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혁신·시민 개인정보 보호 두 토끼 잡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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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혁신·시민 개인정보 보호 두 토끼 잡아야
‘AI 규제프리 광주’의 과제
고유식별정보 암호화 등
기술·관리적 안전망 확보 중요
본사 이전해야 데이터 접근권
실효적인 기업 유치 정책 필요
소상공인들엔 ‘매출 데이터’
기업들엔 ‘의료 데이터’ 제공
2025년 11월 13일(목) 20:02
/클립아트코리아
광주 전역을 인공지능(AI) 규제완화 실험 무대로 삼는 ‘규제프리 실증도시’ 비전의 구체적 실현 방안이 주목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AI 규제프리 실증도시’가 구현되려면 ‘데이터 혁신’과 ‘시민보호’ 두 토끼를 잡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시민 일상과 맞닿은 데이터 활용이 필요하다는 진단도 나온다.

우선 기업들에 마음껏 뛸 수 있는 ‘거대한 실험장(Testbed)’ 을 열어준다는 점에서 ‘혁신’의 신호라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다. AI 기술의 발전과 도약의 걸림돌로 꼽히는 규제의 벽이 사라지는 것이다.

이는 동시에 ‘거대한 책임’을 수반한다. 광주시가 추진하려는 AI 모빌리티 , 헬스케어, 에너지 등 핵심 분야는 시민의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작동한다.

결국, ‘AI 규제프리 광주’의 성패는, ‘어떻게 혁신을 가속화하는가’와 ‘어떻게 시민의 민감한 정보를 보호하는가’로 압축된다. 일견 상충돼 보이는 두 과제를 어떻게 조화시키느냐에 달려있는 셈이다.

기존 규제자유특구(RFZ) 사례는 ‘데이터 활용’이 핵심 과제였음을 보여준다.

1차로 지정된 ‘세종 자율주행 특구’ 의 경우, 핵심 규제 특례는 ‘자율주행 데이터에 개인정보 포함 시 활용 금지’ 조항의 예외를 인정받는 것이었다. 이 사업에 국토교통부와 함께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인정보위)가 핵심 관계 부처로 참여한 이유다.

광주는 특정 구간, 지역이 아닌 도시 전역을 무대로 하기 때문에 규모가 다르다.

여기서 활용될 데이터의 민감도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이 높다. AI 모빌리티 실증은 개인의 이동 경로, 운전 습관, 정비 정보 등을 실시간으로 수집·분석한다. 사고 발생 시 법적 리스크는 물론,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

특히 헬스케어 분야는 가장 민감한 영역이다. 최근 서울아산병원 연구팀이 발표한 연구 결과는 이 우려가 기우가 아님을 보여준다. 의료 기록을 학습한 대규모언어모델(LLM)에 악성 공격을 시도한 결과, 최대 81%의 성공률로 환자의 민감한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음이 확인됐다.

AI가 자율적으로 데이터를 수집·처리하는 시대에, 기존의 ‘고지 후 동의’ 방식만으로는 시민을 보호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결국 ‘규제프리’는 ‘규제 포기’가 아니라, ‘새로운 규제 설계’를 의미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혁신을 가속하되, ‘데이터 거버넌스’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기술·관리적 안전망 확보다. 실증 사업에 참여하는 기업들은 ‘데이터기반행정 가이드라인’ 및 ‘개인정보의 안전성 확보조치’ 기준을 준수해야 한다.

여기에는 ‘고유식별정보 등의 암호화’, ‘접근통제시스템 설치’, ‘AI 개발 전 주기에 걸친 ‘위험 평가’ 실시’, ‘데이터 수집 최소화’ 등이 포함된다.

지역 AI 업계는 법적 논쟁이 아닌 ‘기술적 해법’을 강조한다.

광주지역 한 AI 기업 전문가는 “개인정보 문제는 기술로 풀어야 한다”며 “예컨대 자동차 번호판 사진에서 숫자만 지우거나, 얼굴 사진을 누군지 못 알아보게 바꾸는 ‘비식별화’ 기술을 체계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광주시가 비식별화 처리를 공식적으로 ‘인증’해주고, 이미 구축된 AI 집적단지의 데이터센터 컴퓨팅 자원을 ‘데이터 비식별화 허브’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개인정보를 뺏겼다’는 시민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데이터센터의 활용 명분도 명확해진다는 것이다.

‘규제프리 도시’가 성공하기 위한 또 다른 관문은 ‘시민 체감’과 ‘기업 유치 효과’다.

전문가들은 규제 완화가 실질적인 기업 유치로 이어지려면 ‘당근’과 ‘채찍’ 모두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단순 데이터 접근을 허용하는 것을 넘어, “본사를 광주로 이전해야만 핵심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게 하겠다”는 식의 강제성 있는 ‘허들’을 만들어야 실효성 있는 정책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시민이 체감하는 서비스 모델 발굴도 시급하다. 전문가들은 시민들의 일상과 밀접한 데이터가 우선적으로 개방돼야 한다고 말한다.

가장 중요한 데이터로는 ‘건강 데이터’가 꼽힌다. 병원에 쌓인 막대한 의료 데이터를 비식별화해 기업들이 연구할 수 있게 하면, 새로운 AI 헬스케어 서비스 개발이 가능하다.

또한, 소상공인들의 ‘매출 데이터’를 활용해 AI가 수요 예측이나 재고관리를 돕는 서비스를 시 차원에서 제공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지역 AI 기업 인터플로우 정광명 대표는 “대기업은 자체적으로 AI로 수요 예측을 하지만 소상공인들은 엄두도 못 내는 일”이라며 “시 차원에서 이런 AI 서비스를 만들어 제공하면 재고 부담을 줄이는 등 시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다. 이처럼 구체적으로 어떤 데이터를 모아 어떤 AI 서비스로 시민들에게 혜택을 줄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광주 전역 ‘AI 규제프리 실증도시’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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