대구 출현은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해 2월 제주 중부해역의 정치망에서 35cm 크기의 2마리가 채집되기도 했다.
또‘난류성 표층 어류’인 제주 옥돔은 북쪽으로 더 이동해 거제도 앞바다에서 2마리가 발견됐다.
남서해 수산연구소 측은 “지난 40년간 해양관측 자료로는 한반도 주변 해역 표층 수온은 40년간 1.31도 증가했고, 그 중 남해안은 1.28도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표층 수온 상승으로 우리나라를 통과하는 쿠로시오 난류의 유속과 유입량이 커졌으며 이와 반대로 저층 냉수는 그만큼 남쪽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또 “표층 수온의 상승으로 난류성 표층 어류의 북방한계는 더욱 올라가고 있으며, 반대로 저층 냉수성 어류의 남방한계는 남쪽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지속적인 수산자원 모니터링을 통해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립수산과학원 남서해수산연구소는 최근 40년간(1970∼2010년) 연근해 어업생산량 자료를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연근해 전체 40년 연평균 132만t의 수산물 어획량 중 어류는 94만t으로 남해가 73만t( 78.4%)이었고, 1971년 이후 남해의 어류 어획량은 꾸준히 증가 경향을 보였다.
연대별 주요 어종의 변화를 보면 ▲1970년대 멸치·고등어·갈치·쥐치 ▲1980년대 쥐치·멸치·정어리·고등어, 갈치 ▲1990년대 멸치·고등어·오징어·갈치 ▲2000년대 멸치·고등어·오징어·갈치 등으로 바뀌었다. 또 주요 어종의 변화와 함께 온대성 기후 어종인 멸치, 고등어, 오징어 등 3종류의 어획량이 1970년대 40% 전후에서 1990년대 이후 60% 이상 차지해 난류성 어종의 비율이 증가했다.
전남도해양수산 과학관 정현호 연구원은 “거머리말잘피는 지구 온난화 현상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해조류다”면서 “장흥, 완도, 진도와 여수, 돌산 등지에 굉장히 광범위하게 퍼져있다”고 설명했다.
또 “지난 2008년부터 거문도 일대에서 잡히는 어종을 분석하고 있는데, 제주도 특산어종인 솔배감탱, 해포리고기, 독가시치, 범돔 등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그 수도 늘어나고 있다”면서 “심지어 제주 어민들이 여수 해역에서 어업 허가를 내달라고 요구할 정도로 바다가 요동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광록기자 kroh@kwangju.co.kr
※이 기획 시리즈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