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뜰마을 경로당의 삼시 세끼 - 나경택 대한노인회 광주남구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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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뜰마을 경로당의 삼시 세끼 - 나경택 대한노인회 광주남구지회
2025년 11월 20일(목) 00:20
구불구불 골목이 이어진 광주 남구 달뫼 달팽이 마을. 자동차로 헤매며 겨우 찾아 들어간 길 끝에 ‘새뜰마을 경로당’이 있다. 이곳은 특이하게도 하루 세 끼 식사를 어르신들께 제공하는 공간이다. 일반 경로당은 점심을 한 달에 10여 차례만 제공하거나, 아예 제공하지 않기도 한다.

그런데도 이곳은 왜 세 끼를 다 챙길까? 이 마을에는 홀로 사는 어르신들이 많다. 많은 분이 끼니를 거르기도 한다. 그래서 이 경로당은 점심만 제공하는 기존 경로당의 방식을 넘어 아침·점심·저녁까지 책임지기로 한 것이다.

아침 겸 점심은 오전 10시 전후, 오후 1~2시쯤엔 간단한 간식이나 국수, 그리고 저녁은 오후 6시쯤 준비된다. 필자가 경로당을 찾은 날, 20여 명의 할머니들이 고구마 순 껍질을 벗기고 있었다. 인근 양동시장 상인이 부탁한 일이다. 어르신들은 이날 아침 식사 전 이 일을 끝내고, 아·점 식사를 했다. 이날 그들이 번 돈은 8만여 원이었다.

어떤 날엔 도라지 껍질을 벗기고 파를 다듬는 일도 맡는다. 이런 외부 일감은 자주 들어오진 않지만, 이렇게 번 돈과 이웃들이 기부한 쌀 등으로 경로당 식사를 충당한다. 삼시 세끼의 비결이다.

경로당은 매달 운영비 36만 원, 냉·난방비 12만 5천 ~ 27만 원 수준의 보조를 대한노인회광주남구지회로부터 받는다. 또 어버이날 효도비 30만 원, 여름철 건강 유지비 30만 원, 겨울철 월동비 30만 원도 별도로 지원된다.

쌀은 올해 20kg 포장으로 7번, 40kg 포장으로 5번 지원받았다. 하지만 어르신들이 하루 세 끼를 먹기엔 한 달 평균 90~100kg의 쌀이 필요하다. 부족분은 이웃의 기부,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지급된 쌀, 시장 상인 등 이웃들의 도움, 그리고 경로당 어르신들이 직접 텃밭에서 키운 채소로 보충된다.

반찬은 다양하다. 쌀밥에 고등어찌개, 콩나물, 오이무침, 호박나물, 감자볶음, 가지나물 등등 어르신들 입맛에 맞는 반찬들이다.

“텃밭에서 수확하거나 인근 양동시장에서 사 온 재료로 반찬을 만들어, 함께 얘기하며 맛있게 먹는 일은 정말 기분이 좋다”, “양동시장 상인이 자리를 비우는 사정이 생기면 잠깐 대신해서 물건을 팔아주고, 그 대가로 받은 감자 등 식재료를 경로당 반찬으로 쓰기도 한다.”

경로당을 이용하는 노인들의 반응은 좋다. 매일 아침 일찍 경로당에 나와 저녁까지 머무르는 사람도 많다.

달뫼 달팽이 마을은 월산동(月山洞) 지명을 순우리말로 풀어놓은 옛 이름 ‘달뫼’ 즉 달처럼 덕스럽고 정다운 동네라는 의미를 품고 있고 달팽이 마을은 골목길이 구불구불 달팽이를 닮았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한때 낙후된 달동네였지만 2015년 국토교통부와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의 ‘새뜰마을 사업’에 선정되며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사업이 진행되는 동안 주거환경 개선, SOC 시설 구축, 휴먼케어 등이 지원되었고 2021년 말에 마무리됐다. 이와 함께 마을 이름도 ‘달뫼 달팽이 마을’에서 ‘새뜰마을’로 바뀌었다.

마을의 상징인 달뫼 커뮤니티센터에는 1층 새뜰마을 경로당이 있고 2층엔 작은 도서관과 마을 역사박물관이 들어서 있다. 이곳에는 마을 주민들이 기증한 사진, 옛 생활 소품, 악기 등이 전시되어 있다.

또한 마을 곳곳엔 벽화가 그려져, 골목에 생기를 더해주고 있다. ‘나뭇길’, ‘달길’, ‘꽃길’ 등 다양한 이야기를 가진 아름다운 길로 다시 태어났다. 특히 ‘책 읽는 여우’ ‘꼬마 펭귄’ ‘북극곰’ 등 귀여운 동물 캐릭터 그림들이 마을을 떠난 아이들이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곳곳을 지키고 있다.

노인들을 위해 삼시 세끼를 챙기는 마음이 있어 ‘새뜰마을’엔 언제나 따뜻함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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