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 대한조선 ‘이주노동자 이름 불러주기 및 안전모 전달식’ 가보니
출신국·이름·혈액형 부착된 모자 받고 근로자들 ‘함박웃음’
1500명 중 절반 스리랑카·베트남·우즈벡 등 26개국 출신
11월까지 전달 캠페인…“고국에 있는 가족에게 보여 줄 것”
1500명 중 절반 스리랑카·베트남·우즈벡 등 26개국 출신
11월까지 전달 캠페인…“고국에 있는 가족에게 보여 줄 것”
2025년 06월 29일(일) 20:15
 베트남 출신 조선업 근로자 지앙씨가 지난 27일 해남군 대한조선에서 이재희 고용노동부 목포지청장으로부터 안전모를 전달받고 있다. |
“이름이 불리니까, 이제야 회사가 내 존재를 알아 준 것 같아요. 회사에서 나를 존중하고 관심을 가져준다는 게 느껴지네요.”
지난 27일 해남군 대한조선에서 도장 작업을 하고 있는 베트남 출신 지앙(여·30)씨는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안전모를 받아들고 환하게 웃었다.
지앙씨가 받은 하얀 안전모의 옆면에는 지앙씨의 출신국인 베트남 국기와 국명, 뒷면에는 ‘지앙’ 이라는 이름과 혈액형(O형)이 적힌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전남노동권익센터(이하 센터)는 이날 해남군 화원면 대한조선에서 고용노동부, 대한조선 등과 함께 ‘이주노동자 안전모 전달식’을 열었다.
센터가 추진 중인 ‘이주노동자 안전모 지급 및 이름 불러주기’ 사업을 통해 만들어진 안전모로, 안전모에 작업자들의 이름과 출신 국가 등에 대한 정보를 적어넣은 것이 특징이다. 이주노동자들이 현장에서 “야”, “임마” 등 비속어로 불리지 않고 자기 이름으로 불리며 안전하게 작업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이다.
전달식에서는 지앙씨뿐 아니라 자수르벡, 아미르, 루바트(이상 우즈베키스탄), 바라트라, 샤르마(이상 네팔)씨 등 100명의 이주노동자들이 잇따라 안전모를 지급받았다.
자신의 이름이 적힌 안전모를 차례로 받은 이주노동자들은 하나같이 입가에 미소가 가득했다.
페인트 전 그라인딩 작업을 하고 있는 스리랑카 출신 사만(41)씨는 “항상 가족들이 조심해서 일하라고 말하는데, 오늘 받은 안전모 쓰고 사진 찍어서 가족들에게 보여줄 거다. 잘 일하고 있다고”라며 웃었다.
크레인 신호수 역할을 맡고 있는 우즈베키스탄 출신 오가벡(25)씨도 “이곳은 무거운 자재들이 머리 위를 오가고, 잠깐만 실수해도 큰 사고가 날 수 있기에 항상 주의해야한다”며 “작업 끝나고 식사하러가거나 자전거 탈 때도 오늘 받은 헬멧을 쓰고 다녀야겠다”고 말했다.
안전모를 쓴 효과는 현장에서 곧바로 나타났다.
이날 오후 작업 시간에 살펴본 조선소 내부에서는 벌써 작업자들 간 이름 부르기가 자연스레 확산돼 있는 모습이었다.
현장에서는 600ｔ, 1500ｔ급 갠트리(지지대)크레인이 선박 블록을 조립중이었고, 안전모를 쓴 이주노동자들이 조선소 곳곳에서 각자 용접, 치부(가용접), 그라인딩 등 작업에 열중이었다. 작업자들은 작업 도중 현장 곳곳에서 “쿠말!”, “아리!” 등 이주노동자의 이름을 직접 부르며 손짓으로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작업 시간 외에도 점심시간 자전거를 타고 이동할 때도 안전모를 쓰고 있어 서로를 쉽게 알아보기도 하고, 동료의 안전모를 먼저 찾은 이들이 이름을 부르며 대신 건네주는 모습도 연출됐다.
이곳 공장에서 일하는 작업자는 총 1500여명으로, 이 중 절반 정도가 스리랑카,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네팔, 아이티 등 26개국 출신의 외국인 노동자다. 아직 이름이 적힌 안전모를 지급받지 못한 작업자들은 “그동안 펜으로 안전모에 직접 이름을 써 놨는데, 비라도 맞으면 금세 이름이 지워져버려 아쉬웠다”며 “우리 것도 꼭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주고 받았다.
안전모 지급 사업은 ‘안전의식’을 환기하는 효과도 냈다. 이날 현장에서는 안전모를 쓰지 않은 채 현장에서 화물차에 선박 부품을 싣던 작업자에게 현장 안전관리자가 즉시 권고 조치를 내렸다. 더운 날씨나 무의식적 습관 탓에 안전모 착용을 깜빡 잊는 경우가 많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안전모를 꼭 쓰도록 지속 환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현장 관계자 설명이다.
이재희 고용노동부 목포지청장은 “이름이 적힌 안전모를 전달하는 것은 지역에 점점 늘어나는 이주노동자를, 함께 일하는 동료, 지역사회 이웃으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며 “또 안전모는 고국을 떠나온 이들이 무사히 가족 품으로 돌아가길 바라는 마음이기도 하다. 산업 현장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는 근로자들의 노고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문길주 전남노동권익센터장은 “안전모 전달과 함께 이주노동자들의 이름을 불러주는 이 캠페인을 통해서 그동안 이름 없이 불렸던 문화를 없애고 외국인 노동자, 한국 노동자가 서로 존중받는 작업 현장을 모두 함께 만들어 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센터는 오는 11월까지 전남 곳곳의 현장에서 이주노동자에게 이름이 적힌 안전모를 전달할 방침이다. 지난 4월에는 담양안전체험교육장에서 5개국 30명을 초대해 전달식을 열었다.
/해남 글·사진=김진아 기자 jinggi@kwangju.co.kr
지난 27일 해남군 대한조선에서 도장 작업을 하고 있는 베트남 출신 지앙(여·30)씨는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안전모를 받아들고 환하게 웃었다.
지앙씨가 받은 하얀 안전모의 옆면에는 지앙씨의 출신국인 베트남 국기와 국명, 뒷면에는 ‘지앙’ 이라는 이름과 혈액형(O형)이 적힌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센터가 추진 중인 ‘이주노동자 안전모 지급 및 이름 불러주기’ 사업을 통해 만들어진 안전모로, 안전모에 작업자들의 이름과 출신 국가 등에 대한 정보를 적어넣은 것이 특징이다. 이주노동자들이 현장에서 “야”, “임마” 등 비속어로 불리지 않고 자기 이름으로 불리며 안전하게 작업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이다.
자신의 이름이 적힌 안전모를 차례로 받은 이주노동자들은 하나같이 입가에 미소가 가득했다.
페인트 전 그라인딩 작업을 하고 있는 스리랑카 출신 사만(41)씨는 “항상 가족들이 조심해서 일하라고 말하는데, 오늘 받은 안전모 쓰고 사진 찍어서 가족들에게 보여줄 거다. 잘 일하고 있다고”라며 웃었다.
크레인 신호수 역할을 맡고 있는 우즈베키스탄 출신 오가벡(25)씨도 “이곳은 무거운 자재들이 머리 위를 오가고, 잠깐만 실수해도 큰 사고가 날 수 있기에 항상 주의해야한다”며 “작업 끝나고 식사하러가거나 자전거 탈 때도 오늘 받은 헬멧을 쓰고 다녀야겠다”고 말했다.
안전모를 쓴 효과는 현장에서 곧바로 나타났다.
이날 오후 작업 시간에 살펴본 조선소 내부에서는 벌써 작업자들 간 이름 부르기가 자연스레 확산돼 있는 모습이었다.
현장에서는 600ｔ, 1500ｔ급 갠트리(지지대)크레인이 선박 블록을 조립중이었고, 안전모를 쓴 이주노동자들이 조선소 곳곳에서 각자 용접, 치부(가용접), 그라인딩 등 작업에 열중이었다. 작업자들은 작업 도중 현장 곳곳에서 “쿠말!”, “아리!” 등 이주노동자의 이름을 직접 부르며 손짓으로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작업 시간 외에도 점심시간 자전거를 타고 이동할 때도 안전모를 쓰고 있어 서로를 쉽게 알아보기도 하고, 동료의 안전모를 먼저 찾은 이들이 이름을 부르며 대신 건네주는 모습도 연출됐다.
이곳 공장에서 일하는 작업자는 총 1500여명으로, 이 중 절반 정도가 스리랑카,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네팔, 아이티 등 26개국 출신의 외국인 노동자다. 아직 이름이 적힌 안전모를 지급받지 못한 작업자들은 “그동안 펜으로 안전모에 직접 이름을 써 놨는데, 비라도 맞으면 금세 이름이 지워져버려 아쉬웠다”며 “우리 것도 꼭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주고 받았다.
안전모 지급 사업은 ‘안전의식’을 환기하는 효과도 냈다. 이날 현장에서는 안전모를 쓰지 않은 채 현장에서 화물차에 선박 부품을 싣던 작업자에게 현장 안전관리자가 즉시 권고 조치를 내렸다. 더운 날씨나 무의식적 습관 탓에 안전모 착용을 깜빡 잊는 경우가 많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안전모를 꼭 쓰도록 지속 환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현장 관계자 설명이다.
이재희 고용노동부 목포지청장은 “이름이 적힌 안전모를 전달하는 것은 지역에 점점 늘어나는 이주노동자를, 함께 일하는 동료, 지역사회 이웃으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며 “또 안전모는 고국을 떠나온 이들이 무사히 가족 품으로 돌아가길 바라는 마음이기도 하다. 산업 현장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는 근로자들의 노고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문길주 전남노동권익센터장은 “안전모 전달과 함께 이주노동자들의 이름을 불러주는 이 캠페인을 통해서 그동안 이름 없이 불렸던 문화를 없애고 외국인 노동자, 한국 노동자가 서로 존중받는 작업 현장을 모두 함께 만들어 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센터는 오는 11월까지 전남 곳곳의 현장에서 이주노동자에게 이름이 적힌 안전모를 전달할 방침이다. 지난 4월에는 담양안전체험교육장에서 5개국 30명을 초대해 전달식을 열었다.
/해남 글·사진=김진아 기자 jinggi@kwangju.co.kr
