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해성사? 범행자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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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해성사? 범행자백?
성당 건립 헌금 4억8천만원 빼돌려 코인 투자 탕진 성당 사무장 영장
죄책감에 고해성사에서 털어놔
목포서 성당 내부 논의 후 신고
2025년 09월 23일(화) 21:10
성당 헌금 수억원을 빼돌려 암호화폐 투자를 했다가 전액을 잃어버린 성당 직원이 ‘고해성사’로 하느님에게 도움을 청했다가, 내민 손에 도리어 쇠고랑을 찰 처지에 놓였다.

목포경찰은 성당 헌금을 ‘코인’ 투자에 무단 사용한 목포시의 한 성당 사무장 60대 A씨를 업무상 횡령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23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7월부터 올해 8월까지 1년여간 성당 건축을 명목으로 모은 헌금 4억 8000만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A씨가 헌금을 밑천 삼아 코인 투자를 한 뒤, 이윤만 취하고 헌금을 제자리로 돌려놓을 심산으로 헌금을 빼돌린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토지 매입 계약금, 건축비 정산 등 정상 거래인 것처럼 위장해 헌금을 지인 계좌로 이체한 뒤, 다시 자기 계좌로 돈을 옮겨 암호화폐 거래소로 송금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A씨는 온라인 투자 리딩방 운영자들의 권유에 따라 코인 투자를 했으나, 수익은 커녕 4억 8000만원 전액을 잃은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이 사실을 숨겨 오다 최근 죄책감을 이기지 못하고 성당에서 고해성사를 했다가 덜미를 잡혔다.

고해성사 자리에서 A씨가 범행을 털어놓자, 이를 들은 사제도 범죄 사실을 숨겨야 하는지 고민 끝에 성당 내 다른 관계자에게 사실관계를 털어놓은 것이다.

결국 성당은 내부 논의를 거쳐 지난 19일 경찰에 신고를 접수했다.

경찰은 A씨의 구체적인 범행 경위와 여죄 등을 조사 중이며, 리딩방 운영자가 조직적 투자 사기를 벌였을 가능성에 주목해 자금의 흐름도 추적 중이다.

천주교 광주대교구도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며 즉각 회계감사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신도들은 성당에 헌금한 돈에 대해 어디다 썼냐고 물어보지 않고 잘 가지고 있겠다고 생각해왔다가 배신을 당한 것”이라며 “리딩방 사기 일당이 돈을 대포통장이나 코인 지갑 등으로 돌려 세탁하는 탓에 회수 가능성도 낮은 상황이다”고 말했다.

/김진아 기자 jingg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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