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 찔레꽃 - 김대성 전남 서·중부 전북 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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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 찔레꽃 - 김대성 전남 서·중부 전북 취재부장
2025년 05월 13일(화) 22:00
‘하얀 꽃 찔레꽃/ 순박한 꽃 찔레꽃/ 별처럼 슬픈 찔레꽃/ 달처럼 서러운 찔레꽃/ 찔레꽃 향기는 너무 슬퍼요/ 그래서 울었지/ 목놓아 울었지’

한국인의 정서를 가장 잘 대변해준다는 평가를 받는 소리꾼 장사익의 노래 ‘찔레꽃’의 가사 일부다.

장사익은 본격적으로 농사를 시작하는 5월에 피는 찔레꽃을 보며 몰려오는 슬픔과 애환을 노래에 담았다. 이 노래를 들으면 찔레꽃의 은은한 향기가 온 동네를 휘감아 돌고 덤불을 뒤덮은 꽃은 밤하늘 별처럼 빛나는 상황에서 그가 느꼈을 서러운 감정이 그대로 전달돼 찐한 감동이 몰려온다. 이 시기 만발하는 화려하고 아름다운 장미에서 발하는 감정과는 사뭇 다르다.

가사에 나오는 찔레(학명 Rosa multiflora)는 전국의 산과 들의 기슭과 계곡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낙엽활엽관목이다. 장미과에 속하는 키 작은 나무로, 높이는 1~2m이고 가지가 많이 갈라지며 가지에는 예리한 가시가 있다. ‘찔레’라는 이름도 가시가 있어서 만지면 찔리는 데서 유래했다. 가지에 달린 5~9개의 작은 잎은 서로 어긋나 있으며, 잎은 2~4cm 길이의 타원 모양이고 양 끝이 좁고 가장자리에 잔 톱니가 있다. 야생 장미의 일종으로 원예종으로 개량할 때 대목(접을 붙일 때 그 바탕이 되는 나무)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우리가 흔히 보는 장미의 어머니 나무라 할 수 있다.

찔레꽃하면 오월 아픔을 노래했던 도종환의 시도 눈길을 끈다. ‘그 많은 죽음들 때문에/ 꼭 부활을 생각케 하는/ 죽은 자에게도 산 자에게도 잊혀질 수 없는/ 또다시 찔레꽃 피는 오월의 아침입니다’로 끝나는 시 ‘오월아침’이다. 시인은 5월 어느 날 하늘색 옷을 입고 할머니와 함께 유치원 가는 아들의 뒤를 따라 출근하다 찔레꽃을 보고, 1980년 광주에서 서럽게 죽은 자들의 영면과 부활을 맞이했던 듯하다.

어김없이 5월이 왔고, 찔레꽃 향기는 더욱더 진해졌다. 민초들의 삶에 담긴 애환이 서려 있음이다. 찔레꽃을 다룬 노래와 시를 보면, 5월 우리 산하 지천에 널린 게 꽃인데 유독 찔레꽃에 꽂히는 이유가 자명해진다.

/김대성 전남 서·중부 전북 취재부장 big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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