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을 어루만진 진도의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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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을 어루만진 진도의 소리
국립남도국악원, 25일 오후 3시 진악당서 ‘채정례를 기억하다’
2025년 10월 20일(월) 13:35
채정례 명인이 생전 씻김굿을 하는 모습.<국립남도국악원 제공>
고(故) 채정례(1925~2013) 명인은 신안 하의도에서 태어나 세습무 가문의 넷째 딸로 자랐다. 서른셋이라는 늦은 나이에 처음 굿을 연행했지만 평생을 지역민의 안녕과 위로를 빌며 굿의 본래 정신을 지켜온 당골로 기억된다. 화려함 대신 진심으로 울림을 전한 그의 소리는 ‘진정성의 미학’으로 평가받는다.

진도의 바람과 바다, 그리고 굿판의 숨결 속에서 삶과 죽음을 어루만지던 한 여인의 소리가 다시 무대 위로 오른다.

국립남도국악원은 오는 25일 오후 3시 진도 진악당에서 기획공연 ‘진도 삼례(三禮) 시리즈 3-채정례를 기억하다’를 선보인다. 이번 무대는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은 진도씻김굿의 명인 채정례를 기리는 자리로 ‘조공례를 부르다’, ‘김대례를 잇다’에 이은 마지막 순서다.

이번 공연에서는 ‘채정례본 진도씻김굿’이 무대에 오른다. 서남해안 일대에서 전승되는 대표 넋굿인 씻김굿은 망자를 위로하고 산 자의 안녕을 기원하는 의례로 초가망석과 길닦음, 축원, 씻김, 종천에 이르는 굿의 흐름이 재현된다. 관객들은 생과 사의 경계를 잇는 소리의 세계를 체험하게 된다.

무대에는 채정례의 제자이자 국악계 대표 소리꾼인 채수정이 함께한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이자 (사)세계판소리협회 이사장인 그는 제19회 임방울국악제 대통령상과 KBS 국악대상 판소리상을 수상한 명창이다. 이번 공연에서 사회를 맡고 일부 굿 절차를 직접 연행하며 스승의 소리를 다시 잇는다. 국립남도국악원 국악연주단도 함께해 굿의 장단과 선율로 진도의 정서를 되살릴 예정이다.

박정경 국악원장은 “국악원은 2006년부터 채정례와 함인천 부부의 씻김굿을 무대화하며 대표 레퍼토리로 이어오고 있다”며 “삶의 고통을 굿의 언어로 승화시켜 사람들을 위로한 예인 채정례 선생의 발자취를 다시 되새기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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