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 ‘멜라콩 다리’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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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 ‘멜라콩 다리’를 아시나요
60년대 의인 ‘멜라콩’ 박길수 선생
목포역 인근에 만든 다리
선행 기념비 등 버려진 채 방치
시민운동가 복원·보전대책 요구
2025년 11월 05일(수) 18:50
전봇대 아래 방치된 ‘멜라콩 다리’ 기념비에는 ‘목포시 정모(짐꾼) 박길수’라고 새겨져 있다. 부도난 호텔(옛 남일극장) 인근 도로를 횡단하는 도보다리를 박 선생이 앞장서서 세웠다.
목포의 시민운동가 손영득 씨가 목포의 근현대사 상징인 ‘멜라콩 다리’의 복원과 기념사업 추진을 촉구하고 나섰다.

그는 “시민이 세운 선행의 다리가 전봇대 밑에 처박혀 있는 현실은 부끄럽고 참담하다”라며 “목포시가 즉각 보전 조치를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손 씨는 “어릴 적 어른들은 목포의 3대 기인으로 역전의 춘자, 평화극장 외팔이 기도, 그리고 멜라콩을 꼽았다”라며 “멜라콩은 선천적 소아마비로 장애를 안고 살았지만, 평생을 가난하고 외로운 이웃을 돌본 의인이었다”라고 회고했다.

‘멜라콩’이라 불린 박길수(1928~1994) 선생은 목포역에서 10대 시절부터 소화물 잡역부로 48년간 일했다. 선천적 장애와 안면 기형으로 사람들의 조롱을 받았지만, 그는 가출 청소년과 부랑자, 떠돌이 여성들을 폭력으로부터 지켜내고 먹이고 재우는 등 헌신적인 삶을 살았다.

1960년대 당시 목포역 인근에는 바닷물이 드나드는 개천이 있어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는데, 박 선생은 자신의 돈 60만원을 들여 직접 다리 공사를 시작했다. 이에 공감한 시민들이 모금운동에 나섰고, 1964년 4월 드디어 다리가 완성됐다. 시민들은 그의 선행을 기려 다리를 ‘멜라콩 다리’라 부르고 기념비를 세웠다.

하지만 현재 그 기념비는 전봇대 아래 담벼락에 박힌 채 페인트에 덮여 방치되어 있다.

손 씨는 “목포가 근현대사 거리를 내세워 관광문화도시를 표방하면서 정작 시민의 손으로 세운 의인의 흔적은 외면하고 있다”라며 “이런 몰상식한 행태는 역사 테러이자 선행에 대한 조롱”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박길수 선생은 조롱과 차별을 공동체 정신과 선행으로 갚은 사람”이라며 “목포시민의 상까지 받은 의인을 이렇게 홀대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손 씨는 목포시와 시의회에 즉각적인 보전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공감하는 시민들과 함께 서명운동을 벌이겠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런 인물의 정신을 목포 청소년들에게 가르쳐야 한다”라며 “지금 학교 선생님들 중에 멜라콩을 아는 이가 몇이나 되겠느냐”라고 반문했다.

/목포= 장봉선 기자 jbs@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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