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으로 산불 성금 내놓고 생색…광주시의회의 ‘몰염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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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으로 산불 성금 내놓고 생색…광주시의회의 ‘몰염치’
영남 산불피해 복구성금 5백만원 중
의회 운영공통경비서 180만원 지출
시민 신뢰 저하 “도덕적 해이” 비판
2025년 09월 16일(화) 19:35
광주시의회 본회의장 전경. <광주시의회 제공>
광주시의회가 지난 3월 28일 대한적십자사에 전달한 ‘영남 산불 피해 복구 성금’ 500만원 중 180만원이 업무추진비와 의회 운영공통경비에서 지출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시의회는 당시 “의장단과 23명 전 의원, 사무처 간부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고 홍보했지만, 공금을 섞어 목표액을 맞춘 내역은 알리지 않았다. 규정상 가능하다는 점과 별개로, 시민 신뢰를 소홀히 한 전형적 도덕적 해이라는 지적이 거세다.

16일 광주시의회에 따르면 의회는 지난 3월 ‘영남지역 산불 피해 복구 성금’ 명목으로 대한적십자사에 500만원을 기부했다. 성금은 의원·간부 개인 성금 320만원에 예산 180만원을 더해 조성됐다.

예산은 의장 20만원, 부의장 2명 각 15만원, 사무처장 30만원 등 업무추진비 80만원과 의정활동 지원을 위한 운영공통경비 100만원으로 구성됐다. 그럼에도 시의회 보도자료에는 ‘전원 자발 참여’만 강조됐고 예산 투입 사실은 빠졌다. 결과적으로 시민들에겐 ‘전액 자율 모금’처럼 비친 것이다.

당장 진보당 광주시당은 “예산을 쓰고도 숨긴 채 자발적 모금으로 포장했다면 기부금 부풀리기”라며 “이런 행태가 반복되면 지방의회 신뢰가 무너진다”고 비판했다.

시의회는 행안부 규칙에 따라 관할 밖 재난의 이재민·피해자에게 격려금품을 지급할 수 있어 집행은 적법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합법성과 타당성은 다르다는 것이 시민사회와 정치권의 지적이다. 특히 재난 구호 성금은 선의와 투명성이 생명이라는 것이다.

세금이 한 푼이라도 들어간다면 목적·근거·항목을 사전에 공개하고, 개인 기부와 기관 재정을 명확히 구분해 시민이 판단할 권리를 보장했어야 했다는 설명이다. 목표액을 먼저 정해 공금으로 메우고, 이 사실을 뒤에야 공개하는 방식은 ‘가능하니 했다’는 자기 합리화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시민사회 단체들은 이번 사안을 ‘위법·합법’의 문제가 아니라 공적 기관이 스스로 신뢰를 무너뜨린 것으로 보고 있다.

시의회가 시민 신뢰의 시험대에 오른 건 이번만이 아니다. 7월 예산결산특별위원장 선출 과정에서 의회사무국 직원을 퇴장시킨 뒤 비공개 ‘쪽지투표’를 하고도 대외적으로는 ‘합의 추대’라고 발표한 사실이 드러나 ‘밀실·담합 투표’ 논란이 컸다.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은 즉시 진상조사에 착수했고, 논란이 확산되자 예결특위 위원 9명 전원이 사퇴했다. 이후 당 윤리심판원은 해당 의원 10명에 대한 소명 절차를 마무리했으며 중징계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등 파문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시의회는 “성금 500만원 중 320만원은 의원·간부가 자발적으로 냈고, 180만원은 ‘업무추진비 집행 규칙’과 운영공통경비 규정에 따라 집행했다”고 밝혔다. 이어 “적십자사를 통한 공익 성금으로 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성금 조성 내역 고지가 충분치 못했다. 앞으로 공적 재정이 쓰이는 모든 집행은 보다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해명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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