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미스터리는 애거사로부터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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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미스터리는 애거사로부터 시작됐다
범죄의 여왕 애거사 크리스티 이야기- 루시 위즐리 지음, 홍한별 옮김
2026년 01월 31일(토) 09:00
추리 소설을 즐겨 읽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최애’ 작가와 주인공이 있다. 코난 도일과 셜록 홈즈라든지, 사촌 두명의 필명이자 소설 속 명탐정 이름이기도 한 엘러리 퀸이라든지.

푸아르 탐정과 미스 마플을 탄생시킨 애거사 크리스티 역시 수많은 추종자를 거느린 작가다. ‘셰익스피어와 성경 다음으로 가장 많이 팔린 작가’로 불리는 그의 작품은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 연극으로 만들어져 지금도 전 세계인을 사로잡고 있다. 그의 작품을 접하다 보면 흥미로운 캐릭터와 기발한 트릭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 궁금증이 인다. 더불어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실종 사건 등 그를 둘러싼 이야기까지 더해지면 ‘애거사 월드’를 탐험하고 싶어진다.

대영제국 훈장을 받은 역사가이자 방송인 루시 위즐리의 ‘범죄의 여왕 애거사 크리스티 이야기-모든 미스터리는 그녀로부터 시작되었다’는 ‘추리의 여왕’ 애거사의 삶과 작품에 대한 모든 것을 다룬 책으로 애거사 사후 50년 기념으로 출간돼 의미를 더한다.

책을 읽다보면 저자가 애거사의 ‘팬’이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의 수많은 작품은 물론이고 생존 인물들의 인터뷰와 신문기사, 크리스티 기록보관소 자료까지 샅샅이 훑으며 애거사의 모든 것을 들려주는 저자는 애거사의 실제 삶과 생각이 작품 속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 쏙쏙 뽑아서 알려준다. 여기에 애거사 전작 읽기를 할 정도로 ‘찐덕후’인 홍한별 번역가가 합류해 독자들에게 “신비한 인물을 이해하는 핵심적인 열쇠”를 제공한다.

저자는 그의 일생을 천천히 따라가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부유한 집에서 태어나 몰락을 경험한 그는 1차 세계대전 당시 구급 간호봉사대원으로 병원 조제실에서 근무하며 독극물에 대한 지식을 얻고 ‘탐정소설’을 쓰겠다고 생각한다. 1921년 발표한 데뷔작 ‘스타일스 저택의 괴사건’에서 살해 방식으로 독약을 사용하고 자신의 경험을 담은 여자 약제사를 등장시키며 꿈을 현실화시킨다.

데뷔작에는 그와 평생을 같이 할 인물이 등장한다. 달걀모양의 머리에 우스꽝스러운 콧수염을 기른 벨기에 이민자 출신으로 “똑똑하고, 신체적으로는 어설프고, 의외로 기발한” 탐정 에퀼 푸아르다. 그리고 또 한명의 분신. 애거사가 가장 좋아하는 인물로, 마을의 터줏대감인 독신 여성 제인 마플 역시 1930년작 ‘목사관의 살인’을 통해 모습을 드러낸다.

역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1926년의 실종 사건이다. 첫 남편이 자신을 떠나려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는 갑자기 사라지고 며칠 후 사고를 당해 망가진 차량에서 그의 소지품이 발견되자 경찰은 대대적인 수색작전에 나선다. 결국 한 호텔에서 기억상실증에 걸린채 발견되지만 남편에게 살인혐의를 씌워 복수하기 위한 자작극이었다는 오해를 불러일으켰고 이 꼬리표는 그의 사후에도 계속된다. 저자는 다양한 자료조사를 통해 오해를 풀어내는데, 11일간의 실종은 어쨌든 “모든 작품에 흔적을 남길 정도로 강력한 사건”이었다.

열 네살 연하의 두번째 남편인 고고학자 맥스 맬로원의 만남은 그의 고고학에 대한 관심을 더욱 깊게 해주었고 남편과 함께 한 여행과 발굴 작업은 그의 작품에도 영향을 미쳤다.

각각의 작품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오리엔트 특급 열차를 타고 가던 중 홍수로 기차가 이틀 동안 멈춰 서 있던 일에서 영감을 얻은 ‘오리엔트 특급 살인’, 탐정소설 역사상 가장 뛰어난 작품 중 한 편으로 꼽히는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 수많은 국가에서 영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변주된 최고 인기작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초연된 런던 극장가에서 여전히 상연 중인 ‘쥐덫’ 등이다. 또 “내 삶을 조금 그 안에 넣기 위해” 메리 웨스트매콧이라는 필명으로 쓴 ‘봄에 나는 없었다’ 등의 작품도 소개한다.

저자는 더불어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종적·계급적 견해에 대한 불편한 시선도 함께 언급하고 여성학자들에 의해 재평가한 애거사가 복원되는 과정도 소개한다. 그는 말한다. “애거사 크리스티는 정말로 자신의 이야기를 스스로 써 내려간 여성”이었다고.

<위즈덤하우스·3만원>

/김미은 기자 me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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