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의 거짓말, 문관식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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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용의 거짓말, 문관식 지음
2025년 10월 17일(금) 00:20
우리는 오늘도 ‘분리배출’을 실천한다. 일회용 그릇을 씻고, 라벨을 떼고, 비닐을 말리고, 우유팩을 헹궈 내놓는다. 번거로움을 감수하면서까지 쏟아지는 일회용품이 조금이라도 다시 쓰이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하지만 그렇게 공들여 버린 쓰레기들은 과연 어디로 갈까. 정부는 재활용률 80%대를 자랑하지만, 실제로 다시 자원으로 되살아나는 비율은 극히 낮다. 유럽 기준으로 재산정하면 한국의 플라스틱 재활용률은 16.4%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있다.

환경정책 전문가 문관식 교수가 펴낸 ‘재활용의 거짓말’은 이 간극에서 출발한다. 저자는 재활용률 80%라는 화려한 통계와 ‘친환경’의 언어가 감춘 구조적 모순을 해부한다. 시민은 분리배출을 실천하지만 자원 가격이 떨어지면 기업은 그 쓰레기를 곧바로 태운다. 행정은 실적 관리에 몰두하고 제도는 여전히 복합재질과 ‘OTHER’ 분류의 벽 앞에서 멈춰 있다. 이제는 ‘왜 줄이지 못했는가’가 아니라 ‘왜 줄이지 않아도 되는 시스템이 만들어졌는가’를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책은 먼저 ‘재활용’이라는 개념 자체를 다시 묻는다. 유럽이나 일본에서는 열 회수나 소각은 재활용으로 보지 않는다. 쓰레기가 실제로 물질로 재사용될 때만 ‘진짜 재활용’으로 인정된다. 반면 한국은 소각 후 에너지를 얻는 행위까지 성과로 계산한다.

문제는 제도만이 아니다. 효율을 명분으로 민간에 맡겨진 재활용 체계는 정부의 통제력을 약화시켰고, 시장 논리에 따라 자원 흐름이 좌우되는 구조로 굳어졌다. 자원 가격이 하락하면 분리된 폐기물은 다시 소각장으로 향한다.

저자는 “공공성이 회복되지 않는 한 진짜 순환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하며 시민·기업·정부가 함께 정책 설계와 감시, 평가에 참여하는 ‘다층적 거버넌스 모델’을 해법으로 제시한다. 그때에야 비로소 지속 가능한 자원 순환 사회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헤르몬하우스·1만7000원>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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