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 서글픈 자화상 ‘반찬 없는 밥상’ - 심명섭 (사)대한노인회 광산구지회 수완 중흥SC 경로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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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사회 서글픈 자화상 ‘반찬 없는 밥상’ - 심명섭 (사)대한노인회 광산구지회 수완 중흥SC 경로회 회장
2026년 02월 25일(수) 00:20
국가통계포털에 의하면 올해 65세에 달하는 61년생 94만명이 노인에 편입됨에 따라 우리나라 노인 인구는 현재 1090만 6649명으로 전체인구의 21.21%를 차지, 초고령사회라는 거대한 파고 앞에 서 있다. 국가의 품격은 그 사회의 가장 취약한 계층을 어떻게 대우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고 한다면 지금 우리가 마주한 경로당의 풍경은 결코 희망적이지 않다. 정부는 올해 들어 노인 공공일자리 5만 개를 늘리고 경로당 점심 제공을 주 3일에서 5일로 확대하겠다는 화려한 정책적 수사를 쏟아냈지만 그 화려한 발표 이면에는 “과연 누가 이 비용을 책임질 것인가”라는 현실적이고도 절박한 질문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현재 경로당 급식 지원 체계의 구조적 결함은 심각하다. 조리 인력의 인건비나 냉난방비, 쌀값(양곡비)은 국비로 지원되지만 식사의 질을 결정하는 핵심인 ‘부식비(반찬값)’는 전적으로 지자체의 몫이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지자체의 재정 자립도에 따라 어느 지역 어르신은 고기반찬을 드시고 어느 지역 어르신은 김치 한 조각에 만족해야 하는 ‘노인 복지의 지역 격차’가 고착화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올해부터 도입되는 정책 변화는 이러한 우려를 더욱 키우고 있다. 2026년부터 경로당 관련 예산이 일부는 ‘지역특별회계’로 전환되었다. 정부는 지자체의 자율성을 높이겠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이를 국가의 책임을 지자체에 떠넘기는 ‘복지 외주화’로 받아들이고 있다. 지금까지 지자체 자부담으로 근근이 버텨온 부식비를 이제 일반회계 내 별도 사업으로 새로 편성해야 하는데 재정난에 허덕이는 지방 소도시들이 이 예산을 확충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단순히 급식 횟수를 주 5일로 늘린다는 산술적인 확대는 더 큰 문제를 야기한다. 2025년 889억원 수준인 관련 예산을 최소 1384억원 이상으로 495억원을 증액해야 했는데 올해 6.8% 증가한 950억원에 그쳤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획기적인 예산의 뒷받침 없이 제공 횟수만 늘릴 경우 한정된 재원을 쪼개 써야 하기에 결국 ‘식단의 질 저하’라는 전형적인 복지 역설이 발생하게 된다. 어르신들이 걱정하는 “이러다 반찬 없는 밥상이 차려지는 것 아니냐”는 탄식은 결코 기우가 아니다.

다행히 광주 일부 지자체에서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혁신적인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단순히 식사 횟수를 늘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어르신들의 건강과 편의를 고려한 다각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다.

먼저 무릎이나 허리가 불편한 어르신들을 위해 경로당의 좌식 식탁을 입식으로 교체하는 사업을 적극 추진하며 ‘식사 환경의 질’ 자체를 개선하고 있다. 또한 고물가 시대에 단돈 1000원으로 든든한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천원 한끼’ 식당을 운영하여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노인 일자리까지 창출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법적 기준에 미치지 못해 소외되었던 미등록 경로당에 대해서도 운영비와 냉·난방비를 지원하며 ‘어느 곳에 있든 소외되지 않는 복지’를 실천하고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러나 이러한 지자체의 노력만으로는 초고령사회의 거대한 하중을 견뎌낼 수 없다. 노인에게 제공되는 한 끼 식사는 단순한 영양 공급이 아니라 건강관리와 사회적 연결, 그리고 지역 공동체를 유지하는 핵심 기반이기 때문이다. 국가는 이제라도 부식비 지원을 포함한 국비 보조 확대, 지자체 재정력에 따른 차등 지원 체계 수립, 그리고 급식 품질에 대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 마련 등 구조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2026년 우리는 ‘숫자만 늘어난 확대’가 아니라 어르신들의 식탁 위에 실질적인 온기가 전해지는 ‘진짜 복지’를 보고 싶다. 정책의 성과는 보도자료의 수치가 아니라 어르신들의 밥상 위 반찬 가짓수에서 증명되어야 한다. 초고령사회는 국가의 복지 철학을 시험하는 무대다. 정부는 이제라도 ‘겉치레 정책’에서 벗어나 ‘밥상 위의 복지’를 책임지는 국가의 본분을 다해야 할 것이다.

결국 초고령사회라는 파고를 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단순히 예산의 숫자를 늘리는 기술적 접근이 아니라 노인의 삶을 대하는 국가의 진정성 있는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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