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노동자 품는 일관된 지원 대책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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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노동자 품는 일관된 지원 대책 절실하다
거꾸로 가는 외국인노동자 정책 <하>장기 지원 로드맵 필요
공모 경쟁 통한 ‘널뛰기’ 지원에
일회성 사업 반복…홍보도 안돼
노동자들 지원센터 존재도 몰라
동행 통역 등 정책 지속되도록
정부·지자체 등 적극 나서야
2025년 08월 06일(수) 20:40
6일 광주시 광산구 한 제조업체에서 일하는 압둘라씨와 에드워드씨가 점심시간 여가생활을 즐기고 있다.
#.카자흐스탄에서 온 노라이(여·26)씨는 “최근 산부인과에 가야할 때가 있었는데, 직접 통역해주는 사람을 고용해 3만 5000원을 주고 동행했다. 의사소통이 힘드니 행정적 일을 처리하는 건 더 힘든데 주변에 도와줄 사람이 없었다”면서 “외국인 지원 센터가 있는지 몰랐다”고 했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광주·전남을 비롯, 전국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예산을 전액 삭감하면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겪는 불편함이 적지 않다. 일관성 없는 예산 편성에다 현장 의견 수렴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출장 상담, 동행 통역 등 정작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이 필요로하는 지원 정책이 중단되는 일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6일 광주시 광산구 한 제조업체에서 소켓 연결 작업을 하고 있는 알렉산더 기어씨.
러시아에서 한국에 온지 1년 6개월이 된 알렉산더 기어(32)씨도 “한국에서 오래 잘 소통하면서 살고 싶은데 매번 큰 돈 주고 통역사를 고용해서 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같은 점을 들어 해마다 늘어나는 광주·전남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보호·지원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공모 경쟁을 강요하는 현행 예산지원 체제에서 벗어나 외국인지원센터를 통한 장기적인 지원 체계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정부 예산 지원이 해마다 널뛰기를 하면서 센터의 안정적인 보호 기능이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회성 지원 사업을 반복할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지원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광주·전남 지역 외국인노동자들 사이에서는 외국인 지원센터의 존재 여부조차 모르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베트남 출신 원가빈(여·35)씨도 “특근·야근수당을 받지 못 하거나 욕설을 일삼는 사례가 주변에 너무 많지만, 외국인노동자들은 도움을 요청하거나 신고를 꺼린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불이익이 두려워서 그냥 참고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이럴수록 현장점검과 교육, 상담이 더 필요한 것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같은 요구에도, 각 센터에서는 운영비가 안정적이지 않다 보니 지원 사업을 확장하기도 힘든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광주시 광산구에 있는 광주이주민건강센터는 일요일마다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해 무료진료소를 열고 있는데, 의료진들은 모두 자원봉사자고 행정업무는 상근 인력 두명만이 맡고 있다. 공모에 선정돼야만 예산을 받을 수 있다 보니 인력을 늘릴 수도 없고, 하루에만 60~70명 정도의 외국인이 찾아오는데 예산 부족으로 더 많은 인원을 진료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 센터 관계자 설명이다.

최지연 광주이주민건강센터 사무국장은 “우리 센터는 미등록 외국인도 진료 대상이다. 하지만 정부는 이런 단체에 별 관심이 없다”며 “공모에 매번 선정돼야만 운영이 가능하다. 그만큼 안정적인 지원이 없어 매번 어렵다. 시 정책은 고려인에게만 쏠리고 다른 이주민들에게는 형평성에 맞지 않게 지원이 거의 없는 형편”이라고 밝혔다.

지자체도 국비 지원이 없으니 지원을 늘리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예산이 삭감되기 직전인 지난 2023년 광주·전남 내 외국인 지원센터 총 8곳(광주4·전남4)이 전달받은 예산은 총 5억 2419만원이지만 지난 2024년부터 지원센터 직접 지원이 중단된 이후에는 공모 경쟁에서 선정돼야 지원받을 수 있는 구조로 바뀌었다. 올해 전남지역 6곳의 지원센터는 국비 지원이 전혀 없어 전남도 지원비로만 충당하고 있다. 이러다보니 인력이 없어 현장 출장 대신 전화 상담에 그치는 등 반쪽 운영을 해 온 실정이다.

그나마 광주시는 ‘외국인근로자 지역정착지원사업’ 공모에 선정되면서 향후 3년 간 국비 2억원씩 지원받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지원 예산으로는 부족해 지난해 시비 3억을 투입했고 올해는 4억5000만 원을 추가 투입해 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자체 민간단체 지원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당시 센터 공모 기준에 따라 인건비를 예산의 50% 이하로 제한해야 해 간부직을 줄이고 상담원을 늘리는 구조로 개편됐다는 것이 시의 설명이다.

광주시 외국인주민과 관계자는 “지자체는 국가적인 관리 시스템이 구축이 돼야 같이 움직일 수 있다. 외국인 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고, 이에 따라 한국어 교육, 인권 상담 등 필요한 서비스도 늘어나고 있는 만큼 안정적인 국비 지원은 필요하다”고 밝혔다.

고용부 관계자는 “지금 지자체 예산으로 9개 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는데 2개를 추가하기 위해 예산 확대를 요구한 상태”라며 “현 체계 내에서, 과거 운영됐던 소지역 센터 중 일부라도 복원할 수 있도록 노력중”이라고 말했다.

/글·사진=김진아 기자 jing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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