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조율사가 찾은 한 그릇 국수 면발의 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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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조율사가 찾은 한 그릇 국수 면발의 향연
[박성천 기자가 추천하는 책] 국수의 맛, 조영권 지음, 이윤희 그림
2026년 01월 15일(목) 20:10
섬진강에서는 재첩이 많이 난다. 재첩은 진한 갈색의 작은 조개를 일컫는다. 특히 재첩잡이 손틀어업은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등재될 만큼 생태적, 전통의 가치가 높다.

재첩을 주 재료로 하는 음식은 재첩국, 재첩비빔밥 등이 있다. 술꾼들은 뒷날 시원하면서도 칼칼한 재첩국을 먹으며 속을 달래기도 한다. 작은 조갯살이 매콤한 양념과 어우러진 재첩비빔밥도 식도락가들의 입맛을 돋우는 메뉴다.

일반인에게는 다소 생소한 재첩국수도 있다. 중부 이상의 지역 또는 대도시에서는 맛을 볼 수 없다. 섬진강 유역에서나 맛볼 수 있는데 그것마저도 많이 알려져 있지는 않은 듯하다.

지리산 피아골에서 시작되는 물줄기와 섬진강이 만나는 곳 바로 구례다. 구례의 어느 식당에 가면 재첩국수를 맛볼 수 있다. “잘게 손질한 부추와 참깨가 가득하고 가운데 봉긋 솟은 소면 위로 재첩 알갱이가” 소담하게 얹혀 있다. 보는 이에 따라 제각각의 모습으로 비치겠지만, 아마도 지리산의 모습을 닮았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지리산 자락에서 지리산을 닮은 국수 한 사발 하는 맛은 남다를 터이다.

피아노 조율을 마치고나면 동네 국숫집을 찾아 국수를 즐기는 이가 있다. 피아노 조율사 조영권의 이야기이다. ‘경양식집에서’, ‘중국집’을 펴낸 바 있는 저자가 우리 국수 탐방기인 ‘국수의 맛’을 발간했다.

저자의 수첩에는 전국에서 맛봤던 우리 국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족히 근사한 한 끼가 되는 국수에는 ‘장수’, ‘잔치’ 등 다양한 의미가 깃들어 있다. 재료, 레시피, 조리법에 따라서도 다양한 맛을 연출하기도 한다.

책에서 소개되는 국수는 일반적인 하얀 국수도 있지만 메밀, 팥칼국수, 막국수, 두부오징어국수, 어탕국수 등도 포괄한다. 종류도 가지가지이고 맛도 가지가지인 다채로운 국수 이야기를 따라 가다 보면 오늘 점심, 또는 저녁은 국수 한 그릇으로 때우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든다.

김제전통시장에 있는 미원분식의 팥칼국수를 소개하는 내용도 있다. 보편적으로 전라도 사람들은 팥칼국수를 팥죽이라 일컬었다. 저자에 따르면 팥물에 칼국수를 넣어 먹기 시작한 지역이 김제와 군산이다. 저자는 팥은 전남 나주평야가 주산지이지만 전북에서 팥칼국수가 유래된 데 대한 설명은 하지 않는다.

눈으로 봐도 색이 진하고 농도까지 진한 팥칼국수를 한 접시 비우고 나면 이 겨울 추위는 저만치 물러날 것 같다. 하얀 면과 어우러져 입속에서 쫀득하게 달라붙는 걸쭉한 국물 맛은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다.

대전은 예로부터 철도의 중심지였다. 물자를 수송하는 요충지는 먹거리가 많았다. 간단히 빨리 먹고 자리를 뜰 수 있는 음식이 국수인데, 저자가 대전 성남동에서 소개하는 것은 두부오징어국수다. 빨간 국물이 자작하게 담긴 대접에 큼지막한 두부, 적당한 크기로 잘린 오징어가 어우러진 모습은 절로 군침이 돌게 한다. 달짝지근한 양념에 부드러운 칼국수, 탱글탱글한 오징어가 씹히는 맛은 국수의 새로운 묘미를 느끼게 할 것 같다.

경기도 포천의 곰터먹촌의 김치말이국수에 대한 내용도 있다. 저자에 따르면 “오렌지빛 김칫국에 소면이 말아져 있고 두부와 달걀, 고기, 오이채가 고명”으로 조화를 이룬 모습이 상상만으로도 식감을 돋운다. 적당히 숙성이 된 달달하면서도 새콤한 김치를 싫어할 한국인은 없다. 이곳의 국수는 이북식 김치말이국수에서 볼 수 있는 두부가 들어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한 그릇의 국수를 차려내기까지 노고의 시간이 어떠했을지 짐작할 수 있다.

이밖에 책에는 부산 광안동의 회국수, 강원도 춘천의 칡국수, 충남 보령의 얼큰칼국수, 경북 상주의 뽕잎칼국수 등 30여 곳의 국수 이야기가 나온다. 담백한 에세이와 사진이 적절하게 어우러져 있다. 일러스트레이터이자 만화가로 활동하는 이윤희가 그린 만화도 보는 맛을 선사한다. 후루루 국수를 먹듯 가볍게 읽을 만한 내용들로 채워져 있다.

<린틴틴·1만8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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