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이 북적이면 도심 살아나고 인구 늘어난다
  전체메뉴
도서관이 북적이면 도심 살아나고 인구 늘어난다
우리동네 랜드마크 모두의 도서관 <12> 에필로그
인제 기적의 도서관 지역 정주인구 늘려
의정부 가재울, 쇠락 원도심 재생에 도움
벨기에 겐트 크룩, 도시문제 해결에 앞장
지역 대학·연구소·기업과 끊임없는 협업
유럽 도서관들 이민자 언어 교육 적응 도와
도시 역사·인물 아카이빙, 학교와 협력 강화
2024년 11월 28일(목) 08:00
독일 슈투트가르트 시립도서관은 한국 건축가 이은영이 설계한 독특한 공간이 인상적이다. 공단이 떠난 자리에 도서관이 문을 열면서 쇼핑센터와 주거공간들이 들어서 도심 활성화에도 도움이 됐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광주의 문화 생태계를 변화시키고 있다. 자신의 이름을 딴 거창한 기념공간 대신, 책을 많이 읽고 많이 사는 광주를 만들어달라고 했던 그였다. 광주시는 최근 전문가들이 참여한 ‘인문도시 광주 위원회’를 구성하고 ‘책과 함께 성장하는 도시 브랜딩-노벨상의 도시’ ‘책과 함께하는 시민’를 목표로 프로그램 등을 발굴한다고 밝혔다. ‘광주시민 매년 1인 1책 읽기 문화’ 조성과 지역서점 활성화, 자치구별 대표도서관 건립 등을 통해 작가-출판사-도서관-지역서점-독자로 연결되는 책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계획도 이어졌다.

광주시의 대형 국책 사업인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 실시계획 심의위원회 역시 2026 연차별 실시계획(안)을 통해 2026년부터 5년간 100억원을 들여 ‘소년이 온다’에 나온 길을 활용한 테마길 콘텐츠를 개발하는 등 다양한 사업을 의결했다.

부메랑 등 놀이기구도 대여하는 독일 쾰른 칼크 도서관.
인문도시의 중심에 ‘도서관’이 있다.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빌리고, 공부 하는 공간이라는 이미지를 벗어나 다양한 강연과 문화예술행사가 어우러진 복합문화센터로 탈바꿈하고 있다. 또 이주민, 장애인 등이 어우러진 사회적 포용을 실현하고 다양한 세대를 연결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건축가들이 설계한 멋스러운 건물과 독창적인 공간 구성은 도시의 랜드마크로 손색이 없다.

옛 상무소각장 부지에는 세르비아 건축사 브라니슬라프 레딕이 설계한 광주 대표도서관이 들어설 예정이다. 내년 4월에는 하남시립도서관이 문을 연다. 광주시는 2022년 부산에 첫 분관을 연 국회도서관의 광주 유치를 위해 뛰고 있다. 최근 광주시 국회의원들도 적극적으로 나서 ‘국회도서관 호남 분관 왜 광주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여는 등 힘을 보태고 있다.

이번 시리즈를 통해 국내외 10개 도서관을 둘러보는 여정에서 도서관이 생활 속에 밀접하게 자리잡고 있음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또 도서관이 지역 재생과 인구소멸의 대안이 될 수 있고, 다양한 계층과 국적의 사람들을 소통시키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강원도 인제 기적의 도서관은 인구 3만의 지자체로 개관 1년만에 10만명이 방문했다. 속초 등 이웃 관광지로 가기 위한 경유 목적이 아닌 순수 방문자가 급증하고, 지역 정주 인구도 늘어났다. 또 노숙자들에게 급식을 제공하던 지하철 역사를 활용한 의정부의 ‘가재울 도서관’은 쇠락한 원도심 재생에 도움이 됐다.

전주시는 시, 여행 등 다양한 테마로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다. 덕진공원 내에 자리한 ‘연화정 도서관’.
시 조직에 도서관 본부를 두고 전국 최초로 도서관 투어를 진행하는 전주시와 ‘도서관 도시’를 표방하며 미술·음악·영어·과학 등 다양한 주제로 공간을 꾸린 경기도 의정부의 특화도서관 정책도 눈여겨 볼만하다.

특정 세대와 계층을 위한 도서관도 눈길을 끌었다. 도서문화재단 씨앗이 트윈세대 전용 공간(초등학교 5학년부터 중 3, 또는 이에 해당하는 연령대)으로 자치단체와 함께 꾸린 전주시 대표도서관 ‘꽃심’의 ‘우주로 1216’과 서울 선유도서관의 ‘사이로’가 대표적이다. 또 ‘쉬운 글이 있는 도서관’이자 ‘느린 학습자를 위한 도서관’인 서울의 ‘라이브러리 피치’는 도서관이 사회적 약자를 환대하는 장소임을 잘 보여준다.

시민들의 독서 열기를 북돋우는 프로그램은 광주나 전남의 도서관이 바로 벤치마캉해도 좋을 듯하다. 전주의 책사랑 포인트 ‘책쿵 20’은 지역서점에서 현금처럼 이용할 수 있는 포인트로 도서관에서 빌린 도서를 반납하면 1권 당 50포인트를 지급하고 49개 서점에서 책을 구입할 때 20%를 할인 받는 제도다. 의정부 도서관도 비슷한 형태의 ‘독서포인트 멤버십’을 운영하고 있다.

네덜란드 스페이케니서 북마운틴도서관은 집중 면접을 통해 이용객들의 수요를 파악한다.
네덜란드와 독일의 도서관을 취재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도서관 밖과의 ‘협업’이었다. 벨기에 겐트의 크룩도서관은 도시가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 대학, 연구소, 기업 등이 끊임없는 토론과 워크숍 등을 통해 매년 1가지 주제에 대한 대안을 마련한다.

도서관과 유치원, 초·중·고와의 적극적인 교류도 눈길을 끌었다. 학생들이 도서관에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게 아니라 학교로 직접 찾아가는 적극적인 접근을 통해 학생 뿐 아니라 교사, 학부모 교육에도 힘을 쏟고 있으며 문해력이 떨어지는 학생들을 위한 교재 개발 등에도 함께 머리를 맞댄다.

전 세계는 하나로 연결돼 있는 국경 없는 사회다. 유럽 도서관들은 이민자를 위한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이민자들이 도서관 이용을 통해 자국의 뿌리를 기억하고, 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다양한 언어의 책을 소장하고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더불어 이주자들이 현재 머물고 있는 나라에 더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이민자를 위한 언어 교육을 강화하고 행정 기관 서류 작성 등 현지 생활에서 실제적으로 필요한 교육을 진행한다. 자원봉사자들을 직접 집으로 파견해 책을 읽어주는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광주전남 지역 역시 이주민들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체계적으로 준비해야 할 부분이다.

전 세대에 걸쳐 지역의 역사를 보존하고 인물을 기억하는 것도 도서관의 역할이었다. 중세 시대 대표 인문학자인 에라스무스의 고향인 로테르담 시립도서관은 에라스무스 관련 서적을 다수 보유하고 있으며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위한 특별 코너 ‘에라스무스 익스피리언스’를 운영하고 있다. 독일 쾰른 시립도서관 역시 지역 출신으로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하인리히 뵐의 아카이빙 작업에 힘을 쏟고 있다. 의정부 도서관도 지역에서 오래 작업한 박영수 화백을 연결고리로 미술전문도서관을 만들었다.

시민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는 것도 필요하다. 네덜란드 케니언시티 북마운틴 도서관은 온라인 설문조사와 함께 특정 계층을 대상으로 집중 면접 조사를 실시, 주민들의 정확한 요구사항을 파악한다.

카틴카 에밍거 슈투트가르트 도서관장은 “도서관은 사회 계층, 경제적 여건, 국적 등과 관계 없이 모두에게 열려있는 만남의 광장으로, 누구나 환영받는 공간이라는 느낌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며 “특히 인간의 가치를 깨닫게 해주는 역할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도서관은 개인의 성장을 돕고,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드는 데 구심점 역할을 해야한다. <끝>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핫이슈

  • Copyright 2009.
  • 제호 : 광주일보
  • 등록번호 : 광주 가-00001 | 등록일자 : 1989년 11월 29일 | 발행·편집·인쇄인 : 김여송
  • 주소 :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 224(금남로 3가 9-2)
  • TEL : 062)222-8111 (代) | 청소년보호책임자 : 채희종
  • 개인정보취급방침
  • 광주일보의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