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73주년에 부쳐- 정론 보도로 시대적 사명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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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73주년에 부쳐- 정론 보도로 시대적 사명을 다하겠습니다
2025년 04월 18일(금) 00:00
호남 언론의 종가(宗家) 광주일보가 오는 20일로 창간 73주년을 맞습니다. 1952년 ‘불편부당(不偏不黨)’ ‘문화창달’ ‘지역개발’이란 3대 사시를 기치로 닻을 올린 광주일보는 지역민과 동고동락하며 대한민국 현대사의 기록자이자 증인으로서 소임을 다해 왔습니다.

돌아보면 일흔 셋 성상(星霜)은 대한민국의 역사만큼 다이내믹했습니다. 정치적으로는 4·19 혁명, 5·18 민주화운동, 6월 항쟁, 촛불 혁명, 빛의 혁명으로 이어지는, 지난하지만 퇴행하지 않는 민주화의 발전 과정을 함께 했고 경제적으로는 IMF외환위기를 극복하고 후진국에서 10대 경제 강국으로 도약하는 경이로운 역사를 썼습니다. 늘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해 정론 보도로 대한민국의 역사를 기록하는 역할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특히 호남이 대한민국 민주화의 역사를 써왔듯 분기점마다 정확하고 명쾌한 분석 보도로 청사(靑史)의 한 페이지를 장식해 왔습니다.

1980년 5·18 당시 계엄군의 엄혹한 검열속에서도 “아, 광주여 무등산이여/ 죽음과 죽음 사이에/ 피눈물을 흘리는/ 우리들의 영원한 청춘의 도시여…” 라는 ‘오월의 시’로 핏빛 폐허에서 피어난 광주의 절규를 전 세계에 알린 것처럼 펜의 힘으로 민주화를 지키는 데 일조해 왔습니다.

우리는 불과 4개월 전 12·3 비상계엄 선포로 민주주의가 또 다시 심각한 위기에 처하는 경험을 했습니다. 광주시민들에겐 35년 전 악몽을 떠올리게 하는 믿기지 않는 일이었지만 국민들이 밝힌 ‘빛의 혁명’으로 다시 봄을 맞게 됐습니다. 헌법재판소는 “헌법과 법률을 위배해 헌법수호의 책무를 저버리고 민주공화국의 주권자인 대한국민의 신임을 중대하게 배반했다”며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했습니다. 결정문을 헌법 제1조 제1항인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로 시작해 헌법 전문에 등장하는 ‘대한국민’이란 표현으로 마무리함으로써 민주공화국과 그 주권자인 국민은 어떤 위협으로도 흔들 수 없다는 것을 명확히 했습니다.

내란사태를 이겨내면서 우리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고,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했습니다. 한강 작가가 던진 화두의 배경은 5·18 광주입니다. 광주의 5·18과 그 과정에서 희생된 시민들이 12·3 비상계엄과 민주주의의 퇴행을 막았습니다.

내란사태는 끝났지만 사회적 갈등은 오히려 더 커졌습니다. 윤석열을 비롯한 극우 정치인들의 갈라치기에 유튜버와 인터넷 매체의 허위 보도가 더해지면서 국론 분열이 심해지고 있습니다. 탄핵 정국에서 극우 유튜버들의 법원 습격 사건과 스카이데일리라는 인터넷 매체의 중국인 간첩 선거개입 허위 보도는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경향을 극대화 해 국가를 둘로 쪼개 놓았습니다. 다매체 시대라는 작금의 언론 환경은 가짜뉴스를 양산하고 있습니다. 광주일보가 제1 원칙으로 지켜온 ‘불편부당한 정론’이 더욱 중요해지는 시대입니다. 광주일보는 앞으로도 정론 보도로 민주주의를 지키는 소임을 다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6월 3일이면 새로운 정부가 출범합니다. 새 정부에 주어진 가장 시급한 과제는 갈등과 양극화 해소입니다. 노무현 정부 이후 심화돼 온 진보와 보수 진영의 갈등은 이번 탄핵정국을 거치며 정점에 달했습니다. 새 대통령은 진영 갈등을 해소해 흩어진 국론을 다시 통합해야 합니다. 국민들의 70% 가량이 찬성하고 있는 개헌도 추진해야 할 것입니다. 한계에 달한 대통령 중심제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 권력구조 개편을 포함해 헌법 전문에 5·18 광주정신을 넣는 개헌을 해야 합니다.

양극화 해소는 쉽지 않지만 발등의 불입니다. 모든 분야에서 양극화가 심하지만 경제 분야 양극화는 국민들의 삶과 직결된 만큼 최우선 해결 과제여야 합니다. 장기화 된 경기침체로 골목상권은 고사 직전이고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어 결혼은 꿈도 꾸지 못합니다. 지난 3년간 정부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습니다. 저성장이 고착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출범하는 새 정부에게 남은 골든타임은 길지 않습니다. 기업과 함께 일자리를 만들어 청년들이 가정을 꾸리고 골목상권이 활기를 찾을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쏟아야 합니다. 트럼프가 촉발한 관세전쟁으로 자유무역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습니다. 통상 정책을 포함한 외교 문제도 시급합니다. 특히 통상정책은 기업의 수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인플레를 초래해 국민들의 구매력을 떨어뜨리는 만큼 소홀함이 없어야 합니다.

지역으로 눈을 돌리면 광주·전남의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하는 것이 핵심 과제입니다. 이는 ‘지역개발의 기수가 된다’는 광주일보의 두 번째 사시와도 부합하는 문제입니다. 광주시는 기아자동차와 광주글로벌모터스(GGM)를 보유한 자동차 도시입니다. 관세전쟁이 현실화 되면 미국 수출 물량이 많은 기아차의 피해가 현실이 됩니다. 수출 다변화와 동시에 전기차로 차종 변화를 꾀해야 합니다. 모빌리티 도시를 위해 미래차 국가산단을 만들고 자율주행차 소재와 부품·장비를 특화해야 합니다.

인공지능(AI)은 폭발적인 성장성 때문에 국내 도시간 선점 경쟁이 치열한 분야입니다. ‘AI 중심도시’를 표방한 광주시는 국가 AI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관련 기업들이 하나 둘 둥지를 틀면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명실상부한 AI 중심도시가 되려면 최소 10만장 이상의 GPU를 갖춘 초거대 AI컴퓨팅센터가 필요한데 때마침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광주 AI에 10조원 투자를 언급해 서광이 비치고 있습니다.

전남은 ‘30년 숙원’인 전남권 국립 의과대학 설립이 최우선 과제입니다. 개교를 목전에 뒀다가 의정 갈등 장기화로 내년 의대 정원이 동결되면서 2027년 개교를 목표로 다시 뛰고 있습니다. 대선 과정에서 후보들을 상대로 적극적으로 어필해 차질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경제적인 측면에선 전남 경제의 두 축인 석유화학과 철강이 위기에 처한 만큼 사업 재편을 통해 새로운 동력으로 탈바꿈 시켜야 합니다.

전남은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는 물론 원자력까지 갖춘 국내 전력생산의 중심지입니다. 미래 산업은 에너지 다소비 업종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솔라시도에 세계적인 데이터센터를 유치하고 AI 슈퍼 클러스터 허브를 구축하는 프로젝트가 가능한 이유입니다.

광주·전남 공동 과제에는 광주 민간·군 공항 이전이 있습니다. 이전지를 무안으로 하자는 데는 광주시와 전남도가 의견을 같이하고 있지만 정작 무안군의 반대로 답보상태입니다. 공항 이전은 1조 5000억원이면 충분한 사업인데도 문재인 정부 시절 지역 출신 이낙연 국무총리 체제에서 성사시키지 못했습니다. 반면 문 정부는 13조원이나 들어가는 부산 가덕도신공항은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해 줬습니다. 이제는 정부가 나서 광주공항 이전 문제를 매듭짓도록 해야 합니다. 공항 이전이 이뤄져야만 무안공항의 서남권 관문공항도 완성됩니다.

21세기는 문화의 시대입니다. 김구 선생은 일제라는 암울한 시대에도 문화가 대한민국의 미래라고 설파했습니다. ‘K 컬쳐’가 세계를 주도하고 돈이 되는 세상입니다. 문화의 원형은 콘텐츠이고 이게 힘 입니다. 판소리, 남종화, 노벨상을 배출한 문학 등 문화 원형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곳이 호남입니다. 광주는 아시아 문화 원형을 탐구하는 아시아문화전당(ACC)이란 창·제작소를 가지고 ‘문화수도’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광주일보는 창간 당시부터 ‘문화창달의 선봉에 선다’라는 사시를 내걸고 지역 문화 발전을 위한 디딤돌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호남예술제라는 전국 최대 규모의 예술제를 통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수많은 스타 예술가를 배출했습니다. 올해는 마침 호남예술제가 70주년을 맞는 해 입니다. 앞으로도 호남의 문화 원형을 바탕으로 K 컬쳐를 주도하는 콘텐츠를 생산하고 예술 인재를 발굴하는 노력을 멈추지 않겠습니다.

초심을 잃지 않고 100년 역사를 향해 뚜벅뚜벅 나아갈 것을 다짐합니다. 애독자 여러분의 사랑과 격려에 다시 한번 머리 숙여 감사드리며 애정 어린 충고와 편달을 늘 가슴에 새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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