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중고 호소 한우농가 “소 계속 키워야하나” 한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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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중고 호소 한우농가 “소 계속 키워야하나” 한숨만
구제역 덮친 영암 한우농가·담양 가축시장 등 가보니
사룟값 인상·소값 하락 장기화 속
구제역 발생에 ‘엎친데 덮친격’
“한마리 팔 때마다 150만원 손해”
자식같은 소 살처분에 가슴 답답
붐비던 가축시장도 잠정폐쇄 썰렁
2025년 03월 16일(일) 20:03
매주 일요일마다 개장하던 담양군 담양읍 담양축협 가축시장이 16일 오전 구제역으로 일시폐쇄됐다. /담양=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16일 오전 8시 한우를 거래하기 위한 지역민들로 시끌벅적 해야 할 담양군 담양읍 만성리 담양축협 가축시장의 문이 굳게 닫혀있었다.

매주 일요일 350여 마리의 한우가 거래되던 담양 가축시장이 전남지역에서 발생한 구제역으로 인해 폐쇄된 것이다.

거래가 있기 전 하루 전날 밤부터 좋은 자리를 선점하기 위해 가축시장으로 향하던 농민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영암지역 축사를 운영하는 농민들이 트럭을 몰고 16일 오전 영암축협가축시장을 찾아 방역에 필요한 석회를 배부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영암=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영암축협의 가축경매시장도 상황은 비슷했다.

이곳은 월요일 장이 열릴 때면 새벽 4시부터 지상 주차장 50석을 모두 채울만큼 인기가 좋지만 이날은 영암축협에서 나눠주는 방역을 위한 석회가루를 받기 위한 차들만 길게 늘어서 있었다.

사료가격은 날로 치솟고 있는 상황에서 한우 수요가 줄어 도매가 마저 급락한 상황에 구제역까지 발생해 전남지역 한우농가 농민들은 ‘삼중고’(三重苦)를 호소하고 있다.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서 지정한 중요 가축 전염병인 구제역은 소·돼지·양·염소 및 사슴 등 발굽이 둘로 갈라진 동물(우제류)에 감염되는 질병이다. 전염성이 매우 강하며 입술, 혀, 잇몸, 코 또는 지간부 등에 물집(수포)이 생기며 체온이 급격히 상승되고 식욕이 저하돼 심하게 앓거나 어린 개체의 경우 폐사한다.

이때문에 삼엄한 경비속에 소독이 필수다. 구제역 청정지역이었던 전남에서 처음으로 구제역이 발생한 영암군 도포면에는 16일에도 삼엄한 경비 속에 소독이 진행되고 있었다.

축산 농가로 진입하는 길목에는 상황의 심각성을 증명하듯 소독 장치가 곳곳에 설치돼 있었고 인근 축산농가에도 소들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농가 앞으로는 ‘구제역 차단방역조치로 사람·차량의 출입을 금지한다’는 팻말이 걸려있었다.

소가 없는 우리 바깥으로는 소에게 먹이기 위해 농장주가 구비해놨던 곤포 사일리지(볏짚 사료) 400여개가 4단으로 쌓여있었다.

영암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농장의 농민 A씨는 “송아지 때부터 데리고 와서 30여 마리 키우고 있는데 값비싼 사료 먹이며 어렵사리 키워놨더니 이렇게 한꺼번에 살처분 돼 가슴아프다”면서 “앞으로 또 소를 키워야 할지 고민이 된다”고 호소했다.

전남 한우 농가 농민들은 사료 값 인상과 소 값 하락의 장기화에 힘들어 하고 있는데 구제역 발생 소식에 ‘엎친데 덮친격’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김용선 나주한우협회장은 “ 2011년 소 사육을 시작할 당시 사료 한포에 7500원~8500원 꼴, 소 생체(生體) (1㎏당)8600~9000원 사이였는데 지금은 사료 가격이 1만 5000원으로 두배로 올랐지만 생체 가격은 비슷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10년 넘는 시간동안 소 가격은 멈춰있고 러·우 전쟁으로 인한 달러 가격 상승, 국내 경기 악화로 자급비 인상 등이 지속됨에 따라 소를 키우는 비용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배합사료의 경우 2021년 1㎏당 425원이었지만, 2022년 3월에는 640원까지 올랐고 지난해에는 다소 가격이 떨어져 545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한우 가격의 경우 비육우 600㎏ 기준으로 3년 전인 2021년 797만원으로 형성됐지만 2022년에는 740만원으로 떨어졌고 지난해 5월기준으로는 603만원까지 급락했다.

정연승 장흥 한우협회장도 “과거 500만원이던 송아지 가격이 최근에는 300만원으로 하락했고 임신우는 7800만원에서 4300만원으로 절반가량 떨어졌다”며 “소 가격은 떨어지는데 사룟값 등 키우는데 드는 비용은 오르니 소 한마리 길러 팔 때마다 150만원 정도 손해를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자 전남지역 한우농가수도 감소하고 있다.

2020년 1분기 기준 전남지역 한우 농가는 1만 6461개였지만 지난해 1분기 1만 5394개로 감소했다. 광주 역시 2020년 1분기 농장 165개에서 147개로 줄어들었다.

사룟값 인상에 사료 배분량을 줄이면 품질 하락이라는 결과물로 돌아오는 탓에 소규모 농장들은 버티지 못하고 한우 농가 운영을 포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해남에서 20여년간 한우 농가를 운영해온 허영조(65)해남 한우협회 지부장은 “사룟값 인상에 농가들도 사료를 아끼게 되고 마른 소는 품질이 떨어져 시장에서 제 값을 받지 못하게 된다”며 “경기 악화에 사람들도 자연스레 소보다는 돼지를 찾다보니 소 수요 하락과 동시에 가격이 떨어지는 일이 반복되는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영암=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담양=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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