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 내려온다’ 신드롬의 주역들, 다시 무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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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 내려온다’ 신드롬의 주역들, 다시 무대로
ACC, 10월 23~25일 개관 10주년 기념 공연 ‘제비노정기: 시리렁 시리렁’
2025년 09월 21일(일) 17:50
밴드 이날치.<ACC제공>
“범 내려 온다. 범이 내려온다. 장림 깊은 골로 대한 짐승이 내려온다.”

익숙하면서도 낯선 장단이 전 세계를 흔들었다. 판소리 ‘수궁가’를 바탕으로 한 ACC 음악극 ‘드라곤킹’에서 태어난 이 노랫말은 이날치의 중독성 강한 사운드와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의 역동적인 춤사위를 타고 퍼져나가 국경을 초월한 흥과 에너지로 신드롬을 일으켰다. 한국관광공사 홍보영상에 삽입된 ‘범 내려온다’는 누적 조회수 5300만 건을 기록하며 한국 전통예술이 글로벌 대중문화의 언어가 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그 신화를 만든 주역들이 다시 모여 또 다른 장단을 울린다. 이름하여 ‘시리렁 시리렁’.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전당장 김상욱)은 개관 10주년을 맞아 오는 10월 23일부터 25일까지 예술극장 극장1에서 기념 공연 ‘제비노정기: 시리렁 시리렁’을 무대에 올린다.

ACC 개관 10주년 기념공연 ‘제비노정기: 시리렁 시리렁’이 10월 23~25일 예술극장 1에서 펼쳐진다. 왼쪽부터 양정웅 연출, 김보람 안무가, 장영규 음악감독.<ACC제공>
이번 작품은 판소리 ‘흥보가’의 박타령에서 반복되는 후렴구 “시리렁 시리렁”을 모티브로 한다. 박을 타는 소리를 형상화한 이 짧은 구절은 익살스럽고도 친근한 흥을 품고 있다. 공연은 그 단순한 소리를 출발점 삼아 판소리의 전형적 서사를 해체하고 음악·춤·무대기술을 결합해 감각적인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특히 결말을 정해놓지 않은 열린 구조가 특징이다. 관객은 무대 위에서 만나는 소리와 몸짓, 장면을 각자 엮어내며 ‘나만의 흥보가’를 완성한다. 익숙한 전통을 토대로 하면서도 관객마다 각기 다른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이번 작품이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드라곤킹’으로 ‘범 내려온다’ 신드롬을 일으켰던 제작진이 다시 뭉쳤다는 점이다. 연출은 양정웅, 음악은 이날치의 장영규, 안무는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의 김보람이 맡았다.

양정웅 연출은 무대를 ‘질서 있는 난장판’으로 설계해 혼돈과 질서가 공존하는 장면을 빚어낸다. 장영규 음악감독은 드러머와 베이시스트, 판소리 보컬이 만드는 이날치 특유의 사운드로 판소리를 댄스 음악으로 변주하며 예측 불가능한 리듬과 변박으로 청각을 흔든다. 김보람 안무가는 정형화된 안무를 벗어나 소리에 반응하는 원초적 몸짓을 통해 무대의 에너지를 극대화한다.

세 창작자의 개성이 맞물리며 완성될 이번 공연은 전통 판소리와 현대적 감각이 결합된 강렬한 무대로 관객을 다시 한 번 사로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ACC의 첨단 음향·조명 시스템과 무대기술 인프라는 이번 공연의 실험을 뒷받침 한다. 기술은 단순한 장치가 아니라 예술적 실험을 가능하게 하는 토대가 되며 전통 판소리를 현대 무대 언어로 변환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한다.

ACC는 이번 무대를 단순한 기념 공연이 아니라 앞으로 10년을 열어갈 브랜드 공연의 이정표로 삼고 있다. 2018년 ‘드라곤킹’(수궁가)을 시작으로 2021년 ‘두 개의 눈’(심청가), 이번 ‘시리렁 시리렁’(흥보가)까지 미디어 판소리 시리즈는 세 편째 이어지고 있다. 앞으로 ‘적벽가’와 ‘춘향가’로도 확장될 예정이다.

김상욱 전당장은 “‘시리렁 시리렁’이 ACC의 새로운 10년을 여는 K-컬처 대표 콘텐츠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전통과 현대가 결합한 미디어 판소리극을 ACC의 핵심 브랜드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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