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일보 2025 신춘문예] 김근수 단편소설 당선 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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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일보 2025 신춘문예] 김근수 단편소설 당선 소감
“시공간과 쉼표 너머 잇닿아 있을 ‘우주의 바다’ 생각”
2025년 01월 02일(목) 00:00
당선자 김근수
해녀는 부표를 끌어안고 숨을 고르며 휘파람 소리를 뽑아내었습니다. 파도가 노는 법은 없어서 해녀는 수면에서 분주했습니다.

해녀는 들숨을 머금고 물속으로 갔습니다. 두 다리로 허공을 크게 찼습니다. 해녀가 잠수해 들어간 숨구멍을 파도가 덮어서 바다는 아무 일이 없었습니다.

물 밖과는 달리 물의 안쪽은 돌연 둔중했습니다. 수면의 바다는 작은 바람에도 뒤채였지만 속 바다는 수면의 다급함에 동요하지 않았습니다.

속 바다는 거대한 점액질로 느리게 움직였습니다. 느릿한 그 공간에 크고 작은 물고기들이 실려 있었고, 끄트머리가 늘어진 해초들이 물의 흐름에 이끌렸습니다.

해녀는 갈고리로 해초를 걷어내면서 물속에 잠긴 갯바위의 밑둥치를 더듬어 나갔습니다. 말미잘이 촉수를 내어 물을 탔고, 바위틈에 들어앉은 군소가 보랏빛 경고음을 터뜨렸습니다.

갯바위 밑둥치에 갈라진 틈을 갈고리로 긁으면 물속 찌꺼기들이 부옇게 부유합니다. 어수선한 시야 너머 해녀는 참소라를 캐내어 바위를 발판삼아 수면으로 오릅니다.

햇살의 끄나풀들이 마중하며 빛의 기둥을 세웁니다. 꿈만 같은 기둥을 안내 삼아 부표의 좌표를 확인하고 해녀는 마지막 들숨을 물속에 내어줍니다.

윤슬이 바글거리고 해녀는 무사합니다.

제목을 써 두고 한참 지나 쉼표를 하나 마련했습니다. ‘그리고 바다,’

사는 일의 모든 시공간과 쉼표 너머 잇닿아 있을 우주의 바다를 언제나 생각하겠습니다.

사랑하는 아내와 세 아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합니다. 광주일보 관계자분, 장석주 선생님, 심사위원님께 감사드립니다.

▲ 동국대학교 영어영문학 전공

(동대학원 중퇴)

▲ 한국전력공사(2003~2022)

▲ 현재 한전CSC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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