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온도와 가치- 이동범 수필가·교육칼럼니스트
  전체메뉴
말의 온도와 가치- 이동범 수필가·교육칼럼니스트
2025년 11월 12일(수) 00:20
인간은 의사 표현을 주로 말로 하게 된다. 그래서 날마다 말을 하지 않고 지내는 날이 없다. 여기서 말의 중요성과 가치를 생각하게 된다. 우리가 하는 말에는 온도가 있다. 따뜻한 말 한마디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우리의 입을 통해서 전달되는 말은 그 뿌리가 마음에 있기 때문이다. 따뜻한 말 한마디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지만 차가운 말 한마디는 그대로 굳어버리게 한다.

내 자신이 표현하는 말은 나의 내면의 향기이다. 칭찬과 용기를 주는 말 한마디에 어떤 사람의 인생은 빛나는 햇살이 된다. 정다운 말 한마디가 사소한 우리의 일상을 윤택하게 해주고 서로의 가슴을 열게 한다.

화종구출(禍從口出)이란 말이 있다. ‘모든 재앙은 입으로부터 나온다’는 뜻이다.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폭력은 바로 말(언어)이다. 그렇기 때문에 함부로 입을 놀리거나 상대방이 듣기 싫어하는 말을 하지 말아야 한다. 맹렬한 불길이 집을 태워버리듯 말을 조심하지 않으면 그것이 결국 불길이 되어 내 몸을 태우게 한다.

성경(잠언) 말씀에 “구부러진 말은 네 입에서 버리고 비뚤어진 말은 네 입술에서 멀리하라”라고 하였듯이 자신의 불행한 운명은 바로 자신의 입에서부터 시작된다. 입은 몸을 치는 도끼요, 몸을 찌르는 날카로운 칼날이다. 살아가면서 아주 사소한 작은 것이 우리를 힘들게 할 때가 있다. 목에 걸리는 것은 큰 소의 뼈가 아니라 아주 작은 생선 가시가 걸려서 힘들게 한다. 살아가면서 인간관계도 지극히 사소한 것이 오해와 불신을 일으키게 한다.

일상에서 아주 사소한 것 같지만 어떤 말은 상대에게 꿈과 용기와 희망을, 어떤 말은 분노와 오해와 절망을 주기도 한다. 말로 하는 ‘칭찬의 가치’에 대한 예를 들어본다.

공주처럼 귀하게 자라 부엌일을 거의 안 해 본 여자가 결혼해 처음으로 시아버지 밥상을 차리게 되었다. 오랜 시간이 걸려 만든 반찬은 그런대로 먹을만 했는데 문제는 밥이었다. “식사 준비가 다 되었느냐”는 시아버지 말씀에 할 수 없이 밥 같지 않은 밥을 올리면서 죄송하고 미안한 마음으로 며느리가 말했다.

“아버님 용서해 주세요. 죽도 아니고 밥도 아닌 것을 해왔습니다. 다음부터는 잘 하도록 하겠습니다.” 혹독한 꾸지람을 각오하고 있는 며느리에게 시아버지는 뜻밖에도 기쁜 얼굴로 이렇게 말씀하셨다.

“아가야 참 잘 됐다. 실은 내가 몸살기가 있어서 죽도 먹기 싫고 밥도 먹기 싫던 참이었는데 이렇게 죽도 아니고 밥도 아닌 것을 해왔다니 정말 고맙구나.”

‘그동안 친정에서 뭘 배웠느냐’ 등으로 상처를 줄 법도 한데 그러지 않으시고 오히려 미안해야 할 며느리에게 따뜻한 말씀을 하신 시아버지는 정말 지혜로운 어른이다.

서로서로 따뜻하고 정다운 말 한마디로 상대를 배려하고 서로 신뢰할 수 있는 삶으로 우리 함께 살아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귀와 입을 더럽히면 마음을 더럽히는 것이다. 더러워지기 전에 조심하고 경계해야 한다.

오늘은 어제 사용한 말의 결실이고 내일은 오늘 사용한 말의 열매다. 내가 한 말의 95%가 나에게 영향을 끼친다. 말은 뇌세포를 변화시키기 때문에 말버릇을 고치면 운명도 변한다. 요즈음 현대인은 화가 나면 ‘말폭탄’을 던지기도 하며 인격모독의 말이나 악플을 일삼는 사람들이 있다. 정제하지 않은 말폭탄을 타인에게 예사로 투척하는 경우가 있다. 설혹 그의 생각이 옳다고 할지라도 사용하는 언어가 궤도를 일탈한다면 탈선임이 분명하다.

스페인 격언에 ‘화살은 심장을 관통하고 매정한 말은 영혼을 관통한다’라고 하였으니 배려와 존중의 말로 격을 높여가며 살아가면 좋겠다. 말이 입힌 상처는 칼이 덮친 상처보다 깊다. 말은 깃털처럼 가벼워 주워 담기 힘들기 때문에 서로서로 따뜻하고 정다운 말 한마디로 상대를 배려하고 신뢰할 수 있는 삶이 되기를 소망한다.

핫이슈

  • Copyright 2009.
  • 제호 : 광주일보
  • 등록번호 : 광주 가-00001 | 등록일자 : 1989년 11월 29일 | 발행·편집·인쇄인 : 김여송
  • 주소 :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 224(금남로 3가 9-2)
  • TEL : 062)222-8111 (代) | 청소년보호책임자 : 채희종
  • 개인정보취급방침
  • 광주일보의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