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이와 함께 했던 특별한 동행자의 이야기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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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이와 함께 했던 특별한 동행자의 이야기 속으로
국립광주박물관, 내년 3월10일까지 ‘상형토기와 토우장식 토기’전
국보 ‘토우장식 항아리’ 등 246점 전시…초등생 토우 만들기 체험도
2024년 11월 11일(월) 19:25
국립광주박물관이 특별전 ‘영원한 여정, 특별한 동행’을 12일부터 내년 3월10일까지 연다.
“이 전시는 과거를 여행하는 내용이지만 과거만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죽음이란 누구나 겪는 일이며 지금 우리 곁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저 너머에는 떠난 이가 살아온 삶, 죽음 이후에도 편안한 삶을 살기 바라는 보내는 이들의 기도 같은 이야기가 가득 있습니다.”

전시실 입구에 들어서면 마주하는 문구다. 죽음을 모티브로 이전의 삶과 현재 그리고 죽음 이후의 내세에 대한 기원을 담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국립광주박물관(관장 최흥선)이 토기와 토우를 주제로 특별전을 연다. 12일부터 내년 3월 10일까지 여는 특별전 주제는 ‘영원한 여정, 특별한 동행: 상형토기와 토우장식 토기’전. 지난해 국립중앙박물관이 열었던 특별전의 두 번째 전시로 기획됐으며 신라·가야 토기에 나타난 고대 장송의례에 초점을 맞췄다.

국보 ‘토우장식 항아리’
이번 특별전에서는 경주 계림로에서 출토된 ‘토우장식 항아리’(국보), 이건희 기증 ‘말 모양 뿔잔’ 등 246점이 관객들을 맞는다. 기자 간담회에서 공개된 다양한 토기와 토우장식 토기들은 목적과 쓰임새 등이 다채로웠다.

인간은 유한한 존재이기에 죽음에 대한 공포를 갖고 있다. 저 너머 내세에서는 편안과 안식의 삶을 영위하기를 바란다. 인간이 끊임없이 문화와 예술을 매개로 상징물을 만들고 다양한 작품을 만드는 것은 그런 바람에서 유래된 것이다.

동물, 사물 등 다양한 모양을 본떠 만든 상형토기들.
이번 특별전에서 선보이는 상형토기와 토우장식 토기는 죽은 이의 무덤에 넣어진 의례용품들은 죽음이 삶과 유리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상형토기는 말 그대로 ‘형상을 본떠 흙으로 만든 그릇’이며 토우는 흙으로 만든 인형을 뜻한다. 주위에서 쉽게 마련할 수 있는 흙을 소재로 만들었다는 점, 인간은 누구나 흙으로 돌아간다는 점 등은 전시에 대한 친근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최흥선 관장은 “전시된 상형토기와 토우장식 토기는 당대 사람들의 또 다른 형태의 명징한 기록이다”며 “죽은 이의 영혼을 잘 보내는 기원뿐만 아니라 재생, 탄생, 부활 등의 다면적인 의미가 깃들어 있다”고 밝혔다.

전시는 2개 주제로 짜여져 있다.

1부 ‘영원한 삶을 위한 선물, 상형토기’는 사람, 동물, 사물을 본떠 만든 토기가 주를 이룬다. 술과 같은 액체를 담거나 따를 수 있어 제의에 사용됐음을 알 수 있다.

새를 비롯해 상서로운 동물, 뿔, 말, 수레, 등잔 등을 축소해서 만든 상형토기는 종류도 다양하다. 장송의례와 관련 사후의 세계를 예비한 토기들이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상형토기 중에서 새모양 토기가 압도적으로 많다. 새는 고대로부터 죽은 이의 영혼을 하늘로 인도하는 상서로운 동물로 여겨졌다. 숭배의 대상이 되었던 것은 그런 이유다. 뿔 모양의 토기도 동일한 의미를 지닌다. 동물의 뿔은 하늘과 연결되는 권위를 상징한다는 점에서 옛 사람들은 조형 작품 주제로 많이 선택했다.

노형신 학예사는 “영혼을 하늘로 안내하고 떠나가는 길에 동행이 될 수 있도록, 편안한 쉼을 위해 상형토기를 무덤에 넣었다”며 “집 모양 토기나 배모양 토기는 당대 사람들의 일상의 모습 등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언급했다.

2부에서는 ‘헤어짐의 이야기, 토우장식 토기’는 흙인형 토우를 토기 표면에 부착한 토기를 만난다. 다양한 동물들이 토기 위에 부착된 모습은 이색적이다. 지난 1926년 경주 황남동 유적에서 수습한 토우장식 토기가 다수 소개된다.

국보인 ‘토우장식 항아리’는 가장 많은 관람객들의 발길을 붙들 것으로 예상된다. 5세기 후반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우아함과 소탈함, 정교함과 투박함 등 다양한 감성을 발하는 항아리는 흥미로운 스토리를 담고 있다. 당시 신라시대 장송의례와 관련한 이야기가 투영돼 있으며 동물, 인간, 사물, 조류, 어류 등이 있다.

개구리 뒷다리를 무는 뱀이 일정하게 그려져 있으며 중간에 현악기를 켜는 여자, 남녀의 성적인 장면, 새와 물고기 등이 등장한다. 학계에서는 신라에 불교가 도입되기 전이라는 점에 비춰 이전부터 전승된 토속종교 의례라고 추정한다.

한편 특별전 연계 프로그램도 있다. ‘토우야 반가워’는 초등학생 가족 대상으로 나만의 토우를 만들어볼 수 있는 체험코너가 마련돼 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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